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공천승계 불발에…김부겸·임종석·정세균 등 비명·친노 ‘극노’
양문석 논란에 정세균·이광재 "당 결단 촉구"…이재명 "표현의 자유"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거짓 사과' 논란으로 낙마한 서울 강북을에 현역 박용진 의원의 공천 승계가 불발되자 16일 비명계가 반발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 대표적인 비명계이자 당내 중도적 인물인 박 의원의 공천 배제는 자칫 중도층 표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명계·원로들의 반발이 제기됐다.
여기에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에 휘말렸던 친명(친이재명)계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공천 재고 요구까지 나오면서 당내 긴장 수위가다시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2시까지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북을의 새 후보를 전략 경선을 통해 뽑기로 했다. 정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한 박 의원을 공천하는 방식이 아니라 박 의원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열고 경선을 치르는 방식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경기 하남 신장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략경선 결정 배경에 대해 "어떤 경기에서도 승부가 났는데 1등이 문제가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언론 배포문에서 "당이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정 전 의원의 공천 철회 결정은 잘한 일이나, 박 의원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과연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10%에 들어 '경선 득표의 30% 감산' 페널티를 안고 경선에 임했다가 정 전 의원에게 패했다. 새로 치러지는 전략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동일하게 감산 적용을 받는다.
김 위원장은 "단지 강북을뿐 아니라 한강 벨트는 물론,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심히 염려된다"며 "당 지도부가 중도층 유권자들까지 고려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긴급호소문'을 통해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모두가 힘을 모아 윤석열 정권 심판에만 집중하게 해달라"고 언급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지도부에 박 의원을 강북을에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말 리스크'로 지목되는 양 후보 문제도 뇌관이다. 김 위원장은 "양문석, 김우영 등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있다"면서 "다시 한번 검증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도태우·정우택 후보 공천을 철회했는데 우리 당이 이런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옛 친노(친노무현)계도 반발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정 전 총리는 입장문에서 "노무현의 동지로서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공천 재고를 촉구했다.
정 전 총리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구현하고자 모인 사람들이 만들고 지탱하고 있는 정당이 민주당"이라며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건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노 적자로 불린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위기를 넘어 민심의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 당은 결단을 내려달라"고 적었다.
종로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양 후보 발언에 "깊이 유감으로, 자신의 정치적 인식이 저열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지적하면서도 "양 후보 공천 취소를 결정하기 앞서 더한 발언을 일삼은 국민의힘 정치인들부터 확인해 검증하면 좋겠다"고 했다.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써 당의 근간인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도부는 현재로선 양 후보의 발언은 정치적 비판으로, '막말'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양 후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가 있다. 다만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인데 국민 폄훼나 소수자, 약자 비하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어제 심야 최고위에서도 양 후보 논란에 대해 '정치란 정치인이나 정책 사안에 대한 비판의 자유가 열려있는 공론의 장으로, 그런 비판 발언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건 잘못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문제제기로 공천 문제를 재논의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에 "박용진·양문석 후보에 대한 문제는 명확히 말씀드렸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선대위 안에 여러분들이 있어 각자 생각이 일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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