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트럭 크기·용도 변경"···'전기상용차 혁신' 나선 현대차·기아 [Car톡]
고객 요구 반영한 맞춤형 생산으로 전환
필요에 따라 적재함 크기·용도 다양화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용 목적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는 차량을 시장에 내놓는다. 공급자 관점에서 비슷한 형태의 차량을 대량 생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객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잠재력이 큰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지며 새 성장 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 ‘ST1’ 첫 공개···전기차 라인업 상용차로 확대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4일 전기 상용차에 적용할 새로운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인 ‘ST1’의 디자인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ST1은 섀시(차량의 뼈대)와 캡(승객실)만으로 구성했다. 차량의 뒤쪽의 적재함은 사용 목적이나 방법 등에 따라 최적화해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확장할 수 있다.
차명인 ST1은 ‘서비스 타입1(Service Type1)’의 약자다. 폭넓은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의 첫 번째 모델이라는 뜻을 담았다. 현대차의 1톤 트럭인 ‘포터’로 대표하는 기존 상용차가 생산 단계부터 정해진 형태로 제작된다면 ST1은 고객별 요구사항을 고려해 주문 제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T1의 외장 디자인은 비즈니스 차량인 만큼 안전성과 실용성을 갖추는 데 큰 비중을 뒀다. 전면부는 충돌 안전에 강한 세미 보닛 타입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세미 보닛은 보닛의 절반 정도가 승객실보다 앞으로 돌출된 형태다. 충돌 때 차체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안전성을 높였다. 전면 범퍼와 측면 사이드 가니쉬, 후면 트윈 스윙 도어 테두리 등 자주 긁히는 부위에는 블랙 컬러의 프로텍터를 얹어 차량을 보호하는 동시에 세련미를 살렸다.
지상고는 기존 상용차보다 낮추고 적재 용량은 극대화했다. 지하주차장처럼 높이 제한이 있는 공간도 쉽게 진입할 수 있고 작업자가 적재함을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는 ST1의 대표 라인업인 카고와 카고 냉동 모델을 먼저 개발했다. 카고와 카고 냉동 모델은 섀시캡에 각각 일반 적재함과 냉동 적재함을 장착해 물류 및 배송 사업에 특화된 차량이다. ST1의 개발로 전동화 라인업을 승용차에 더해 상용차 모델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ST1은 다채로운 확장 가능성을 지닌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며 “물류와 배송 사업에 최적화된 차량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용도에 맞춘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는 만큼 많은 고객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중 ST1의 주요 사양과 제원, 가격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ST1의 카고와 카고 냉동 모델의 판매를 국내부터 시작한다.
기아 중형 ‘PBV’ 내년 출시···운전대→조명 변신·사무 공간 활용
기아는 현대차의 ST1과 비슷한 의미로 목적기반차(PBV)를 제시하며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갖춘 맞춤형 설계로 공간 활용의 혁신을 이루고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선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아는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의 출시를 시작으로 소형과 대형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 PV5는 △베이직(Basic) △딜리버리(Van) △딜리버리 하이루프(High Roof) △섀시캡(Chassis Cab) 등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 PBV 라인업은 스케이트보드 기반의 전용 EV 플랫폼 위에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모듈을 체결하는 형태를 채택해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는 PV5·PV7·PV1의 콘셉트 실물이 처음 공개된 바 있다. PV5 콘셉트 모델은 책상과 같은 평면을 제공하는 운전석과 조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티어링휠을 통해 운전자에게 사무실과 같은 경험을 제공해 주목을 받았다. 대형 PBV인 PV7은 라인업 가운데 가장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주행 거리도 길어 장거리 물류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소형 PBV인 PV1는 단거리 물류 운송에 최적화된 모델로 드라이빙 모듈을 사용해 좁은 공간에서 회전 반경을 최소화했다.
기아는 PBV에 디지털 제어 및 자율주행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한다. 또 PBV 상품기획·개발 단계부터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는 ‘고객 참여형 차량 개발 프로세스’를 새로 도입해 제조 혁신에 나선다. 이를 위해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15만 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춘 PBV 전기차 전용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구축하고 있다.
기아 PBV의 혁신은 ‘이지스왑’(Easy Swap) 기술에 힘입어 극대화될 전망이다. 이지스왑은 소비자의 스타일에 맞게 라이프 모듈을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통적인 볼트 체결 방식 대신 마그네틱 체결과 기계적 체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유닛을 통해 별도의 차량을 신규로 구입하지 않아도 원하는 비즈니스 형태에 따라 차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2025년 중반 론칭 예정인 PBV 비즈니스는 기아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핵심사업”이라며 “오토랜드 화성에 건설 중인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비롯해 생산, 판매 에코시스템,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필요한 사항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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