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국가 안보가 된 반도체… 동맹도 없는 美 우선주의 [심층기획]
초강대국 지위 유지 위해 반도체 육성
러몬도 “美 2030년 최첨단 칩 20% 생산”
정부·기업, 패권 탈환 한 몸처럼 움직여
인텔에 527억弗 생산 확대 보조금 지급
170억달러 투자한 삼성보다 9배 많아
美 국가적 총공세 대응 쉽지 않을 듯
美, 반도체 경쟁 대상 모든 나라들 꼽아
中 수출 통제조치엔 韓·日 등 참여 압박
“2030년, (AI 생산에 사용되는) 전 세계 최첨단 칩의 20%는 미국에서 생산될 겁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달 26일 워싱턴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가 주최한 ‘최첨단 산업에 투자하기: 칩스법(반도체지원법, 이하 반도체법) 시행에서의 업데이트’ 강연에서 이렇게 말하자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난달 21일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커넥트 2024’. 팻 겔싱어 인텔 CEO는 2023년 미국 12 대 아시아 80으로 적힌 반도체 산업구조 지도가 미국 50 대 아시아 50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이 미국의 문샷(아폴로 탐사선 계획처럼 국가적 비전을 담은 장기 과학기술 계획)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미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뭉치고 있다. 안보와 산업이 모두 인공지능(AI)으로 재편되는 시대, 기간 산업이 된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탈환해야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가 유지된다는 절박함이다. 삼성전자가 60억달러(약 7조9000억원)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미국이 국가적 명운을 걸고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찾아오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선 이상 2030년까지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맹에도 예외없는 ‘아메리카 퍼스트’
인텔은 미국 반도체 산업 재건 계획의 선봉에 섰다. 1나노대 반도체 양산을 선언하는 인텔 파운드리 커넥트 2024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한 러몬도 장관은 “정부, 민간, 학계가 함께 혁신을 추동해야 한다”며 “인텔은 미국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웠다.
러몬도 장관은 CSIS 행사에서 “과거 (우주경쟁 대상은) 소련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들’”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쟁 대상에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을 포괄하는 언급이다. 미국 정부는 공급망 경쟁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해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y)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프렌드쇼어링’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반도체 경쟁에선 미국 중심, 즉 ‘온쇼어링’(국내로 생산기지를 되돌리는 산업정책)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들에 대중 수출 통제에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엘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 1월 반도체 기술이 적국(중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동맹과 새로운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2일 기자들을 만나 “반도체 장비의 수출 통제에 대해서는 한·미 간 그동안 협의가 돼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최근 수출 통제 근거 법률인 대외무역법을 개정해 향후 미국 주도의 다자 수출통제 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간에는 법규상 국제조약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가입한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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