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방아쇠 당겼나"...`보잉 내부고발자` 사망 미스터리 [SNS&]

안경애 2024. 3. 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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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전 "무슨 일 일어나면 자살 아냐" 말해
최근 총상으로 숨진 채 발견된 보잉의 내부고발자 존 바넷씨. 사진=X
연합뉴스

"만약 나한테 무슨 나쁜 일이 생기면 꼭 알아둬. 나는 절대 자살하지 않아."

최근 무더기 품질 문제가 드러나며 추락하고 있는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내부 고발자가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로는 자살로 원인이 좁혀지고 있지만 그의 지인들은 다른 음모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살'로 본 검시관 의견에도 이어지는 의문

32년간 보잉사에서 근무하다 2017년 은퇴한 존 바넷(62)씨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한 호텔 주차장 트럭에서 지난 9일 총상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바넷은 2010년부터 보잉의 장거리 첨단 여객기인 787드림라이너 품질관리 책임자로 일했다. 2019년 그는 노동자들이 고의로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부품을 장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응급 상황에서 산소 마스크 4개 중 1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산소 시스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숨지기 며칠 전까지 보잉사를 상대로 한 소송의 증거를 제시해왔다. 바넷은 회사가 새 항공기 제작을 서두르도록 압박하다 보니 조립 공정에 안전 문제가 발생했지만 회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바넷은 은퇴 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다. 사망 전 소송과 관련해 보잉 변호인과 자신의 변호인으로부터 교차 심문을 받았다. 사망 확인 당일에도 추가로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관계자들이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수소문한 끝에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보잉 항공기의 잇따른 문제는 그의 내부고발과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5일 미국에서 알래스카 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9 기종 여객기 동체 일부에 구멍이 나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우려가 더 커졌다. 뉴욕타임스는 11일 FAA 검사 결과 점검 항목 102개 중 40개에서 불합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고 예상한 듯한 발언 "자살했다는 얘기 믿지 말라"

이런 상황에서 내부고발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배경과 원인을 둘러싼 추측들이 불거지고 있다. 그의 죽음을 조사한 찰스턴 카운티 검시관은 자살로 봤지만 소셜미디어(SNS)와 방송을 통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바넷의 친구로, '제니퍼'라는 이름만 밝힌 한 여성은 15일(현지시간) ABC4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넷이 사망하기 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자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니퍼씨는 인터뷰에서 "내가 '무섭지 않느냐'고 물으니 바넷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기고,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얘기를 믿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제니퍼씨는 "나는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서 "지금 벌어진 일을 보면 그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감한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바넷의 어머니와 자신의 어머니가 가장 친한 친구 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제니퍼 씨는 "오랜 기간 다양한 모임이나 생일파티, 축하 행사 등을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친분을 쌓아온 사이"라고 밝혔다. 제니퍼씨는 ABC4 뉴스에 "그는 삶을 너무나 사랑했다. 또 가족을 너무나 사랑했다. 형제들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일을 겪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바넷의 변호사들도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다는 "어떤 징후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가 증언이 이어가는 중에도 정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엡스타인' 당했다" "러시아에서 일어났으면 푸틴 욕했겠지"

페이스북, X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 자본주의가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매우 실망스럽다","엡스타인 같은 사례와 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그는 증인 보호 같은 체계 하에서 지원을 받았어야 했다", "러시아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푸틴 욕을 쏟아낼 텐데, 미국에서 벌어지니 별 것 아닌 일로 넘어간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항공우주 산업에서 30년간 일했다는 한 네티즌은 "보잉은 미국 항공우주 산업의 규범이다. 그리고 그들은 매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끔찍하다"고 썼다.

다만 그가 최근 수개월간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애틀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넷의 조카인 케이틀린 길레스피씨는 "평소에는 유쾌했던 삼촌이 최근 몇 달 동안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보잉과 갈등을 이어오면서 정서적 타격을 입었다"고도 했다.

한편 찰스턴 카운티 검시관은 예비 부검 보고서에서 사인을 자살로 인한 총상으로 봤다. 현재 수사당국은 검시관의 공식 판정을 기다리면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뜯어지고 이탈하고…사고 멈추지 않는 보잉

한편 보잉은 여객기에서 또다른 부품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유나이트항공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목적지인 오리건주 남부 로그밸리 국제메드포드 공항에 착륙한 뒤 점검 과정에서 외부 패널 한 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공항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종된 패널은 비행기 본체와 날개가 접하고 착륙 장치와 가까운 곳에 원래 설치돼 있었다. 공항 측은 없어진 패널이 활주로와 비행장에 있는지 확인했지만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객기가 비행하던 중 패널이 뜯겨 나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여객기에 승객 139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며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비행기에 대한 정밀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6일에는 피닉스로 향하던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800 여객기의 객실에서 연기가 감지돼 여객기가 포틀랜드 공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텍사스주 휴스턴 국제공항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보잉 737 맥스8 기종이 착륙해 활주로를 주행하던 중 포장된 도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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