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그 실력 어디 가나요… 이틀 연속 홈런 쾅쾅, ‘왕의 귀환’ 예고편 봤나

김태우 기자 2024. 3.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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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연속 홈런포를 터뜨리며 타격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는 멜 로하스 주니어 ⓒkt위즈
▲ 로하스의 홈런포에 kt 중심타선의 파괴력도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일본에서 고생하는 동안 전성기가 모두 지나갔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 KBO리그 전직 최우수선수(MVP)의 방망이는 여전히 뜨거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로 돌아온 멜 로하스 주니어(34‧kt)가 이틀 연속 대포를 터뜨리며 정규시즌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로하스 주니어는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 선발 5번 우익수로 출전해 2타수 1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기록하며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첫 타석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3점 홈런을 터뜨렸고, 팀 마운드가 이를 끝까지 지켜 이날의 결승타를 장식했다. 로하스의 타격 능력이 건재하다는 연이틀 확인했다.

경기 전부터 표정이 밝았던 로하스였다. 경기 전 훈련에서 밝은 표정과 함께 동료들과 장난도 치며 팀 훈련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장면을 보던 이강철 kt 감독도 “어제 홈런을 두 개 쳤으니까…”라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타격감이 그렇게 좋지 않아 보였던 로하스였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올라올 것이라 믿었지만 그래도 당장의 성적 앞에 감독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로하스는 15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경기에서 홈런 두 개를 치며 살아나는 타격감을 알렸다.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의 힘이 정말 좋다. 방망이를 치는 것을 보니 올라오고 있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어제(15일) 치면서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면서 "삼진 먹는 공은 어차피 먹는 공이다. 실투를 안 놓쳐야 하는데 잘 치더라"고 반색했다. 그리고 16일에도 다시 홈런포를 때리며 정규시즌을 앞두고 착착 올라오는 컨디션을 과시했다. 첫 타석부터 대포가 나왔다.

kt는 1회 2사 후 황재균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박병호가 평범한 내야 뜬공에 그치는 것 같았으나 3루수 김도영이 공을 잡지 못하면서 2사 1,3루가 됐다. 로하스에게 기회가 걸렸다. 로하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KIA 선발 윤영철의 시속 140㎞ 패스트볼이 우타자 몸쪽으로 들어왔다. 스위치 타자로 좌완인 윤영철을 맞이해 우타석에 들어선 로하스의 방망이가 포인트 앞에서 가볍게 돌았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훨훨 난 타구는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선제 3점 홈런이었다.

로하스의 시범경기 네 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시범경기 일정이 아직 종료되지는 않았지만 홈런 부문에서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로하스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며 이날만 4타점 경기를 했다. 시범경기 7경기에서 11타점을 기록하면서 kt 중심타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시범경기 초반 페이스가 좋지 않은 듯했지만, 어느덧 기록을 쌓으며 정상급 성적을 거두고 있다. 타율도 0.333까지 끌어올렸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475에 이른다.

로하스는 KBO를 폭격한 남자였다. 2017년 kt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세 시즌 반 동안 KBO리그 통산 511경기에서 타율 0.321, 132홈런, 409타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144경기에서 타율 0.305, 43홈런, 114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거듭났고, 2020년에는 142경기에서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탁월한 타격 능력으로 리그를 평정했다.

▲ 로하스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힘에서는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kt위즈

kt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로하스에게 다년 계약을 제안했다. 메이저리그 복귀도 염두에 두던 로하스는 일본프로야구 한신의 2년 계약 제안을 받아들여 일본으로 향했다. kt도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을 모두 썼으나 한신의 물량 공세에 좌절했다. 다만 로하스의 일본프로야구 생활은 잘 풀리지 않았다. 경쟁 압박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재계약에 실패했다.

kt는 그런 로하스를 잊지 않고 있었다. 보류권도 가지고 있었고, 지난해 뛰었던 외야수 앤서니 알포드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세 명의 대체 후보를 추렸다. 그중 로하스도 있었다. kt는 로하스의 플레이를 면밀하게 관찰한 끝에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창 전성기에 있을 나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힘 자체는 여전하다. 로하스의 신체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시범경기 타격으로 어느 정도 검증되고 있다.

로하스는 경기 후 "kt에 돌아와서 유한준, 김강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드릴 훈련 등 나에게 필요한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덕분에 타이밍이 잘 맞아 최근 좋은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가 좋다"면서 "감독님께서 훈련의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주신다. 필요한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이 자체가 나에 대한 믿음이 크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감독님께 보답하기 위해 시즌 준비를 잘 마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후 “타석에서는 로하스의 감이 정말 좋다. 컨디션 잘 유지해서 정규시즌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웃었다. 이제 로하스에 대한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낸 모습이었다. 이는 kt 중심타선에 대한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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