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아름다운 해변 바라보며 휴식, 지척에 돌산·문화유산까지...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앤스파
휴가지를 열심히 물색하다가 결정이 어려워지면 으레 이렇게 말한다.
“그냥 동남아나 가자.”
동남아 여행 대부분이 비슷하다. 호텔에서 해변, 관광지, 쇼핑몰, 식당가를 쳇바퀴 돌 듯 몇 번 오간다. 가끔 스노클링을 하다가 수영을 하고, 새우나 게 요리를 먹는다.
그리고 누구나 가는 관광지 구경을 기계적으로 나선다. 중간에 한국 식당 한두 번 정도 찾는 일정도 빠질 수 없다. 중간에 패키지 투어 중간에 낀 기념품 가게에서 선물이라도 좀 사면 어느새 저녁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 국가 베트남이라고 다를 바 없다. “왜 베트남으로 가냐”고 물으면 많은 경우 “싸고 가까워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베트남 여행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정녕 이 뿐 일까.
미처 몰랐던 베트남이 나타나는 데까지 5시간이면 충분했다.
인천에서 뜬 비행기가 다낭 공항에 닿자 쌀쌀한 겨울은 따뜻한 봄으로 변했다. 다낭공항을 벗어나 느린 속도로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는 내내 길가에 핀 꽃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다낭이 그저 가깝고 저렴해서 매력적인 바다 휴양지라는 건 반쪽 짜리 생각이었다. 뻔한 예상은 지워졌다.
무아지경에 빠져들 만큼 넉넉한 해변, 한국어로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들, 여느 지중해 휴양지 못지 않은 음식까지. 다낭이 가진 진짜 매력은 오히려 바다 바깥에 있었다.
공항에 내려 차로 20분을 달리자 다낭 최대 규모 리조트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앤스파’에 도착했다.
이 곳은 20헥타르(약 6만평) 부지에 750m에 달하는 백사장 해변과 5개 수영장을 갖췄다. 높이 솟은 시내 호텔과 달리 객실 대부분이 바다를 바라보고 야트막하게 자리를 잡았다. 객실 내부 벽과 바닥·침구·소파를 흰색과 자연스러운 나무색으로 통일감 있게 맞춰 안락함이 느껴졌다. 바다를 향해 낸 통창은 시원하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짐을 내려 놓자마자 바로 저녁 자리에 나섰다. 해변을 뒤로 한 잔디밭에 펼쳐진 테이블에 앉으니 운 좋게 저녁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등 뒤로 다낭에서 가장 넓은 농 눅(Non Nuoc Beach) 해변이 펼쳐졌다. 한적한 바다 오른편으로 석양을 담은 주홍 파도가 밀려왔다. 어린이와 함께 한 가족들은 지는 해에도 해변 물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베트남 다낭은 중부 지역 최대 상업도시다. 오랜 기간 동서양을 잇는 국제무역항으로 활약했다. 지금은 휴양지와 관광지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다낭은 서울과 이름이 같은 송 한(Song Han, 한강)을 기준으로 크게 시내와 해안가 방향으로 나뉜다. 강가 근처 시내에는 카페, 펍, 레스토랑, 대형 호텔이 몰려 있어 야경을 즐기며 술을 마시려는 여행객들이 항시 붐빈다.
리조트가 몰린 해변 구역은 정 반대다. 오롯이 바다만 바라보며 휘적휘적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른 아침 리조트 뒤편 조용한 해변으로 나가니 흰 밀가루처럼 부드럽고 고운 백사장이 수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졌다. 자갈 하나 없이 새하얗고 고운 모래 위를 뽀드득 소리내며 걷다 보니 절로 마음이 평안해졌다.
농 눅 해변은 리조트 뒤로 750미터가 이어진다. 해변 곳곳에는 해먹에서 책을 읽거나, 가족과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시끄러운 모터 소리는 없었다. 농 눅 해변에서는 오로지 무(無)동력 해양 스포츠만 가능하다.
