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일자리 갈등, 부모가 자식 일자리 뺏는다고
[편집자주] 일자리는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을 뜻한다.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일자리를 두고 이해가 상충하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중이다. 고령 근로자의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근로자들의 고용을 늘리면서도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이웃나라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①일자리 갈등, 부모가 자식 일자리 뺏는다고
②정년보단 생산성 평가가 우선
③정년만 늘려달라는 현대차·기아 노조
'정년 연장'은 노동계 화두다. 일부 대기업 노조들이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핵심 카드로 활용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는데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노사는 평행선은 달리고 있다. 올해 임단협 주요 쟁점도 정년 연장 관련 조건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일할 수 있는 나이 기준인 '정년'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정년을 '60세'로 명시했지만 은퇴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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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정년 60세 상향 조정 후 55세 이상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늘어난 고령자 일자리 대부분이 임시·일용직에 머무르거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인 경우여서 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경총은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여러 사회적 갈등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본다. 먼저 국내 기업들이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어서 정년 연장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임금과 생산성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1년 근속 미만 근로자 대비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의 격차는 한국이 2.95배인 반면 일본 2.27배, 독일 1.8배, 프랑스 1.63배, 영국 1.52배였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 하면서 계열사와 협력사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도 같은 이유다.
고령자 정년 연장이 청년들의 고용 여력 감소로 이어져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도 우려된다. 부모가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많은 급여를 받더라도 자녀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근로자들을 위한 일자리는 민간보다 공공분야에서 마련하는 것이 맞다"며 "청년들의 취업이 빨라지면 결혼과 출산 등 효과로 인구 감소 완화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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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업들은 고령자 계속고용정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임금인상이 보장되는 정년이 아닌, 재고용을 통한 계속 고용으로 고령 근로자의 전문성을 활용하면서도 청년 취업문을 열 수 있다고 본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들은 임금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업규칙에 대한 개선을 희망한다"며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산업화 시대의 연공 중심 임금체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정년을 정하기보다 계속 고용을 위한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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