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선발로 바꿀 이유 없다" 투헬 반문…다이어·더리흐트 무한 신뢰

김건일 기자 2024. 3. 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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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재를 밀어내고 투헬 감독의 신임을 듬뿍 얻고 있는 에릭 다이어
▲ 김민재를 밀어내고 투헬 감독의 신임을 듬뿍 얻고 있는 에릭 다이어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김민재보다 앞서 있다고 인정했다.

16일(한국시간) 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슈타디온 암 뵐렌팔토어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6라운드 다름슈타드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다이어와 더리흐트를 선발에서 내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은 "다이어와 더리흐트 조합이 승리를 부르고 있다. 둘 사이의 호흡도 매우 좋다. 다른 수비 포지션 선수들과의 합도 뛰어난 편이다. 굳이 이들을 선발에서 내칠 이유가 없다"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도 실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는 조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이 말한 대로 다이어와 더리흐트를 선발로 낸다면 김민재로선 세 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에 밀려 지난 두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름슈타트와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시즌 센터백 라인을 다시 꾸렸다. 뱅자맹 파바르와 뤼카 에르난데스를 이적키고 지난 시즌 세리에A 최고 수비수였던 김민재를 데려왔다. 전반기에 더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민재에게 부담이 가중되자 겨울 이적시장에서 에릭 다이어를 임대로 데려왔다.

투헬 감독은 다이어가 없는 전반기에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로 주전 수비진을 꾸렸다. 더리흐트가 출전 시간 부족에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로 두 선수를 향한 신뢰가 컸다.

그런데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김민재가 아시안컵 출전으로 자리를 비운 1월에 더리흐트에게 기회가 갔다. 지난달 13일 TSG 호펜하임과 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파메카노와 호흡을 맞춘 더리흐트는 3-0 완승을 이끌고 호평받았다. 이후 베르더 브레멘, 우니온 베를린과 경기에도 선발 출전했고 바이에른 뮌헨은 3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아우구스부르크와 경기에 이어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경기까지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고, 팀은 5연승했다.

▲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에 밀려 지난 두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름슈타트와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에 밀려 지난 두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름슈타트와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투헬 감독은 지난 6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뮌헨과 라치오 경기에서 다이어를 선발로 내보냈다. 김민재는 벤치에서 경기만 지켜봤다.

이 경기에 앞서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제외하는 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다이어와 마타이스 더 리흐트가 RB 라이프치히전에서 잘해줘서 기용하게 됐다"라고 김민재 대신 다이어를 중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이어와 더 리흐트를 축으로 수비 라인을 꾸린 투헬 감독의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슈팅 24개를 시도하는 동안 유효 슈팅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3-0 완승을 거뒀다. 바이에른 뮌헨이 무려 8경기 만에 거둔 무실점 승리다.

▲ 김민재를 밀어내고 투헬 감독의 신임을 듬뿍 얻고 있는 에릭 다이어

이러한 이유로 독일 매체 '키커'는 마인츠와 선발 라인업을 예상하면서 다이어를 선발로 낸 대신 김민재를 벤치에서 대기시켰다. 마찬가지로 다이어의 파트너로는 다욧 우파메카노가 아닌 더리흐트를 선택했다.

그리고 예상 대로 다이어가 김민재를 밀어 내고 선발로 출전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 대해 "김민재에겐 정말 어려운 시간이다. 지금도 충분히 뛸 자격이 있고,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이럴 때도 있다"며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앞서 두 번의 홈경기를 치러봤다. 그래서 조합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어는 매우 명확한 플레이와 말을 한다. 수비진을 잘 조직하는 능력이 있어 더 리흐트와 관계가 좋다. 아무래도 그들이 한 발 앞서 있다"라고 김민재의 입지 하락을 인정했다.

다이어와 더리흐트를 선발로 내세운 투헬 감독의 선택은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까다로운 상대로 평가받는 마인츠를 상대로 무려 8-1 대승을 거뒀다.

김민재에게 인색한 평가를 내려왔던 독일 언론들은 다이어 칭찬에 열을 올린다. 독일의 평점은 1~5점까지 낮을 수록 수훈 선수로 판단한다. 그동안 김민재가 전 지역을 커버하며 몸을 혹사시킬 때도 1~2점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다이어는 '빌트'로부터 라치오전과 마인츠전 모두 2점으로 꽤나 큰 칭찬을 들었다.

