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용리단길’에 수개월 방치된 공사현장...알짜 사업장도 올스톱 ‘왜’ [역세권 돈세권]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2024. 3. 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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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驛勢圈)은 성인 걸음으로 대개 10분 이내 거리로 약 500m 가량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서울 역세권의 모습. 일상에 바쁜 이들을 대신해 현장의 소식을 전합니다.
공매가 추진되고 있는 용산구 한강로2가 개발 현장 모습. 서찬동 선임기자
“요즘 용리단길이 엄청 뜨고 있어요. 상가 매매가도 많이 올랐고.”

최근 지인에게서 용리단길(용산+경리단길)이 MZ세대에게 엄청 핫한 데이트코스로 뜨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온라인 글이나 방송 등에서 용리단길에 대한 얘기는 익히 들었습니다. 특색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사진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가성비 좋은 일식 맛집이 밀집된 곳은 용리단길을 따라올 지역이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 4일 오후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을 빠져나오자 삼삼오오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이 보였습니다. MZ세대 핫플로 떠오른 ‘용리단길’로 향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일본인들도 더러 보였습니다.

‘용리단길’은 삼각지역에서 신용산역 구간의 대로변 뒤편의 이면도로와 골목길에 식당·카페가 밀집한 지역을 말합니다.

최근 용리단길 방문객이 부쩍 늘어나자 용산구청은 삼각지역 인접 지역에 연말까지 200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강로 대로변 신규 개발은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여기도 매섭게 불고 있는 PF시장의 어려움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공매 매물로 나온 한강로2가 개발 부지. 하나자산신탁
서울 대개조 핵심 용산도 PF 찬바람
삼각지역 3번 출구에서 5분 가량 걸어가면 울타리에 둘러싸인 채 수개월째 착공을 못하고 있는 개발 현장이 나옵니다.

흰 펜스에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4층 높이의 노후 근린생활시설 철거작업이 진행됐다는 표지판이 아직 붙어 있습니다. 이후 어떻게 개발예정이라는 안내는 없습니다. 펜스 사이로 들여다보니 지상 건축물은 모두 철거돼 현재는 공터로 남아 있습니다.

한강로2가 개발현장 공사 안내 표지판. 서찬동 선임기자
최근 H자산신탁은 이 현장에 대해 공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일 시행사가 금융권과 자금 조달에 합의하지 못하면 그대로 매각될 상황입니다.

이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대지면적 1663㎡에 감정평가액이 총 1432억원, 평당 약 2억8000만원에 달합니다. 공매는 여러 개의 필지를 2개의 물건으로 나눠 각각 1042억원과 390억원에 1회차 최저입찰이 진행됩니다.

시행사는 당초 이 곳에 지하7층~지상 1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신축허가까지 완료했습니다. 부지 바로 옆에는 웰컴저축은행이 KT로부터 인수해 2022년 입주한 20층 높이의 웰컴금융그룹 사옥이 위치합니다.

한강로 대로변은 용산공원과 국가상징거리 조성 등 호재가 많아 부동산 불경기에도 토지가격이 계속 오르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하지만 용산 알짜 입지개발도 얼어붙은 PF 시장 탓에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개발만 되면 가치가 크게 올라 대출 상환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요즘 금융권이 핵심지역 개발도 브릿지론 연장이나 PF 대출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합니다.

한강로 2가 일대 공시지가 및 실세 거래액. 하나자산신탁 감정평가서
토지가격 ㎡당 9000만원 육박...이면도로 상가 매수세는 여전
PF 어려움과 별도로 용산 한강로 일대 토지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신용산역~삼각지역 구간 대로변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 1월 기준 ㎡당 2600만~2800만원 수준입니다.

실제 거래된 사례를 보면 최근 1~2년새 ㎡당 7000만~8000만원선에서 매매가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매가 진행되는 부지도 2022년 838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이번에 실시한 감정평가액은 ㎡당 8610만원으로 또 올랐습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도 “이면도로의 용리단길은 상가 매입 문의가 꾸준하다“며 ”식당·카페 매출이 오르자 권리금도 크게 오른 상태“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시행업계는 금융권이 ‘부실 사업장’과 ‘알짜 사업장’ 구분없이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불만입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금융비용 상승으로 사업장이 부실화될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재구조화를 신속히 추진해 자금 선순환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당국은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를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부실·우량 사업장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일부 PF 대출이 이뤄지는 곳도 금융권이 금리를 너무 높게 요구해 시행사 입장에서는 개발을 해도 실익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업무시설이든 주거시설이든 부동산 개발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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