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증 위에 구축한 미스터리…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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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강사 덕희(추자연 분)는 교통사고로 최근 수년간의 기억을 깨끗이 잊어버렸다.
덕희가 결혼 이후 어느 시점부터 사고가 날 때까지의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관객도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덕희에겐 일상의 사소한 일도 의문을 낳고,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다만 마치 컴퓨터의 데이터를 삭제하듯 일정 기간의 기억이 깨끗이 지워지는 선택적 기억상실증이란 설정이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은 떨쳐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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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미술 강사 덕희(추자연 분)는 교통사고로 최근 수년간의 기억을 깨끗이 잊어버렸다. 의사는 선택적 기억상실증이라고 진단한다.
작가인 남편 준석(이무생)은 그런 덕희가 안쓰러운 듯 늘 자상하게 대한다. 더없이 다정한 부부 사이지만, 덕희는 언제부턴가 준석이 조금씩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다.
장윤현 감독의 신작 '당신이 잠든 사이'는 준석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의심에 빠진 덕희가 진실에 접근해가는 이야기다.
덕희와 준석의 첫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를 꿈꾸던 준석은 장애인 체험을 하는 덕희와 우연히 마주친 순간 사랑에 빠진다.
이야기는 준석과 결혼한 덕희의 교통사고 장면을 거쳐 바로 현재로 넘어온다. 덕희가 결혼 이후 어느 시점부터 사고가 날 때까지의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관객도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영화는 덕희의 시선을 따른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덕희에겐 일상의 사소한 일도 의문을 낳고,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게다가 준석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뭔가 숨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경험이 하나둘 쌓이면서 거대한 미스터리가 덕희를 에워싼다. 준석이 저술작업을 하려고 강원도로 떠나 덕희 혼자 남으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미스터리는 실체를 드러낸다.
한밤중에 걸려 오는 전화, 준석의 노모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덕희의 서늘한 표정과 같은 것들이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어찌 보면 식상할 수 있는 소재 위에 구축한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다만 마치 컴퓨터의 데이터를 삭제하듯 일정 기간의 기억이 깨끗이 지워지는 선택적 기억상실증이란 설정이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은 떨쳐내기 어렵다.
설령 그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요즘과 같이 온라인 공간에 과거의 온갖 흔적이 남는 시대에 누군가가 자신의 과거로부터 완전히 차단될 수 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추자현과 이무생의 빼어난 연기는 이런 단점을 상쇄한다. 특히 추자현은 이해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을 의심하다가 점점 무서운 생각에 빠져드는 덕희에게 몰입한 듯한 연기를 펼친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2022) 등 주로 드라마에서 활동해온 그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말과 행동의 이면에 뭔가 숨기고 있는 느낌을 자아내는 준석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무생의 연기도 돋보인다.
한석규·전도연 주연의 로맨스 '접속'(1997)과 스릴러 '텔 미 썸딩'(1999)으로 주목받았던 장 감독이 한·중 합작 영화 '평안도'(2014)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장 감독은 14일 열린 시사회에서 "우리에게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며 "착한 사람이 위기를 맞아 선함의 에너지로 뚫고 나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론 저예산이든 어떤 장르든 상관없이 자주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개봉. 100분. 12세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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