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도공의 땀, 고구마 소주 발전시키다 [명욱의 술 인문학]
일본의 대표적인 소주라면 아마 ‘고구마 소주’일 것이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의 약 20%나 소주 제조에 사용하고 있으며, 와인용 포도처럼 백색 고구마, 자색 고구마, 오렌지색 고구마 등 다양한 품종으로 맛과 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고구마 소주의 대표적인 생산 지역은 일본 본토 최남단의 가고시마현. 원령공주의 배경지로 유명한 야쿠시마를 품고 있으며, 일본 고구마 최대 생산지이기도 하다.
가고시마의 소주 기술은 대한해협에 위치한 대마도, 이키섬과 달리 한반도에서 건너갔다는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과 왕래가 많았던 오키나와 유래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오키나와는 유구왕국(琉球王國)이라는 독립국이었다. 오키나와에는 이미 소주 기술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가고시마의 고구마 소주는 우리와 무슨 인연이 있을까. 술을 빚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 곡물, 누룩, 물, 그리고 그것을 담아 발효 및 숙성을 담당하는 ‘옹기’다. 가고시마의 소주는 전통적으로 옹기에 담아 발효 및 숙성을 한다. 흙으로 빚은 옹기는 내부 온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발효 및 숙성에 도움을 주고 좋은 맛을 내게 한다. 그런데 이곳의 옹기문화가 우리 역사와 연결돼 있다. 바로 조선에서 납치된 도공들이 영향을 줬다. 우리에게 뼈아픈 역사인 임진왜란, 정유재란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일본의 연호를 붙여 임진왜란을 분로크노에키, 정유재란은 게이초노에키라고도 부르지만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바로 ‘도자기 전쟁’이다. 그만큼 도자기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다.
당시 조선을 침공한 일본의 다이묘(大名·일본 지방 영주)들이 도자기를 찾는 데 혈안이 된 이유가 있었다. 임진왜란 직전에 승려이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스승인 센리큐(千利休)가 일본 다도를 정립했고 자신들의 차(茶)를 담을 도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새로워진 일본의 다도 입장에서는 중국의 도자기는 너무 화려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의 도자기에 관심을 가졌다.
임진왜란은 우리에게 참 많은 상처를 남겼다. 가고시마는 2015년부터 세 번에 걸쳐 다녀왔다. 고구마를 고부가가치로 활용하는 그들의 모습에 참고할 사항이 있어서였다. 당시 고구마 소주 양조장을 견학하는 데 안내하는 일본인 도슨트가 고구마 소주 숙성옹기를 보고 이렇게 말을 했다. 조선의 도공 덕분에 가고시마 소주가 더욱 발전했다고. 그리고 일본인으로서 한국인에게 죄송하다고.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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