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승계 불발'에 민주당 '엇박자'…김부겸 "최대 위기 처했다"

정봉주 공천 취소한 강북을에 박용진 배제
당 안팎에서 "결정 이해하기 어렵다" 반발
김부겸 "'막말 논란' 양문석·김우영 검증해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목발 경품' 발언과 '거짓 해명'으로 논란을 빚은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한 서울 강북을에 경선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을 공천하는 대신, 전략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오는 18일 오전 당의 공천 취소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6일 '당이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는 제하의 입장문을 내고 "박용진 의원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과연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공동선대위원장은 "'박용진은 안된다'는 결정은 강북을뿐 아니라 한강 벨트는 물론,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심히 염려된다"며 "당 지도부가 중도층 유권자까지 고려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 강북을 지역구 공천 취소를 최종 의결했다. 경선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이 승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만간 전략 경선을 실시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재심위원회는 최고위에 앞서 박 의원이 '여론조사 조작' 등 경선 부정 의혹 등을 이유로 신청한 재심을 기각했다.

민주당은 정 의원을 대신할 서울 강북을 경선 후보를 새로 공모키로 했다. 민주당은 공모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은 만큼 박 의원도 공모를 할 수 있다. 다만 박 의원이 실제 공모에 응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강북을 전략 경선 후보군으로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한민수 대변인과 이재명 대표 대장동 사건을 변호했던 조상호 변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디지털엠파이어2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원무에 출마한 염태영 후보와 함께 기업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의원을 사실상 배제한 지도부의 결정에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최고위에서도 박 의원에게 승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희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이 속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의원들 절박한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박용진 의원을 탈락시켰다"며 "이재명 대표는 박 의원이 그렇게 두렵냐"고 썼다. 친문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박 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민주당의 '공천 파동'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와, 비명계 정치인들을 향해 "대가리를 뽀개버리겠다"고 한 김우영 서울 은평을 후보 등이 대상이다. 김 공동선대위원장은 "양문석, 김우영 등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있다"며 "강북을 후보 교체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경선 이전의 절차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최고위를 열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 경선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확인된 손훈모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경쟁 상대였던 친명계 김문수 당대표 특보로 교체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에겐 기회를 주지 않고, 친명계인 김문수 특보에겐 승계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