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연결고리 의심받는 틱톡…서방 각지서 뭇매
이탈리아 “벌금 144억원 부과”
캐나다 “안보위험 차원에서 검토”
미국 “사업권 매각 안 하면 금지”
세계 곳곳에서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과 서방 국가 간 갈등이 틱톡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가 14일(현지시간) 미성년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며 틱톡에 1000만유로(약 144억원)의 벌금을 물렸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AGCM은 “틱톡이 미성년자와 취약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감시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0대들이 자기 뺨을 꼬집어 멍을 만드는 ‘프렌치 흉터 챌린지’가 틱톡을 통해 유행했다. AGCM은 틱톡이 자해 행위를 선동하는 유해 콘텐츠를 방치했는지 조사를 벌여왔다.
◆정부에 등록된 기기에서 사용 금지령 잇달아
캐나다 정부는 자국에서 틱톡의 사업 확대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산업부는 틱톡의 투자 계획에 초점을 맞춰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법상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칠 잠재적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캐나다는 앞서 정부에 등록된 모든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캐나다 매체 내셔널 포스트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연방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내려보낸 공문을 인용해 지난달 28일부터 캐나다 정부에 등록된 모든 기기에서 틱톡 사용이 불가하다고 보도했다. 이는 틱톡의 데이터 수집 방식이 이용자들을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내부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다.
◆미 하원, 금지법안 처리…6개월 내 사업권 매각 압박
미국에선 틱톡 금지법안이 처리되기도 했다. 미국 하원은 13일(현지시간) 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미국 앱스토어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틱톡 금지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바이트댄스는 6개월 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해야 하며 매각에 실패할 경우 구글이나 애플 등은 앱스토어에서 틱톡 제공이 금지된다.
다만 상원 내에서는 찬반이 갈리면서 실제 입법화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현실적으로 6개월 내 틱톡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아직 틱톡 금지법안에 대해서 지지하지 않고 있으며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켄터키)도 신속 처리 절차 진행에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그룹인 진보 진영 일부에서도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틱톡 금지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미국 전 재무장관은 틱톡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므누신 전 장관은 14일(현지 시각) 미 경제매체 CNBC방송에 출연해 “법안이 통과돼야 하고, (틱톡이) 매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건 훌륭한 사업이고, 틱톡을 인수하기 위해 그룹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틱톡은) 미국 기업이 소유해야 한다”면서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이런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므누신은 투자펀드 리버티스트래티직캐피털을 운영하고 있다.
틱톡에 대한 제재는 중국 정부가 틱톡을 서방 국가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혹에서 불거졌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중국이 2021년 총선에서 여당 승리를 돕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특정 후보들을 지원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의원들 역시 오래전부터 중국 정부가 틱톡의 개인정보에 접근하거나, 미국 내 정치적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는 등의 우려를 표해 왔다.
미 의회의 틱톡에 대한 불신은 지난 1월31일 상원 청문회 때 단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청문회에 출석한 싱가포르 화교 출신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의 거듭된 부인에도 톰 코튼 상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에 신세를 진 중국 시민권자인지를 계속 캐물었다. 지난해 3월 하원 청문회에서는 ‘틱톡이 중국 회사냐’는 질문이 나왔고 추 CEO는 “틱톡은 글로벌 회사가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이 ‘공정 경쟁’ 원칙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미국을 공평(공정) 경쟁 원칙과 국제 경제·무역 규칙의 반대편에 서게 한 것”이라며 “이른바 ‘국가 안보’의 이유를 들어 임의로 다른 나라의 우수한 기업을 탄압한다면, 그것은 조금도 공평하고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왕 대변인은 “다른 사람의 좋은 물건을 보고 온갖 방법을 생각해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것인데, 이는 완전히 강도의 논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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