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끝난 애플 비전 프로, 갑자기 '의료앱' 늘린 까닭 [IT+]
한국 출시 앞둔 비전 프로
뜻밖에도 의료앱 대거 추가
경쟁사 메타와 상반된 행보
美 시장에선 인기 한풀 꺾여
의료·헬스케어로 전략 바꿨나
미국에서 독점 판매 중인 애플의 공간 컴퓨터 '비전 프로(Vision Pro)'가 조만간 한국 땅을 밟을 듯하다. 미 IT 매체 맥루머스는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비전 프로의 운영체제(OS)를 분석한 결과, 가상 키보드에 쓰이는 언어에 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한국어 등 12가지의 새로운 언어가 추가될 예정임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애플이 해당 언어 국가에 곧 비전 프로를 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참고: 비전 프로는 그 생김새와 쓰임새 때문에 가상현실(VR) 헤드셋, VR에 증강현실(AR)이 더해진 혼합현실(MR) 헤드셋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반면 애플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인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라고 부르고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흥미롭게도 주요 타깃은 의료‧헬스케어 등 전문 산업 분야다. 애플은 지난 11일 자사 홈페이지에 비전 프로로 쓸 수 있는 의료 앱들을 대거 소개했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마이마코'는 비전 프로의 3D 기능을 활용해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다른 의료 앱 '시라노헬스'는 의료인이 가상 공간에서 의료 장비를 시험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지원한다. 애플은 이밖에도 인체 해부학을 홀로그램으로 띄워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는 '시네마틱 리얼리티', 환자의 기록 관리를 돕는 '에픽시스템' 등 다양한 의료 앱을 공개했다.
애플이 의료나 헬스케어 등 전문 산업 위주로 판매 타깃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단 얘긴데, 이는 경쟁사인 메타와는 다른 행보다. 2019년 1세대 VR 기기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든 메타는 게임‧영화 감상‧VR 채팅 등 일반 소비자에게 특화한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론칭해 왔다.
전략은 통했다. 메타는 빠른 속도로 VR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해 지금까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메타의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가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에 등록된 VR 헤드셋의 42.0%(2023년 6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애플의 비전 프로는 출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처음엔 비싼 가격대(3500달러‧약 466만원)임에도 사전 판매량만 20만대를 기록해 소비자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듯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구매자들이 가격 대비 부족한 기능과 무거운 무게, 불편한 착용감 등을 지적하면서 뜨거웠던 인기가 빠르게 식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사용한 지 2시간 만에 재포장해 반품했다' '무거운 무게 때문에 오래 착용하기 힘들다' 등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글이 줄을 이었다. 미 IT 매체 더 버지도 지난 2월 15일 "비전 프로 초기 구매자들의 반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애플 비전 프로와의 '허니문'은 이미 끝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애플은 의료 전문앱을 통해 비전 프로의 타깃을 의료‧헬스케어 분야로 넓힐 계획을 세웠을 수 있다. 애플의 노림수는 이번에도 통할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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