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부재로 1위 놓쳤지만…리빌딩 시즌에 2위 오른 우리카드
'고졸 2년 차' 주전 세터 한태준 성장 최대 수확
흥행도 '대박'…2천954명으로 남자부 평균 관중 1위 달성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우리카드가 승점 1이 부족해, 정규리그 1위를 놓쳤다.
승부처에서 해결사 부재가 뼈아팠다.
우리카드는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방문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세트 스코어 2-3(24-26 25-23 25-20 21-25 14-16)으로 패했다.
이날 승리하면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할 수 있었던 우리카드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부터 봄 배구를 시작한다.
1위 대한항공(승점 71·23승 13패)과 2위 우리카드(승점 70·23승 13패)의 승점 차는 단 1이었다.
12일 현대캐피탈전과 16일 삼성화재전 연패로 정규리그 1위를 놓치긴 했지만, 우리카드의 팀 구성을 살펴보면 2위도 의미 있는 결과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봄은 잔인했다.
입대를 앞둔 팀 에이스인 나경복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KB손해보험에 빼앗긴 것이 시작이었다.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는 맨 마지막 순위인 7순위에 걸려서 오타케 잇세이(등록명 잇세이)를 뽑았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6순위로 마테이 콕(등록명 마테이)를 데려온 것이 전력 보강의 전부였다.
그나마 우리카드는 트레이드를 통해 숨통을 열었다.
FA 재계약으로 잔류시킨 세터 황승빈을 트레이드를 통해 KB손해보험으로 보냈고, 반대급부로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을 데려왔다.
또한 한성정 영입으로 갈 곳을 잃은 송희채를 OK금융그룹으로 보낸 뒤 송명근을 받아왔다.
이렇다 할 주전 세터도 보이지 않고, FA 시장에서 제대로 전력을 보강하지 못했으니 우리카드의 시즌 전망이 하위권인 것은 피하기 어려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명장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미디어데이에서 "아직 미완성이지만,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전력 재구축을 위한 '리빌딩 시즌'인 줄 알았던 우리카드는 반전에 가까운 레이스를 펼치며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우리카드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2019-2020시즌 선수로 활약했던 윤봉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두꺼운 국내 선수층으로 일군 성과라고 분석했다.
윤 위원은 "우리카드 전력 두께가 대한항공에 밀리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가 잠시 없었을 때 국내 선수의 힘이 결국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젊은 선수로 다 물갈이했다. 새싹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던 우리카드인데, 이게 새싹이 아니라 묘목이었다"는 말도 곁들였다.
이처럼 우리카드는 젊은 선수의 힘으로 애초 예상보다 높은 2위에 안착했다.
나경복이 팀을 떠난 뒤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은 후계자 김지한은 한층 더 성장한 기량으로 경기력뿐만 아니라 코트 안팎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송명근은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마찬가지로 이적생인 한성정 역시 팀 대들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나경복 보상선수로 데려온 미들블로커 박진우는 잇세이, 이상현과 함께 우리카드 '리그 최강 블로킹 군단'을 이끌었다.
누구보다 주목해야 할 선수는 주전 세터 한태준이다.
프로 2년 차 한태준은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낙점받은 뒤 그 자리를 지켰다.
세터 출신 신영철 감독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한태준은 시즌을 치를수록 경험을 더해가며 리그 정상급 세터로 거듭났다.
우리카드는 뛰어난 성적과 함께 흥행도 대박을 터뜨렸다.
올 시즌 우리카드의 서울 장충체육관 홈 경기 평균 관중은 2천954명으로 지난해 2천589명보다 약 14% 증가했다.
2023-2024시즌 남자부 전체 평균 관중(2천162명)보다는 약 900명이 많다.
우리카드는 고급화 전략과 김지한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을 통해 관중 수와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지한 박스' 선예매와 지정석 무료 예매권 1매를 제공하는 '김지한99 멤버십'(9만9천원) 99개는 완판했고, 6만원짜리 베이직 멤버십 300개도 모두 팔았다.
우리카드는 23일부터 열리는 3전 2승제 플레이오프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노린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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