▲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에 밀려 지난 두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름슈타트와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에 밀려 지난 두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름슈타트와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김민재에게 벤치는 낯선 자리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에 합류한 김민재는 빅리그 첫해 적응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나폴리 주전 수비수로 맹활약을 펼쳤다. 강력한 신체 조건과 뛰어난 수비 지능, 압도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세리에A 공격수들을 모두 제압해 내며 나폴리를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민재는 시즌이 끝나고 지오바니 디로렌초와 테오 에르난데스를 제치고 세리에A 최우수 수비상을 받아 활약을 인정받았다. 또 나폴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구단 최고 성적인 8강에 오르는 데에도 김민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2022-23시즌 김민재는 나폴리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다. 한국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은 김민재는 지난해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맹활약했다. 조별 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한국은 김민재의 안정적인 수비를 발판 삼아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러한 활약으로 김민재는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수비수로는 가장 높은 22위에 호명됐다. 한국 선수가 30위 안에 든 건 역대 4번째. 2002년 설기현(당시 안더레흐트)을 시작으로 박지성(2005년•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손흥민(2019•2022년•토트넘 홋스퍼) 등이 발롱도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손흥민은 지난해 11위로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순위 기록을 갖고 있다. 역대 발롱도르 수상자 중 수비수는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가 유일하다. 칸나바로는 그해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투표단을 사로잡았다.

▲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에 밀려 지난 두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름슈타트와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큰 기대와 함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간판으로 자리잡았다. 파트너 센터백들이 번갈아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경기마다 안정적인 수비로 바이에른 뮌헨 핵심으로 입지를 쌓았다. 투헬 감독에겐 언제나 첫 번째 선택이었고 이 때문에 혹사 논란이 일었을 정도였다.

반면 다이어는 김민재와 달랐다. 토트넘 주전 수비수를 지난 수 년 간 맡았던 다이어는 꾸준한 출전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치를 수록 잦은 실수에 팀 성적 부진이 맞물리면서 다이어를 향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미키 판 더 펜이 합류하면서 입지가 줄었다. 지난 11라운드 첼시전 교체 출전이 이번 시즌 다이어에겐 첫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당하고 판 더 펜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다이어에게 기회가 갔다. 시즌 초반 '세 번째 중앙 수비수'로 뛰었던 다빈손 산체스가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하면서 1군에 중앙 수비수는 다이어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에 밀려 지난 두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름슈타트와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경기력 부진에 다이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12라운드 울버햄턴 원더러스와 경기가 결정적이었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후반 추가 시간에만 두 골을 허용하며 1-2로 역전패했다. 토트넘 출신 방송인 제이미 오하라는 "다이어를 여름에 내보냈어야 한다. 벤 데이비스는 괜찮았다. 센터백이 아닌 것 치고 제 역할을 잘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다이어는 아니었다. 실수를 두 차례 저질렀다. 두 골 모두 다이어가 못 막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름에 다이어를 (팀에서) 제거했어야 했다"며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팀에 돌아오게 됐다. 이것이 문제다. 내보내려했던 선수들이 다시 뛰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정도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가 건강한 상태로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측면 수비수인 에메르송 로얄과 데이비스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을 만큼 다이어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전력 외라는 것을 드러내고 다이어에게도 뜻을 전한 셈이다.

그런데 이랬던 다이어가 김민재를 밀어 내고 선발을 꿰찬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이 부진한 상황에 김민재가 프라이부르크와 경기에서 수비 실수를 저지르자 독일 주요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김민재를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 김민재는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에 밀려 지난 두 경기를 벤치에서 출발했다. 다름슈타트와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유력하다.

김민재를 감싼 의견도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15년(1976~1991)동안 551경기를 뛴 원클럽맨인 클라우스 아우겐탈러는 지난 13일 독일 매체 TZ와 인터뷰에서 김민재가 선발에서 밀려난 이유는 '언어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파메카노와 김민재가 중앙 수비에서 함께 뛰었을 때 그들의 개인 능력을 볼 수 있었지만 조율이 부족해 좋은 수비를 만들지 못했다"라고 입을 연 뒤 "수비력은 라치오와 마인츠전이 훨씬 좋았는데 이게 더리흐트와 다이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라며 "뮌헨은 이미 잘 갖춰진 팀이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이 팀에서 가능성을 보았다"고 했다.

이어 "의사소통 관점에서 보면 김민재한테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는 한국에서 왔고, 중국에서 튀르키예로, 튀르키예에서 이탈리아로, 그리고 지난 여름 이탈라에서 뮌헨에 왔다. 김민재는 매번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했는데,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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