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3차 조카의 난...사그라드는 불씨

나원식 2024. 3. 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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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2021·2022년 이어 2년 만에 재발…차파트너스와 손잡아
요구 일부 수용, 자사주 50% 소각…ISS, 금호석화에 '손'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총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줄줄이 열리는데요. 이 시기가 오면 기업 여기저기서 잡음이 일어나곤 합니다. '형제의 난'이니 '모자의 난'이니 하며 오너가들이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건데요.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결과에 따라 기업의 주도권이 확 바뀔 수 있으니 매번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그룹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올해 주총을 앞두고 이른바 '조카의 난'이 다시 한번 벌어졌습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이 펼쳐졌죠.

일단 금호석화가 행동주의 펀드 등의 요구를 일부 들어준 데다가 이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번에도 조카의 난은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뜨거웠던 분위기가 다소 차분하게 가라앉는 듯한데요. 그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또 조카의 난…2년 전과 다른 점 '행동주의 펀드'

최근 금호석화에서는 일명 조카의 난이 2년 만에 재발하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여기서 조카란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를 지칭하는데요. 그는 금호그룹의 3대 회장인 고(故) 박정구 회장의 1년 3녀 중 외아들입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이기도 하고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박 전 상무는 박정구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후계자로 꼽혀 왔습니다. 하지만 삼촌인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받으면서 기류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 중심의 후계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경영권 다툼에 뛰어든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에 따라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조카의 난'을 일으켰습니다. 2021년에는 직접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제안했는데요. 하지만 결국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2022년의 경우 박 회장과 박 전 상무가 이익배당과 사외이사·삼사위원 선임에 대해 서로 다른 안건을 제안하면서 표 대결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사측 안건이 2~3배 많은 표를 얻으면서 압도적인 차로 박 전 상무가 완패한 바 있습니다.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그룹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그래픽=비즈워치.

올해는 기존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박 전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운용과 손을 잡은 겁니다. 박 전 상무 측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화 자사주 100% 소각 등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습니다. 대규모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소각을 통해 일반주주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기업이 이들의 주주환원 요구를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겁니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금호석화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양대 자문사 금호석화에 '손'…내주 주총 시즌 촉각

금호석화의 주주총회는 오는 22일 열립니다. 3차 조카의 난으로 이날까지 분위기가 뜨거워질 거로 예상됐는데요. 하지만 금호석화는 지난 6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금호석화가 보유 중인 자사주 가운데 절반인 262만4417주를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소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겁니다.

이 조치는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차파트너스의 경우 금호석화 보유 자사주를 2년간 전략을 소각하라고 요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일부만 수용한 셈입니다. 본격적으로 차파트너스와 맞서기보다는 이슈를 완화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죠.

아울러 이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추는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금호석화 측은 이와 관련 '정기주주총회 참고자료'를 통해 "이사회는 이번 소각 결정이 자기주식 보유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금호석유 화학의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이사회는 회사의 장기 성장과 지속적인 주주 가치 제고 사이에 균형을 추구하며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25일에 열린 금호석유화학의 정기 주주총회.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이후 ISS가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주면서 불씨는 더욱 사그라들게 됐습니다. ISS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금호석화 이사회가 상정한 주주총회 안건에 모두 찬성한다고 밝혔는데요. 반면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했습니다.

ISS 측은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주주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국내 상장사 중 전례가 없거나 어느 회사의 정관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ISS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불리는 글래스루이스 역시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대세는 더욱 기울게 됐습니다.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몇 년간 이사회 차원에서 상당한 수준의 이사 교체가 이뤄졌고, 이사회가 향후 3년간 자사주의 50%를 소각할 계획을 발표해 주주제안자가 제기한 우려와 잠재적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두 자문사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이번 조카의 난도 성공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물론 22일까지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기는 할 겁니다. 실제 지난 14일 차파트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시 한번 금호석화 측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큰 이변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입니다.

다음주에는 금호석화 외에도 경영권이나 주주환원책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여러 기업의 주총이 줄줄이 열립니다. 이번 금호석화의 사례처럼 올해는 정부의 요구 등으로 기업들이 주주환원책을 쏟아내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주총을 통해 어떤 결과들이 나오게 될지 함께 지켜보시죠.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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