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정년만 늘려달라는 현대차·기아 노조

장동규 기자 2024. 3. 1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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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신규 채용 vs 정년 연장] ③사회적 합의 없는 정년 연장은 해법 아냐
[편집자주] 일자리는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을 뜻한다.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일자리를 두고 이해가 상충하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중이다. 고령 근로자의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근로자들의 고용을 늘리면서도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이웃나라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5/뉴스1


▶글 쓰는 순서
①일자리 갈등, 부모가 자식 일자리 뺏는다고
②정년보단 생산성 평가가 우선
③정년만 늘려달라는 현대차·기아 노조



현대자동차·기아·포스코 등 대기업 노조는 정년 연장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난 데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 기준이 정년 기준보다 뒤에 있기 때문에 정년을 64세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정년 연장에 대한 기업 부담과 신규 채용 문제를 들며 노조와 대립하고 있다.


정년 연장 기업부담이 큰 상황


2020년도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이 열린 가운데 하언태 사장(오른쪽)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경영계에서는 입금체계 개편 없이 현대차·기아 등 일부 대기업 노조들 주장대로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년과 비정규직의 일자리 진입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청년 인재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자칫 기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동시에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인구는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973만 명으로 1년 전보다 5%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국내법으로 정해진 정년은 60세"라며 "사회적 합의 없이 기업이 나서서 정년을 연장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0.5/뉴스1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정년 연장의 비용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간접비용 포함해 15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노조는 '베테랑 제도'를 통해 목표한 정년 연장을 이루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베테랑 제도는 정년 퇴직자를 최대 1년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제도다. 기아노조 관계자는 "베테랑 제도를 통해 계약직 형식으로 임금을 낮추고 정년퇴직 자들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면서도 "결국에는 64세 정년 연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계속 고용과 청년 일자리까지 다각도로


정년연장과 청년일자리 까지 사진은 5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모습. 2024.2.5/뉴스1
좋은 일자리 소위 말해 대기업과 공기업에서는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로 세대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자동차정비나 부품생산 관련 업종에서는 청년 구직자들을 찾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노동자 고령화로 청년을 뽑고 싶지만 지원이 부족해 기존 인력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가 정년 이후에도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계속 고용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고령화와 근로 인구 감소 대비책으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계속 고용제도는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방식으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능력이 있는 60세 이상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방식인 재고용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고령자 계속 고용 정책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30인 이상 기업 1047개 사 중 67.9%의 기업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다시 고용하는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26.3%, '정년 폐지'는 12.8%에 그쳤다.

이처럼 계속 고용 방식 중 정년 후 재고용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재고용 시 기존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에 따른 연령차별 처우 문제 등이 있다. 고용연장을 하지 못한 근로자의 고용 청구권 문제, 부당해고 문제, 퇴직금 산정 문제, 임금 조정과 분쟁 해결 절차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전문가들은 60세까지 정년으로 끝낸 뒤 재고용 시 역량에 맞는 조건으로 재계약하면 청년 신규 채용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에서 기업이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대응과 재고용 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정부에서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기업에서 알아서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보다는 능력 있는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고용연장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규 기자 jk3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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