“메타 주가는 왜?”…2년 전 울었던 저커버그 '효율성의 아버지' 등극
M7 대신 ‘MnM’(MS·엔비디아·메타) 질주
2022년 창사 이래 최초로 '어닝쇼크' 왔던 메타
비용 감축→생산성 증가→AI 재투자로 부활
“엔비디아는 그렇다 쳐도 메타(전 페이스북) 주가는 왜 오르는 거냐?”
글로벌 증시 기사에 자주 달리는 단골 댓글이다.메타 주가는 올해 들어 39% 뛰며 고공행진했다.애플(-7.01%)이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1.87%)은 물론,AI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12.28%)까지 가볍게 능가하는 상승세다.
시장에서는 M7 대신 ‘MnM’(MS·엔비디아·메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위태로워 보였던 메타의 반전 드라마다.
주가 26% 폭락하자 충혈된 눈으로 등장한 저커버그
2022년 2월 3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화면에 등장했다. 메타 직원들과의 영상회의가 있던 날이다. 전날 메타 주가는 26% 이상 폭락했고 저커버그는 잔뜩 충혈된 눈을 감추려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당시 ‘메타 쇼크’로 저커버그가 잠을 못 잤거나 펑펑 운 것으로 보인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했다. 2022년 11월 4일 메타 주가는 90.79달러로 사상 최저가를 찍었다. 1년 동안 증발한 시가총액만 1100조원이 넘었다.
그해 2분기 메타는 창사 최초로 매출이 감소했고, 3분기에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최대 수익원이었던 온라인 광고 매출이 애플의 사용자 정보보호 정책 강화와 틱톡의 부상으로 쪼그라들며 큰 타격을 입은 탓이었다.
더 큰 문제는 회사의 미래로 내걸었던 메타버스 사업의 부진이었다. 2021년 사명까지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가 회사의 정체성임을 내걸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메타버스 사업은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였다. 메타버스와 VR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는 2022년 한 해 동안 137억 달러(약 18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시 월가에선 “시총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메타를 이제 빅테크로 부를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소셜 제국’을 세웠던 메타가 몰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량 해고→비용 감소→1인당 생산성 증가
저커버그가 꺼낸 회심의 카드는 ‘비용 감축’이었다. 메타는 2023년을 ‘효율성의 해’로 명명하고 감원에 들어갔다. 대량 해고로 비용을 감축하고 우선순위가 낮은 프로젝트를 취소하며 고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메타가 더 오랜 기간의 경제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저금리 시대는 끝났고, 지정학적 긴장은 점증하며, 규제비용은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율성의 목표는 분명했다. 1. 강력한 기술 기업이 되는 것과 2. 재무성과를 개선해 공격적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비용을 줄이고 늘어난 이익은 AI에 투자하겠다는 의미였다.
메타는 2022년 11월 9일 1만1000명을 잘라내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회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고 미국 빅테크 업계에서도 전례 없는 대규모 감원이었다. 그리고 4개월 뒤인 2023년 초 1만 명을 추가로 내보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메타버스 집착이 불러온 비극”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하지만 총 2만 명을 감원한 효과는 생산성으로 곧장 나타났다.
메타의 직원 1인당 매출은 2021년 163만8586달러(21억 3000만원)에서 2022년 153만5056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만 명 대량 해고를 완료한 2023년 메타의 직원 1인당 매출은 200만3981달러(약 26억 7000만원)까지 뛰었다.
비용은 줄었는데 매출은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메타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한 13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69% 급증한 390억 달러였다.
지난 4분기 광고매출이 25% 증가한 결과였다. 반면 구글의 광고수익은 전년 대비 11%만 성장했다. 2022년 급감했던 메타의 광고매출이 증가한 비결은 AI였다.
줄인 비용, AI에 올인했다
소셜미디어는 이용자가 플랫폼에 더 오래 체류할수록 광고 노출이 많아지고 수익도 늘어난다.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광고에 맞춤형 AI를 도입해 알고리즘 정확도를 높였다.
각 이용자가 어떤 게시물을 주의 깊게 읽었는지, 어떤 키워드를 검색했는지, 어떤 내용에 좋아요를 눌렀는지와 같은 데이터를 종합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게시물을 끝없이 추천해준 것이다.
메타의 AI 청사진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4년 AI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 2’를 출시하며 오픈AI의 ‘GPT-4’ 등과 본격 경쟁을 시작했고 올해는 ‘라마 3’를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메타는 단순히 플랫폼에 AI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인공일반지능’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대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연내 총 60만 개의 AI칩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저커버그가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나는 등 AI 전용 반도체칩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데이터센터에도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메타는 최근 짓고 있는 22번째 데이터센터를 AI 전용으로 구축하고 있다. 메타는 AI 전용 데이터센터에 공사비 8억 달러(약 1조원)을 투입하고 특수 냉각유 등을 사용해 비용 절감과 시설 효율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AI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다.
‘효율성의 아버지’ 별명 얻은 저커버그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AI에 올인하는 메타의 행보를 두고 미국에서는 ‘효율성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메타의 부활을 지켜본 빅테크들은 너도나도 비용 절감에 나섰고 콘텐츠와 유통업계까지 감원 칼바람이 번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들이 수익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통한 마진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미래 성장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역시 “기업들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절약한 예산을 AI에 재분배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만20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초 1000명을 더 내보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는 훨씬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는 ‘더 중요한 우선순위’에 투자할 여력을 마련하려면 어려운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가 ‘우선순위’와 ‘효율성’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마존 역시 AI 투자 확보를 위해 지난해 1만8000명을 감원했다.
빅테크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금융산업 기술 변화에 대응한다”며 600여 명 인원 감축을 발표했다.
AI 분야 투자나 AI의 대체 효과로 인한 감원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가 세계경제포럼을 앞두고 글로벌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25%가 “올해 생성 AI 도입으로 인해 최소 5% 이상의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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