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다 사라졌어요"…생태계 파괴범 된 소록도 사슴들
[생생 네트워크]
[앵커]
전남 고흥 소록도 주민들이 사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500여마리까지 불어난 사슴이 섬 생태계를 파괴하고, 농작물을 마구 뜯어 먹는 탓인데요.
상위 포식자가 없는 탓에 개체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경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전남 고흥 소록도 입구입니다.
'아기 사슴'을 닮아서 이름 붙은 섬인데요.
섬의 상징이었던 사슴 때문에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데, 한 번 가보겠습니다.
동백나무 잎사귀가 윗부분만 남기고 다 뜯겨 나갔습니다.
나무껍질이 벗겨졌고, 풀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곳곳에 배설물도 넘쳐납니다.
사슴 떼가 소록도를 헤집고 다니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겁니다.
농작물 피해도 심각합니다.
텃밭마다 울타리까지 설치했지만, 뛰어넘거나 부수기도 합니다.
<박형석 / 소록도주민자치회장>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리죠.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요. 나무들이라든가 또 축대라든가 다 무너뜨려 버리고…"
소록도에 사슴이 처음 방사된 건 1992년쯤입니다.
한 독지가가 한센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고 사슴 5마리를 기증한 겁니다.
천적이 없는 사슴은 폭발적인 번식력을 과시하며 현재 500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명래 / 국립소록도병원 직원> "소록도는 그렇게 꽃이 아름다운 섬이었는데 사슴이 방사된 이후로 꽃이 다 사라졌어요. 소록도가 다시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록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남 영광 안마도 일대 사슴떼는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바다를 헤엄쳐 인근 섬으로까지 번식을 확장하면서 6개 섬에 1,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민 수보다 많아지면서 섬을 파괴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의 권고로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실태조사를 거쳐 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할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총기를 사용한 포획이 가능해져 주민들의 불편이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ki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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