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봄 나들이] 매화, 눈부신 여신을 닮다...눈속에 한아름 담다

박준하 기자 2024. 3.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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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에서 만난 봄의 전령사 '매화'
섬진강 일대 10만그루 장관 이뤄
백매·홍매 등 각양각색 매력 뽐내
4월 꽃 떨어진 자리엔 매실 결실
옛날부터 술로 담그고 청 만들어
재첩국·참게탕·벚굴·광양불고기
지역 별미 즐기면 '백점만정' 관광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있는 홍쌍리 청매실농원에 희고 붉은 매화가 만발했다. 관광객이 매화를 놓칠세라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추운 겨울을 지나 여기저기서 꽃소식이 들려온다. 이제 기온이 오를수록 꽃향기는 더욱 짙어질 것이다. 올해는 봄이 빨라 꽃이 피는 시기도 일주일씩 당겨졌다고 한다. 일찍 핀 매화·산수유는 물론이고 3월 중하순부터는 유채꽃·벚꽃도 한꺼번에 고개를 내민다. 다양한 꽃이 만개하는 때를 놓칠 수는 없는 법. 봄의 전령사 매화를 만나러 전남 광양으로 향했다.

“매화는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매화를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대표적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은 이 말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매화는 추운 겨울부터 꽃망울을 맺지만 비바람이 불어도 쉽게 꽃이 떨어지지 않는다. 매화만큼이나 열매인 매실도 사람들에겐 참으로 유익하다. 그렇다면 매화나무라고 부를까, 매실나무라고 부를까? 이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꽃을 본다면 매화나무라 하고, 열매를 본다면 매실나무가 된다. 3월에 꽃을 피우면 4월부터 꽃이 떨어진 자리에서 열매가 자라기 시작하리라.

광양은 우리나라 매실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매실 주산지다. 매화 덕분에 봄의 광양은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맘때 광양을 찾으니, 잘 키운 꽃이 지역경제에 큰 밑천이 되는 셈이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1997년부터 다압면 도사리에 있는 홍쌍리 청매실농원에서 열리는 광양 매화축제다. 축제를 만든 건 식품명인 제14호인 홍쌍리 명인이다. 홍 명인은 “매실이 내 아들이면, 매화는 내 딸이다”라는 말을 했다. 16만5289㎡(5만평) 규모인 홍쌍리 청매실농원을 포함해 광양 섬진강 일대에는 매화나무 10만그루가 자란다. 올해 매화축제는 17일까지 마무리됐지만 이달말까지는 꽃을 볼 수 있단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봄은 매화로 온다’는 말처럼 광양의 매화를 보면 우리나라에 봄이 온 것을 알 수 있다”며 “4월 신안 난초 축제, 5월 담양 대나무 축제, 10월 함평 국화 축제 같은 ‘매란국죽’ 축제가 사계절 동양화처럼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나뭇가지 위에 하얗게 피어 있는 백매.
눈이 시릴 정도로 붉고 아름다운 홍매.

홍쌍리 청매실농원에 다다르니 그야말로 ‘매화 안개’가 자욱하다. 수많은 하얀 매화가 백운산에 걸쳐 운무처럼 보일 정도다. 농원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더 많은 매화나무를 볼 수 있는데, 흰색·붉은색·연분홍색 등 다양하다. 피처럼 붉은 홍매가 있는가 하면, 흰 도화지같이 깨끗한 백매도 아름답다. 매화라고 다 똑같지도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가지가지 모양새를 한 나무에 매화가 피어 있다. 자세히 보면 꽃의 모양도 접시형·주발형 등 다채롭다. 관광객들은 이제 처음 본 꽃인 양 저마다 매화를 배경으로 사진 남기기 바쁘다. 농원의 굽은 길을 따라 2시간은 꼬박 돌아야 이 모든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김지숙씨(77·서울 서초구)는 “매화 구경하는 재미에 발 아픈 줄도 몰랐다”며 “봄이 온 것을 여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숨을 헉헉거리며 농원 꼭대기까지 오르면 산기슭을 뒤덮은 매화가 섬진강과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취화선’ ‘다모’ 등 많은 영화·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한 이유다.

내 몸에 유익한 게 눈에 담은 풍경뿐이랴. 매화는 옛날엔 떡으로도 만들어 먹고, 차로도 마셨다. 한철 아름다움을 뽐내고 매실이 되면, 매실주를 담가 마시고, 청을 만들어 매실차로도 활용한다. 배앓이에도 매실이 좋다. 한국매화연구원에 따르면 매실은 예부터 몸속의 독을 없애는 데 특효라고 했다.

광양 여행을 가면 꼭 먹을 것을 추천하는 별미 ‘참게탕’.

매화만 보고 오기 아쉽다면 광양의 미식도 함께 즐기고 오자. 섬진강 주변에는 민물조개인 재첩을 넣고 끓인 ‘재첩국’과 강 하구에 서식하는 참게를 얼큰하게 간한 ‘참게탕’ 파는 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첩국도 좋지만 바삭한 ‘재첩전’도 별미다. 벚꽃 필 무렵에 많이 잡힌다는 ‘섬진강 벚굴’도 명물이다. 칠성리 쪽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광양불고깃집이 많다. 넓게 펼쳐 화로에 적당히 익힌 광양불고기는 달짝지근해 잃어버린 입맛도 되찾아준다. 눈으로, 입으로 광양을 즐기고 나서 발길을 돌리려니 벌써 광양이 그리워진다. 꽃구경하기 참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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