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맞은 전기차 스타트업…'테슬라 대항마'도 휘청
전기차 수요 둔화에 잇따라 실적 악화
암울한 상황이지만 돌파책도 마땅찮아
일각에선 연쇄 구조조정 우려도 제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제2의 테슬라를 목표로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실적 악화에 잇따라 휘청이고 있다. 주가 급락에 보유자산마저 줄면서 도산 위기에 처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 수요는 줄고 경제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국면을 반전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터라 전기차 스타트업에 닥친 한파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는 최근 잠재적 파산 위험에 대비해 재무 자문사인 FTI 컨설팅·데이비스 폴크 로펌과 계약을 체결했다. 재무 구조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피스커 주가는 2020년 상장 이후 97% 폭락한 상태로, 현재는 1달러를 밑돌아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해있다.
피스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매출이 2억7300만달러(약 3600억원)인데 부채는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지난해 목표치인 1만3천대보다 적은 약 1만대를 생산했지만, 실제 고객에게 인도한 차량은 4900대에 그쳤다. 신규 투자금 유치도 모색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알려졌다.
피스커뿐만이 아니다. 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불린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도 적자와 자금 부족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4분기 순손실만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한해 동안 주가는 30% 이상 떨어졌다. 현금 보유고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79억달러(약 10조5000억원)로 1년 전 116억 달러(약 15조4천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리비안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올해 생산 목표치를 기존 8만대에서 5만7천대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대기 고객이 많다"며 생산량을 늘렸지만, 현재는 주문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조지아주에 건설중이던 전기차 공장은 착공 2년 만에 공사를 중단했고, 비용 축소 방안으로 전체 직원의 10%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2.63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4분기 분기 매출은 1억5700만달러(약 2087억원)로, 시장 예상치였던 1억8천만달러(약 24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4억달러(약 1조86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억6500만달러(약 4850억원) 줄었다.
실적은 악화되지만 이를 돌파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상항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일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가 떨어져도 기존 내연기관차의 판매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지만, 전기차 스타트업은 전기차 이외에 달리 부진에서 벗어날 방안이 없다. 전기차 시장이 무너지면 그야말로 직격타를 맞는 구조다. WSJ가 "전기차 스타트업은 매출 둔화를 버틸 수 있는 수익성 사업이 부재해 전기차 시장의 냉각에 더 노출돼 있다"고 분석한 배경이다.
대외적인 상황도 좋지 않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641만2000대로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성장률인 33.5%에 비해 16.9%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SNE리서치는 "올해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 연쇄적인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세 둔화 시점에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자금력이 약한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줄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한때 500개에 달한 중국 전기차 업체가 현재 40개 수준으로 쪼그라든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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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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