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취재에 딱 걸린 아동 성착취 미수범, 처벌 가능할까? [법잇슈]

안경준 2024. 3. 1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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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에 “사귀자”며 ‘성착취’ 시도한 50대 기소
일부 네티즌 “실제 피해 없는데 처벌해도 되나?”
법조계 “경찰 아닌데” vs “괜찮다” 엇갈린 의견
‘불능미수’ 위험성 여부·통매음 요건 성립 ‘관건’
“상대를 미성년자로 인지…아청법 위반 처벌해야”
“위장수사로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실제 피해를 당하지 않았는데 기소가 가능한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팅앱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시도한 50대 남성이 검찰에 기소된 사실이 최근 세계일보 보도로 알려지자 다수의 시민이 이런 의문을 가졌다. 해당 사건은 언론사(KBS)와 시민단체의 위장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실제 미성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혐의를 인정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관련보도: 초등생에 “가슴 좀 보여줘” 채팅앱 삼촌…잡고 보니 50대 아저씨였다)

15일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대체로 “처벌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다. 다만 수사기관의 위장수사가 아니었다는 점과 성적 대화 상대가 실제로는 성인이었다는 점 등 법정에서 따져봐야 할 쟁점이 몇 가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쟁점 1】 민간기관의 위장취재 문제없나?

2021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n번방’ 사건 이후 ‘온라인 그루밍’은 우리나라에서 신종 성범죄로서 범죄 구성요건이 규정돼 처벌이 가능해졌다. 동시에 범죄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수사기관의 신분비공개·위장수사가 가능하도록 특례규정이 마련됐다. 다만 수사기관이 신분비공개·위장수사를 하려면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경찰이 아닌 민간기관이 위장취재 과정에서 적발한 범죄자는 처벌할 수 있을까.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수사기관의 특례를 규정한 조항인데, 제3의 기관이 이런 특례의 대상이 되는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 외의 사인이 신분을 위장하고 범죄를 일으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허정회 변호사(법무법인 안팍)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허 변호사는 “위장수사에 대한 특례와 무관하게, 본 사건의 경우 피고인에게 범행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의를 유발한 주체가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함정수사 등이 문제 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의 기회제공형이 아닌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일 경우 문제가 되는데, 수사기관의 개입 없이 이뤄지는 경우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판례도 있다. 2007년 대법원은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했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KBS 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스페셜 - 여전히 그 곳엔, 우쭈쭈' 방송화면. 유튜브 채널 KBS 시사 캡처
【쟁점 2】 불능미수 처벌 가능한가?

검찰이 이씨에 적용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위계등추행)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등)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3가지다.

이중 미성년자추행과 성착취물제작·배포는 미수에 그쳤다. 해당 법에는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애초 피해자가 아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능미수에 해당하는데, 불능미수는 ‘위험성’이 인정돼야 처벌하기 때문에 재판부의 위험성 판단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십대여성인권센터 김수현 변호사는 “피해자가 실제 미성년자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미성년자로 인식하고도 범죄행위를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위행위를 유도함으로써 피해자 자신의 신체를 도구로 추행을 시도했고, 노출 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설득했다. 검찰에서도 이런 혐의를 인정해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 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 스페셜 - 여전히 그 곳엔, 우쭈쭈' 방송화면. 유튜브 채널 KBS 시사 캡처
【쟁점 3】 성인 대상 통매음 적용 가능한가?

이씨는 채팅 상대에게 음담패설을 하며 남성의 성기 사진을 보내 통신매체이용음란(통매음) 행위를 저질렀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통매음에 대해서는 고발하지 않았으나, 검찰은 통매음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위장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 데다, 일반적으로 성인끼리 주고받는 음담패설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매음 혐의로 처벌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최근 일부러 통매음을 유도한 뒤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일명 ‘통매음 헌터’들이 있다”며 “이 사안에서 쉽게 통매음 유죄를 인정해주면 유사한 방식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시민들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씨의 기소 소식을 알린 세계일보 기사에서는 위장취재 과정에서 적발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네티즌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범죄자들이 ‘운 나쁘게’ 걸릴 것을 우려하기보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김 변호사는 “최근 대부분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온라인에서 시작된다.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는 입법 목적은 변화한 범죄 트렌드를 반영해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함”이라며 “상대를 미성년자로 인식한 상태에서 성착취 목적의 대화를 할 경우 (실제 피해자 연령과 상관없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는 것이 이번 소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쭈쭈 사건 경위
 
십대여성인권센터는 2022년 KBS 시사기획 ‘창’의 온라인 그루밍 실태 폭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다. 제작팀은 20대 성인 여성 배우를 12세, 14세, 16세 미성년자로 설정해 랜덤 채팅앱에 가입했다. 해당 채팅앱은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가입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앱으로 데이트나 조건만남 성격이 아니었다.
 
자신을 30대라고 소개한 닉네임 ‘우쭈쭈’(50대 이모씨)는 상대를 12세 초등학생으로 인지하고도 남성의 성기 사진을 보냈다. 이어 “사귀자”면서 성적인 대화를 이끌었다. 이씨는 통화에서 “용돈을 주겠다”며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고, 돈을 벌 수 있는 행위인 것처럼 말했다. 또 신체를 노출한 사진을 찍어 전송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12세 초등생을 연기한 배우는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일관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법률지원단의 검토를 거쳐 ‘우쭈쭈’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 미만미성년자위계등추행),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 작·배포 등),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요행위등), 추행약취미수 등 4개 혐의로 서울중랑경찰서에 고발했다. 중랑서는 우쭈쭈의 신원을 추적해 전부 기소의견으로 지난해 6월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3개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5일 이씨를 기소했다.
 
<관련기사>
 
[단독] 초등생에 “가슴 좀 보여줘” 채팅 앱 삼촌…잡고 보니 50대 아저씨였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305516787

안경준·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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