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그려”...신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퇴근 후 방구석 공방]
[퇴근 후 방구석 공방 46화 - 토리야마 아키라를 기리며]
지난 8일 토리야마 아키라가 설립한 제작사 ‘버드 스튜디오’는 지난 1일 토리야마가 별세했다는 비보를 알려 충격을 주었습니다. 전세계의 언론들은 앞다투어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알렸고 각종 SNS에는 그를 애도하는 팬들의 포스팅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2년 넘게 버틴 회사생활을 관두게 되는데 유명해진 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서’, ‘원래 귀찮은건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등 개구지고 괴짜같은 토리야마의 이미지를 만드는 루머들이 돌기도 합니다. 하지만 휴재 한번 없이 15년동안 연재를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책임감 있고 부지런한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훗날 그는 자신의 2년 반의 직장 생활에 대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상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이 시간은 절대로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합니다.
퇴직 후 1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일러스트를 그리며 쪼들리는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주간 소년 매거진’의 신인상 작품 모집 기사를 보게 되는데 만화책를 그려본 적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었던 그는 50만엔이라 상금에 꽂혀 도전을 하게 됩니다.
결국 마감일까지 완성하지 못해 기회가 날아가지만 이후 ‘주간 소년 점프’ 신인상인 영 점프 상에 재도전합니다. 비록 수상은 못하지만 점프 편집자였던 ‘토리시마’의 눈에 들게 되고 토리야마는 매년 5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그리며 토리시마 밑에서 만화가로서의 자질을 쌓아가게 됩니다.
당시를 토리시마는 토리야마의 원고를 보고 “응, 그림은 잘그렸네”라고 하며 원고를 찢어버리기 일수였다고 하는데요. 이런 악마같은 편집장과 실제로는 형처럼 스승처럼 지냈다고 합니다.
드래곤볼을 연재할 때는 강력한 악역이 필요하다며 또 토리시마를 모티브로 피콜로 대마왕을 탄생시킵니다. 여담으로 토리시마 이후의 담당자들도 전부 악역으로 탄생시키는 등 담당자를 디스할 수 있어서 신이 난 토리야마는 만화를 통해 디스하는 유쾌함을 보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하는데요. 매주 분량을 뽑아야 되는 어마어마한 작업량을 소화하려면 말그대로 색을 채워가며 그릴 시간조차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워낙 작업량이 많아 사흘에 한 번씩 잠을 자는게 일상이어서 가끔 마감을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 기억도 못하는 블랙아웃이 몇 번이나 왔다고 합니다.
결과는 청소년으로 성장한 손오공을 그려온 토리시마의 의견대로 진행하게 되고 작품의 인기는 지금까지의 코믹스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워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닥터 슬럼프를 그릴 때 토리시마의 집요한 요구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연애 이야기를 그릴 수 밖에 없었는데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토리야마는 너무나 불만이었고 힘들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연애 얘기가 왜 들어가냐는 것이었죠.
결국 토리시마도 토리야마의 고집을 꺽을 수 없었고, 손오공과 치치 , 부르마와 베지터, 크리링과 18호등 드래곤볼에서는 페이지를 넘기면 결혼한 상태가 되어버릴 정도로 연애 이야기를 모두 스킵해 버렸죠.
심신이 지쳐갔지만 드래곤볼이 연재를 쉬게 되면 출판사의 모든 직원들이 밥벌이를 걱정해야 될 정도로 드래곤볼의 비중이 높았고 ‘인조인간 셀’ 편을 연재 할 때는 토리야마가 연재를 종료할 것을 우려해 문화부 차관이 직접 그에게 찾아와 연재를 계속 해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1995년 드래곤볼 Z가 완결되고 나서는 ‘더 이상의 장편 연재 작업은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고 하는데 이해가 됩니다.
1997년 닥터 슬럼프 애니메이션 제작이 결정되며 원화를 담당했고, 그 이후에도 샌드랜드, 네코마인, 은하패트롤 쟈코 등 단편만화 작업을 꾸준히 하고 86년부터 작업해온 드래곤 퀘스트 디자인 일도 계속하며 펜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포브스에서는 토리야마 아키라가 스누피의 원작자이자 미국 만화가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은 찰스 슐츠보다 재산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하니 그의 재산 규모가 가늠이 안 되네요.
미국 부동산 사업에 투자했던 그가 한화로 약 4억원을 탈세했다고 하는데 이에 토리야마는 “본래 일이 너무 바빠 세금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것에 대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고 했고 토리야마가 약 20년동안 낸 세금이 한화 약 1조원이 넘는다며 ‘대행업체에서 탈세한거 아니냐’ ‘탈세할 시간도 없이 연재했는데 무슨소리냐!’ 라며 그를 옹호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토리야마는 어떻게 만화가가 됐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물론 그 덕에 토리야마 스타일의 그림이 탄생하긴 했지만) 다른 작가의 만화를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토리야마에게 어느 날 편집자 토리시마는 슬램덩크란 만화를 읽고 있냐고 물었고 토리야마는 당연히 읽고 있지 않다고 대답을 하자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만화이기 때문에 한번 보라며 명령같은 권유를 했다고 합니다.
토리야마는 슬램덩크를 보고 토리시마가 왜 자신에게 이 만화를 보라고 한 건지 바로 알았다고 하는데요. 그림을 정말 잘 그렸고 또 센스가 있는 만화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토리야마는 만화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센스’라고 밝힌적이 있었습니다.
슬램덩크의 작가 ‘다케히코 이노우에’는 드래곤볼의 팬이면서 드래곤볼을 교과서처럼 생각한다고 말 한 적도 있습니다. 드래곤볼과 함께 점프에 연재하는 것은 기쁘지만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드래곤볼에게 엄청난 프레셔를 느꼈다는 이야기도 했었죠.
당시 다른 점프 만화가들에게 드래곤볼이 얼마나 위대하고 넘을 수 없는 두려운 존재였는지 알 수 있었던 일화이기도 합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 많은 감동과 재미, 추억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곳에서 편히 쉬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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