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원조' 日에 협력 요청···韓 증시, 날개 달까 [선데이 머니카페]
좀비기업 페널티 참고할지 주목
협업 유인 적어 실제 성사 미지수
한국거래소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와 협력할 계획입니다. 일본은 수년 간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해오고 지난해부터 시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거래소는 기업들과도 수차례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거래소는 도쿄증권거래소와 기업가치 제고 사례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양국 거래소는 앞서 지난달 말 한 차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거래소가 도쿄증권거래소와 밸류업 사례 공유를 추진하는 이유는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 시기가 당초 6월에서 5월로 앞당겨진 만큼 가이드라인 제정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일본 사례를 참고해 우리만의 밸류업을 보완·발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사례와 실무선에서 밸류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화상회의 등을 통해 파악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밸류업과 관련해 페널티 부분을 참고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이 기준 미달 ‘좀비기업’들의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 등 개선이 필요한 상장사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 등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습니다. 실제 일본 정부는 2026년까지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상장 폐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일본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폐지 요건에 PBR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PBR지수 등을 개발하고 있는데 일본의 ‘JPX Prime 150지수’ 등이 자금 유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적극 참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JPX Prime 150지수는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PBR이 1배 이상인 종목들로 구성됐습니다. 우리 거래소도 PBR이 낮지만 성장성이 있는 종목과 밸류업이 된 종목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할 예정입니다. PBR이 낮은 종목들로만 구성하면 투자 유인이 없고 이미 밸류업이 된 종목은 성장성이 담보되지 않는 딜레마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JPX Prime 150지수의 성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도쿄증권거래소가 보완 중”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한 부분은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코스닥협회는 다음달 11일부터 사흘 간 국내 코스닥 20여개사와 함께 일본 출장 길에 오릅니다. 이번 출장은 코스닥 상장사의 밸류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금융위 내부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0개 사에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이를 코스닥 전체로 확대하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실제 금융 당국에서도 모든 상장사가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코스피 상장사에 더해 코스닥 시장까지 밸류업 범위를 대폭 넓히게 된 배경은 일단 가능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놓기 위함입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코스닥 모든 기업에 다 적용하자는 분위기”라며 “드라이브를 굉장히 강하게 걸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금융 당국이 코스닥 상장 기업까지 밸류업 프로그램 확장을 검토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대다수인 코스닥 시장에서도 기업가치를 높여 국민의 자산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를 개혁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소액주주는 회사의 주식이 제대로 평가를 받아서 주가가 올라가야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기술주 중심이라 기업의 보유 자산이 적은 상황에서 얼마나 현실성 있는 밸류업 평가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 당국과 거래소는 5월 말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방침입니다. 당초 6월 중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한 달 가량 앞 당긴 것입니다. 하반기부터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장사를 별도로 공표하고 우수기업 선정 기준을 마련해 우수 사례를 집중적으로 발굴할 계획입니다. 코리아 밸류업지수 및 ETF를 통해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금도 적극 유치할 방침입니다. 기업들의 밸류업 인센티브로는 재정 당국 차원에서 세제 혜택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주가치 제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정 부분의 세액공제 또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이달부터 기업 규모별 간담회를 다음 달부터는 지역별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우리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다만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한 것이 현재까지 없어 협업할 유인이 적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고 실제 협업이 이뤄질지 미지수입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의 사례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어떻게 응답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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