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으로 돌아선 바이든과 트럼프, 초경합주 잡는 게 관건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4. 3. 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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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과 거리 먼 제3후보들, 초경합주 승패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시사저널=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3월초 슈퍼 화요일 경선 직후에 헤일리가 공화당 대선후보에서 사퇴함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이제 미국 유권자들은 오는 11월, 2020년처럼 바이든과 트럼프를 투표용지에서 보게 될 것이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줄곧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두 사람의 리턴매치가 확정되면서 다시 여론은 조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USA투데이가 미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3월8~11일 진행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40%)와 바이든(38%)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22%에 해당하는 여론은 둘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두 후보가 고령인 데다, 유권자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라는 점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에게서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식상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중 상당수는 각각 트럼프와 바이든 대신 다른 후보로 이번 대선을 치렀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한다. 정말 바이든-트럼프 말고 대안은 없는 걸까.

3월9일 조지아주 선거유세에 나선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

2016년 트럼프 당선 도우미는 제3후보?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사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제3정당 후보들은 항상 존재했다. 이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당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제3의 후보들에게 눈길을 안 주는 이유는 양대 정당 후보 중 한 명이 선출될 수밖에 없는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대통령선거의 승자는 전국 단위 득표율에 의거해 결정되지 않고, 각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각 주별로 득표율에 기반해 승자를 확인한 후, 승리한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그 주의 연방상원의원 수와 연방하원의원 수의 합이다). 따라서 주에서 1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 단위 득표율 기준으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제3정당 후보는 199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페로다. 페로의 전국 단위 득표율은 18.9%였지만, 단 한 명의 선거인단도 확보하지 못했다. 페로가 1등을 차지한 주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제3정당 후보가 선거인단을 확보한 가장 최근 선거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독립당 후보로 출마한 월리스는 흑백분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남부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아칸소·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조지아 등 5개 주에서 1등을 차지해 총 4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제3정당 후보 혹은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한 주 단위 선거법 때문이다. 미국 연방제는 선거 관리의 책임과 권한을 주 정부에 맡기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선거와 같은 연방 단위 선거인 경우에도 선거법과 운영 방식은 주마다 다르다. 제3정당 후보는 양대 정당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력과 자금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한 절차와 비용이 주마다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후보 등록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주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후보 등록이 까다로운 주에서는 막대한 조직력과 자금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2020년 대통령선거의 경우 버몬트와 콜로라도에서는 모두 21명의 후보가 투표용지에 등장했던 반면, 펜실베이니아·인디애나·몬태나를 포함한 총 12개 주에서는 단 3명의 후보만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제3정당 후보가 모든 주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2016년 녹색당 대통령 후보였던 스타인은 네바다·오클라호마·사우스다코타의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바 있다.

선거인단 제도와 주 단위 선거법이 제3후보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대통령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는 경합주에서 박빙의 승부 끝에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던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에서의 승부는 모두 득표율 기준 1%포인트 미만, 표 수로는 각각 약 1만·2만·5만 표 차이로 판가름 난 바 있다. 그런데 약 1만 표 차이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은 미시간에서 당시 자유지상주의당 후보 존슨은 약 17만 표(득표율 3.6%), 녹색당 후보 스타인은 약 5만 표(득표율 1.1%)를 얻었다.

3월11일 YMCA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AP연합

케네디의 조카, 바이든에 잠재적 위협

존슨 후보는 위스콘신에서 약 10만 표를 얻었고,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약 15만 표를 얻었다. 스타인 후보는 위스콘신에서 약 3만 표, 펜실베이니아에서 약 5만 표를 확보했다. 만약 이 두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제3정당 후보들이 2016년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이 확정된 2024년 대통령선거에서 제3후보들은 두 사람의 승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현재 언론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후보로는 케네디 전 법무장관(케네디 대통령의 남동생)의 아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있다. 케네디 후보는 원래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으려고 했으나 계획을 수정해 현재 무소속 후보로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케네디의 정치 성향은 종잡을 수 없다.

열렬한 환경보호론자이고, 코로나19 백신 반대 운동을 이끌기도 했으며,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일 뿐 아니라 총기 규제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민주당-공화당 진영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큰아버지인 케네디 대통령이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고 자신 역시 최근까지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케네디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외에도 급진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교수 출신 웨스트 후보 역시 여러 주의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바이든에게는 잠재적인 위협이 된다.

트럼프 측에서 경계해야 하는 제3정당 후보는 자유지상주의당 후보 올리버다. 아직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후보 지명이 유력한 인물이다. 올리버는 현재 만 38세로 만 82세의 바이든, 만 78세의 트럼프와 확연히 대비되는 후보다. 자유지상주의당의 강령은 시장 영역에서의 기업 활동의 자유를 주장한다는 측면에서 공화당 입장과 유사하고, 미국의 개입주의를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트럼프의 입장과 동일한데, 동시에 임신 중절권 같은 사회문화적 현안에서도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기조를 보이기 때문에 공화당 및 트럼프와는 구분된다. 2016년 대선 때 경합주에서 존슨 후보가 확보한 정도의 표를 자유지상주의당 후보가 얻는다면 대통령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과 트럼프로선 경합주에서 제3정당 후보의 지지율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선거운동본부의 또 하나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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