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배제’ 놓고 민주당 또 불협화음…김부겸 “선거 망칠 위험”

金, ‘강북을 전략선거구 지정’에 “수도권 미칠 영향 심히 염려”
이재명 “1등 후보 문제라고 차점자가 우승자 아냐…억지다”
박용진 “형평성 맞지 않는 원칙 없는 결정…재고해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막말·거짓 사과' 논란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 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후보직에서 낙마한 가운데, 지도부의 '강북을 전략 선거구 지정' 후폭풍이 거세다. 경선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입장문을 통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지난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판론에 기대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이해 어려워"

16일 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이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가장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박용진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심히 염려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봉주 후보의 공천철회 결정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서울 강북을 지역을 전략 경선 지역으로 지정한데 대해 "다른 사례를 보더라도 결국 박용진은 안 된다는 결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후보자 추천을 무효로 하고 강북을 지역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다고 의결했다. 후보자 공모 후 전략 경선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한 현역 박용진 의원의 공천 승계는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지도부 결정에 대해 "단지 강북을 뿐 아니라 한강벨트는 물론,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심히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심판론에 안일하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 드렸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 국민 앞에 겸손함, 막말을 용납하지 않는 단호함이 선거의 관건이 될 것이다, 선거 국면 전체를 망칠 위험이 있을 경우 당으로서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도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막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양문석·김우영 후보에 대한 거취도 지도부가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도태우, 정우택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했고, 장예찬 후보까지 공천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 당이 이런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에선 누군가는 지고 이긴다…제 욕 많이 하라"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강북을 전략 선거구 지정'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입장문이 나오기 전 경기 하남을 찾은 이 대표는 '강북을 전략경선' 방침을 정한 배경에 대해 "어떤 경기에서도 1등 한 후보가 문제됐다고 해서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천된, 경쟁에서 진 박용진 의원도 인재고 좋은 자원이지만 승부에서는 누군가는 지고 이긴다"며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돼도 차점자가 당선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억지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판한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며 "제 욕도 많이 하라. 물어뜯어도 저는 뭐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천 배제' 당사자인 박용진 의원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민심이 두려울 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순천은 차점자가 공천을 승계하고, 강북을은 전략 경선지역으로 결정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원칙 없는 결정"이라고 지도부 결정을 비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공천심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선 2위로 후보 교체한 순천과 동일한 사안"

박 의원은 "차점자가 공천을 승계하는 경우는 없다는 (이재명) 당대표의 말과는 다르게 어제 같은 자리에서 순천은 차점자가 공천을 승계하고, 강북을은 전략경선지역으로 결정했다"며 "사실관계와 무관한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 최고위는 전날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손훈모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해당 선거구 경선 2위였던 김문수 후보로 본선 후보로 교체했다.

박 의원은 "최초 신청 시 제출한 재심사유 중 '권리당원·일반시민' 안심번호 이중투표의 문제는 어제 차점자 공천으로 결정된 순천 사례와 동일한 경선 부정의 문제"라며 "같은 사안인 순천과 강북을이 왜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순천은 되고 강북을은 안되고, 친명은 되고, 비명은 안 된다는 원칙 없는 결정"이라면서 "전략경선지역 지정과 경선방식 결정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