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든 '10만전자'…손절한 116만명 개미들 돌아올까
"판매가↑ 재고↓"…올 1분기 반도체 '흑자전환' 기대
최근 주가 변동성 커…주주들 "8만원 돌파 전 조정기"
국민주 삼성전자가 올해 '10만전자'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6분기만에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에 성공할 거란 기대에서다. 본격적인 실적 개선 구간에 진입하며 주가도 재도약할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 눈높이를 점차 높이고 있다. 올해 10만전자를 전망한 증권사는 총 4곳이다. 하나증권이 처음으로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목표가를 높여 잡은 후 메리츠증권과 SK증권도 같은 수준을 제시했다.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무려 10만5000원을 전망했다.
한동안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로 인해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다. 작년 영업이익은 6조5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84% 감소했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약 15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해 15년 만에 실적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2021년 초 10만원대를 바라보던 주가도 지난 1년간 5만~7만원을 오갔다.
이러한 흐름에 개인투자자(개미)들은 삼성전자를 떠났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는 521만6409명으로 전년 대비약 116만명, 18.2% 감소했다. 주가 횡보와 함께 2차전지주 열풍이 불면서 수급이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주식 소유자 수 1위를 유지하며 국민주 자리는 지켰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 모두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1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흑자 전환을 점쳤다. 전체 시장에서 약 4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D램과 낸드(NAND)의 판매 가격이 점차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그동안 반도체 업계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러 공장 가동률을 낮추며 재고를 관리해왔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을 35% 늘린 데 따른 효과로, 올해 상반기 판매가격 추정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D램은 올 1분기, 낸드는 2분기 내로 적정 재고 수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기대보다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1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 판매가격 상승률은 D램이 18%, 낸드는 29%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1분기 이내에 1조원 이상의 재고평가손실 충당금도 환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약진도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부터 8단 HBM3E(5세대)를 출하할 예정이다. HBM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열풍에 따라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고부가가치 반도체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성능이 높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한 SK하이닉스와 점유율 경쟁에서 밀려왔다.
김영건 연구원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초기 의사결정은 늦었지만,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경쟁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아직 8단 HBM3E 제품 출하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벌써 12단 제품에 대한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8단 제품 매출액은 하반기 중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647.5% 늘어난 4조7855억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71조7420억원으로 12.54% 뛸 전망이다.
다만 최근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69% 하락한 7만2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속 사흘간의 상승분을 하루만에 반납했다. 이날 개인은 3거래일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서며 66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도 4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698억원을 팔아치웠다.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에 주주들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주주는 종목토론방에 "주가가 반등 직전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라며 "다음 주 '8만전자' 충분히 간다"는 의견을 냈다. 이밖에 '덩치가 이렇게 큰 주식도 떨어질 땐 확 떨어지는구나', '외국인이 다시 들어오지 않으면 주가 상승 어렵다' 등 반응도 있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물론 회사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도, 주가는 외부 상황까지 반영하므로 정확한 반등 시점을 예견하긴 어렵다"면서도 "삼성전자 실적은 최소한 더 나빠질 것이 없다. 하반기로 갈수록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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