리조트를 지나 더 멀리 걸었다. 이내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로 뽑힌 미케 해변(My Khe Beach)으로 이어졌다. 미케 해변은 농 눅 해변보다 분주하다. 베트남 현지인과 어울려 시끌벅적한 공놀이를 즐기거나, 해변 인근에서 수제 맥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한적함 대신 번다한 해변을 찾는다면 이곳이 더 적합하다.
꼭 바다를 좋아하지 않아도 좋다. 리조트 지척에 야트막한 산, 문화유산이 자리잡은 역사지구가 자리했다.
바로 반대편으로 시야를 넓히자 다낭이 자랑하는 신비한 언덕이 보였다. 리조트 길 건너 편 마블 마운틴(Marble Mountains)이다. 차로 5분이면 도착한다.
이 산은 석회암과 대리석으로 이뤄진 봉우리 5개짜리 돌산이다. 화산·수산·목산·금산·토산 다섯 개 봉우리를 전부 합쳐 다낭 사람들은 오행(五行)을 관장하는 산이라 해 ‘오행산’이라 부른다.
각 봉우리마다 동굴과 수많은 터널이 자리한다. 이 동굴과 터널은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 비밀기지로 쓰였다고 했다. 지금은 불교 사원들이 이 자리를 대신했다. 정상에 오르겠다는 욕심보다 문화와 정신을 느끼려는 경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리조트에서 수영을 빼놓을 수 없다. 바다를 바라보며 리조트 중앙 수영장에서 즐기는 수영은 유난히 매력적이다.
정희경 하얏트 리젠시 다낭 이사에게 ‘전체 리조트에서 어느 장소가 가장 상징적이냐’고 물으니 “중앙 수영장에서 양쪽에 야자수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 가장 아름답다”며 웃었다.
조용한 힐링을 원한다면 리조트 안에 마련된 비에 스파(vie spa)를 찾아가면 좋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 스파는 다낭 일대 5성급 리조트 가운데 이름에 유일하게 ‘스파’를 내세웠다. 명성만큼 독특한 베트남식 마사지를 선보인다. 관절을 뚝뚝 꺾는 태국식 마사지와 달리 부드럽게 근육을 어루만진다.
여독이 오른 마지막 날 비에 스파를 찾았다. 직원은 평소 건강 상태와 집중적으로 마사지 받고 싶은 신체 부위, 강도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활력을 주는 향 혹은 긴장을 풀어주는 향처럼 컨디션에 맞는 오일을 고를 수 있다. 웰니스를 추구하는 투숙객이라면 아침마다 펼쳐지는 요가와 달리기 클래스도 추천한다.
지난해 새로 단장한 비치 클럽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베트남 요리와 서양 요리를 동시에 맛보는 것도 리조트 여행을 오롯이 즐기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중부 요리에는 레몬그라스와 박하, 레몬 등 세 가지 향료가 흔히 쓰인다. 맑은 쇠고기 육수 쌀국수, 코코넛 우유를 넣어 만든 커리, 바나나 잎으로 감싸 향을 입힌 생선 요리가 유명하다.
프랑스 출신 리조트 수석 셰프 피에르는 베트남 견과류와 바닐라 빈처럼 여러 재료와 향신료를 쓴 비법 소스를 선보였다. 새콤한 수프와 땅콩에 마늘을 곁들인 소스를 함께하니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올라왔다. 바로 옆 바다에서 잡은 신선한 새우와 바닷가재는 숯불에 바로 익혀 상으로 올라왔다.
리조트 특성상 요리 대부분에 향신료를 지나치게 강하게 쓰지 않았다. 현지 특성을 적당히 살려 동남아 음식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무난하게 생경함을 받아 들이는 듯 보였다. 한 켠에서 연인들은 해변을 바라보며 베트남 전통 바나나 케이크에 시그니처 칵테일 한 잔을 곁들였다.
오후 6시 30분 무렵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식당에 앉아 있던 투숙객들이 노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비치클럽 발코니로 모여들었다. 푸른 칵테일 잔에 비친 노을 빛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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