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 “중단”했다던 마하 20의 극초음속 무기 괌에서 비행 테스트

이철민 기자 2024. 3. 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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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에 배치된 것은 처음
군사 전문가들, “중국과 북한 겨냥해, 도발 억제 효과 노려”

지난달 27일 미 공군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52H 전략 폭격기에 장착된 극초음속(極超音速) 무기인 ARRW AGM-183A 1기를 둘러싸고, 미 공군의 제23폭격비행대와 제49시험평가비행대 요원들이 대화하는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이른 바 ‘극초음속무기 친숙화 훈련’ 장면이었다.

지난달 말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마하 20의 공중발사 극초음속무기인 AGM-183A. 실제 탄두 임을 뜻하는 노란 띠가 둘러져 있다. /미 공군

ARRW는 미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이 주축이 돼 개발한 ‘공중발사 신속대응무기(Air-Launched Rapid Response Weapon)’라는 용어의 약자다. B-52와 같은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나 전투기에서 발사된 뒤, 항로를 변경하면서 음속의 20배 속도로 활강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이날 공개된 ARRW의 탄두 부분에는 노란 띠가 둘러져 있었다. 훈련용 모형(파란 띠)이 아닌 실제 탄두라는 뜻이다.

기지 측은 이른바 “참여한 공군 요원들은 모두 극초음속 무기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고 관련된 훈련을 받은 자들로서, ARRW의 운용과 배치를 둘러싼 전술적인 문제를 토의했다”고 발표했다.

미 공군은 동시에 괌에서 약 2500㎞ 떨어진 콰잘레인 환초의 레이건 미사일 테스트 기지 부근과 북서쪽으로 최대 2150㎞ 떨어진 공역(空域)에 대해 3월3일~10일 비행 주의보인 항공고시보(NOTAM)를 발표했다. 이 기간에 이 일대에서 ARRW인 AGM-183A의 비행 테스트가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앤더슨 공군기지가 ARRW 비행 테스트와 관련해, 3월3일~10일 항공고시보(NOTAM)를 발표한 공역. /X

이와 관련, 미국의 군사 전문지인 에어포스 앤 스페이스포스 매거진은 “이미 테스트가 실시됐을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미 공군은 테스트 실시 여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이 테스트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 공군이 극초음속무기 ARRW를 지금까지 비행 테스트하던 캘리포니아 서부 해역을 벗어나서, 이렇게 중국에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테스트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괌에서 중국 베이징까지는 약 4000㎞다. 재급유 없이 1만5000㎞를 날 수 있는 전략폭격기인 B-52H가 ARRW 비행 테스트를 굳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하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인 워존(war zone)은 “ARRW를 장착한 B-52가 일단 (중국의 공격 범위 밖인) 최대 4000㎞까지 동쪽으로 날아가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것도 실제 작전 미션이라는 것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의 한 관리는 에어포스 앤 스페이스 매거진에 “중국이 이번 테스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그들에게 달렸고, 우리는 테스트에서 가능한 한 최대한의 데이터를 추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테스트에서는 중국이나 북한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탐지ㆍ추적하는 미사일 감시 장비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군사전문가들이 미 공군 ARRW의 서태평양 배치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실 작년 3월 미 공군이 이 무기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기술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뒤지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래서 미 육ㆍ해ㆍ공군은 각각의 목적에 맞는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주력했고, 미 공군의 극초음속무기인 AGM-183A는 그 산물(産物)이었다. 전략폭격기 등에 탑재돼 중고도에서 발사되는 로켓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권 상층부에서 덮개(페어링)가 떨어져 나가면서 미 공군의 극초음속무기인 AGM-183A의 탄두가 노출되는 상상도/록히드 마틴

이 무기는 폭격기에서 발사된 뒤에 장착된 부스터로 극초음속에 도달하기까지 상층 대기권으로 급상승하고, 이후 분리된 탄두가 타깃을 항해 활강하면서 마하 20까지 가속된다. 이 속도에서 나오는 충격만으로도 웬만한 지하 벙커는 박살 나서, 굳이 재래식 폭발물을 탄두에 장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미 공군의 ARRW를 놓고 “러시아나 중국은 음속의 5~6배라는데, 우리 것은 음속의 17배인 ‘아주 끝내주는(super-duper)’ 무기”라고 공개적으로 자랑할 정도였다.

미 공군은 ARRW를 애초 2023년말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23년 3월 프랭크 켄달 미 공군 장관은 “ARRW의 두번째 공중발사 비행 테스트 결과가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다른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 공군은 다른 종류의 극초음속 무기인 HACM(Hypersonic Attack Cruise Missileㆍ극초음속 공격순항미사일) 개발에 나섰는데, 이건 속도가 마하 7로 상대적으로 ‘느리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Kinzhal)은 최대 마하 10이라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에 이미 25기 이상이 격추됐다.

초속 6.8㎞로 가변 활강하는 ARRW인 AGM-183A는 실전 배치되면 얘기가 다르다. 요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북한이 타이완과 한반도에서 고강도 무력 도발 조짐을 보일 경우에,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탓에, 미 공군은 작년 봄에 ARRW 프로그램의 “실패”를 발표하고도, 2024년까지 ARRW에 대한 테스트를 계속해서 그 결과를 분석하며 추가 개발 및 배치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에도 1억5000만 달러의 ARRW 연구개발비가 포함돼 있다.

미 공군은 괌 앤더슨 공군기지의 폭격태스크포스(BTF)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ARRW가 아직 충분한 작전 전개 능력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궁극적으로 앤더슨 기지의 BTF에 극초음속무기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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