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낙점, 고졸 신인 선발 합류 결정… ‘150㎞+즉전감 커브’ kt에 신인상 후보 떴다

김태우 기자 2024. 3. 1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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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구상이라면 kt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되는 kt 1라운더 신인 원상현 ⓒkt위즈
▲ 원상현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구위 좋은 속구와 커브라는 확실한 결정구를 무기로 한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KBO리그 통산 152승을 거둔 레전드이자 대투수 출신이다. 아무래도 투수를 보는 눈이 조금 까다롭다. 고졸 신인이 그런 이 감독의 눈에 쏙 들어갔다고 한다면 그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면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부산고 출신 우완 원상현(20)은 그 바늘구멍을 통과한 선수다. 지난해 입단 직후부터 큰 기대를 받은 원상현은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호평을 이끌어내더니, 이제는 팀의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기 일보직전이다. 힘 있는 공을 던지고, 1군에서 확실히 통할 만한 결정구를 가지고 있다. kt의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강철 감독은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팀의 5선발 경쟁 구도에 대해 원상현을 일단 개막 5선발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토종 에이스인 고영표에 두 명의 외국인 투수(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 그리고 엄상백까지 선발 네 자리는 차 있는 상태다.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원상현 김민 조이현 이채호 등이 경쟁을 벌이던 구도였는데 일단 원상현이 우선권을 얻는 분위기다.

이 감독은 원상현이 풀타임 5선발로 뛸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향후 팀 마운드를 이끌어 갈 재목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고졸 신인에게 첫 시즌부터 많은 기대를 걸지는 않는다. 여기에 확실한 에이스인 소형준이 팔꿈치 수술 여파를 털어내고 시즌 중반 돌아온다. 이 감독은 “원상현은 신인이다. 이닝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개막 5선발로 낙점한 것은 그만한 힘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상현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이 좋은 구위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원상현 스스로도 가장 자신 있는 결정구로 뽑는 커브의 위력이 좋다. 이 감독은 결과적으로 5선발은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소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현시점 구위에서는 원상현이 가장 좋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 감독은 “어차피 소형준이 돌아와도 시작은 열흘 간격 로테이션을 해야 한다”면서 설사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도 원상현에게는 어느 시점 다시 기회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원상현은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 4-0으로 앞선 6회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뒤를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당초 이날 선발로 예정되어 있던 원상현은 혹시 모를 우천에 대비해 쿠에바스가 먼저 나서고, 이날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전체 성적은 3⅓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직 리듬이 완벽하지 않았던 6회 나온 것이었다. 7회부터 9회 1사까지는 굉장히 좋은 투구를 하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만한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삼진 5개를 잡았을 정도로 확실한 장점을 보여줬다. 이날 원상현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0㎞가 나왔고, 평균 구속도 146㎞로 위력이 있었다. 여기에 커브를 잘 섞었다. 커브가 던지기 쉽지는 않은 구종인데 코스를 잘 조절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던지면서 구종 테스트까지 했다. 6회보다는 7회 이후 투구 내용에 주목해도 될 만큼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강철 감독도 경기 후 “원상현도 첫 이닝은 약간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 안정된 피칭을 보여줬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 원상현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다면 신인상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kt위즈

경기를 마친 원상현은 “KIA 팬 분들께서 정말 크게 응원하셔서 등판부터 긴장을 많이 했다. 볼넷만 내주지 않았다면 쉽게 이닝을 풀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상대 타자를 출루시킨 것이 아쉬웠다”고 6회 실점 상황을 곱씹으면서도 “오늘 프로와서 처음으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좌타자에게 잘 통하는 것 같아 더 연마해보려고 한다. 커브는 개인적으로 정말 자신 있는 구종”이라고 이날 경기의 수확을 뽑았다.

이 감독의 현재 구상이 이어진다면 원상현은 올해 고졸 신인으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한 선수가 된다. 어쩌면 유일하게 개막 선발진에 들어가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신인상 경쟁에서도 일단 좋은 발판은 만들었다. 아무래도 선발로 꾸준히 뛸 수 있다면 인상이라든지 누적 기록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상현도 “감독님께서 선발로 믿고 맡겨주셨는데 등판할수록 스태미나도 잘 유지되고 구속도 안 떨어지는 것 같아서 고무적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정규시즌 들어가서도 경기 초반 더 집중하면 좋은 결과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선배님들께 궁금한 부분들 많이 물어보면서 시즌 준비 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원상현이 올해 80~100이닝을 선발로 잘 던져줄 수 있다면, 가뜩이나 막강한 kt 선발진은 현재의 전력이 더 좋아짐은 물론 미래까지 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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