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 영부인 VS 그림자 영부인…질 바이든·멜라니아 트럼프의 상반된 패션 전략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2024년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로 윤곽이 잡힌 상황에서 바이든 선거캠프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 의회 국정연설 이후 24시간 동안 1000만 달러(약 131억원)의 후원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루 기준 최고 기록으로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 1월 한 달 동안 모은 800만 달러(약 104억원)보다도 많다고 전해진다. 최근 질 바이든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최측근 권력자라는 보도가 적지 않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서는 그의 차남 에릭과 결혼한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인 라라는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선거를 지원해 왔으며, 최근 공화당의 선거자금 모금·집행을 총괄하는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직을 맡으면서 선거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지난 정권에서는 트럼프의 딸 이방카에 밀리다가 지금은 며느리에게 밀려나는 모양새다. 11월 대선이 본선 경쟁에 돌입하면서 양측이 여성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리더들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선후보 부인인 질 바이든과 멜라니아 트럼프의 이미지 브랜딩을 ABC 차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A(Appearance)
재활용 실용패션의 대학교수 vs 화려한 명품패션의 얼음여왕
최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유세 현장에서 질 바이든은 그린칼라의 라운드넥 의상을 입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 연설을 했다. 공식적인 연설자리에서의 패션 스타일은 주로 우아하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취하되 패션이 지나친 화제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성향으로 분석된다.
정갈하되 실용성과 자연스러움을 꾀하는 그의 패션은 ‘학생을 가르치는 영부인’이라는 이미지 브랜딩을 강화한다고 분석된다.
반면에 화려한 명품패션을 선호하는 모델 출신 멜라니아 트럼프는 최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여사의 장례식에 디올의 그레이 컬러 코트를 입고 참석해 시선을 끌었다.
뉴욕타임스는 회색 의상과 스타일이 멜라니아를 돋보이게 했지만 주변의 기대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멜라니아의 패션 중 특히 논란이 된 패션 3종 세트가 있다.
2017년 허리케인 피해 수재민 방문 시 킬힐을 신어서 문제가 됐고 2018년 아프리카 순방 시에는 식민 지배의 상징과도 같은 하얀색 모자 ‘피치 햇’을 써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뒤에 ‘I Really Don’t Care, Do U?(나는 정말 신경 안 써, 당신은?)’라는 문구가 쓰인 국방색 옷을 입어서 논란이 됐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가족의 부모와 자녀를 강제 격리·분리하는 가족분리 정책으로 고통받고 있던 미국과 멕시코 국경 부근 방문 시 그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은 국가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에 시간·장소·상황(TPO)에 맞는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B(Behavior)
정치적 동반자 vs 수동적 방관자
교육학 박사 출신인 질 바이든은 영부인이 된 후에도 계속 영문학 교수로 근무하면서 ‘일하는 영부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제지하면서 질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 이미지가 강하다.
뉴욕타임스 백악관 출입 기자인 케이티 로저스에 의하면 질 바이든은 바이든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게이트키퍼’라고 평가했다. 질 바이든은 대통령의 모든 비밀을 공유하고, 공식 일정 대부분에 동행하며 식사 메뉴까지 챙긴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그가 참모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충성심’으로 불충한 모습을 보이면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예로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과거 경선 때 바이든을 공격했던 일로 지금까지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고 전해진다.
반면에 수동적인 내조로 ‘그림자 영부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멜라니아는 남편을 중재하거나 내조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멜라니아는 선거유세 등에 동행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형사 기소된 계기 중 하나인 2021년 1월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난입 사태 당시 멜라니아는 백악관 내 양탄자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고 전했다.
이어 “멜라니아는 남편의 (공격적인 성향을 말리는) 중재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남편이 (외부에서) 공격받으면 남편에게 반격하도록 부추기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멜라니아는 ‘수동적 방관자’라고 분석된다.
C(Communication)
고령 논란 정면돌파 vs 폭력사태 거리두기
질 바이든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자 “내 남편이 늙었다는 건 그가 현명하다는 증거”라며 고령 논란을 정면돌파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유세 현장에서 질 바이든이 마이크를 잡고 여성 낙태권 보호를 강조하며 “우리 딸의 미래가 위태롭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트럼프는 여성과 가족에게 위험하기 때문에 그가 승리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한 그녀의 연설은 인상적이었다. 이런 모습은 백악관의 실질적 권력자로서 ‘바이든 대통령의 문지기’로 통하는 질 바이든 여사가 선거운동 선봉자의 이미지를 강화한다고 분석된다.
반면에 멜라니아는 선거나 정치에 거리를 두는 스타일이다. 트럼프 비서실장이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발언을 하실 생각이 있느냐”고 했지만 멜라니아는 단호하게 “그럴 생각 없다”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부부 불화설이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을 염려한 탓인지 최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멜라니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각종 형사 재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내용이다.
“멜라니아에게, 사랑합니다. 그 많은 기소, 체포, 마녀사냥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당신은 항상 나를 지지했어요. 당신의 도움, 친절, 따뜻함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항상 나의 전부예요, 멜라니아! 사랑하는 남편, 도널드 J. 트럼프”라는 내용인데 이 메시지를 받은 멜라니아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미국 대선이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뒤지던 바이든은 45대 45, 원점이 됐다. 다만 바이든이 좋아서 지지한다는 응답(26%)보다 트럼프가 싫어서라는 응답(30%)이 더 많았다.
결국 누구를 더 싫어하느냐의 비호감 대결 속에서 한동안 트럼프가 앞서던 여론조사도 박빙 양상을 보이며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헤일리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 가운데 과반수가 바이든을 지지하면서 트럼프가 중도보수층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자신의 경제 상황이 나아졌냐는 질문에는 48%가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여성 표심이 후보별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양 진영 퍼스트레이디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는 시대적 중요 이슈를 전하는 브리핑이기 때문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