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한 번에 160억 달러를 쓰는 美 대선후보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부시의 ‘윈드서핑’ 광고가 성공한 까닭
뜨거운 대선거광고 전쟁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
Walk Away.”
(내빼다)
미국에서 치열한 선거 광고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선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입니다. 선거광고는 ‘campaign advertisement’(유세 광고) ‘political advertisement’(정치 광고)라고 합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진영이 만든 광고 제목입니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도망자에 비유했습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부터 내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walk away’는 ‘힘든 상황에서 발을 빼다’라는 뜻입니다. 부부가 갈라서는 것을 듣기 좋게 ‘walk away from marriage’(결혼으로부터 걸어 나가다)라고 합니다.
광고는 “this is what a strong American president does”라는 구절로 끝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야말로 강한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선거광고는 역사가 긴 만큼 세련되게 잘 만듭니다. ‘walk away’ 광고도 언뜻 보면 뉴스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앵커가 정규 뉴스 리포트를 하는 것처럼 진행됩니다. 광고인지 뉴스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마지막에 ‘this is paid for by’(이 광고료는 누가 지불했다) 구절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by’ 다음에 후보 이름이 나옵니다. 선거광고는 광고 시간을 사는 것이므로 돈을 낸 주체가 누구인지 밝혀줘야 합니다.
미국 선거광고는 70년이 넘는 역사가 있습니다. 1952년 대선에 출마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후보가 군인 이미지를 순화하기 위해 ‘I like Ike’(나는 아이크가 좋아)라는 기발한 캠페인송을 만든 것이 시초입니다. 선거광고는 비쌉니다. 얼마 전 슈퍼볼 때 무소속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 지지 단체는 30초짜리 광고를 방송하려고 700만 달러(100억 원)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문학적 액수이지만 그만큼 광고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후보들은 아낌없이 지출합니다. 올해 선거광고 시장은 160억 달러로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선거광고를 알아봤습니다.
Dukakis not only opposes the death penalty, he allowed first-degree murderers to have weekend passes from prison. One was Willie Horton.”
(듀카키스는 사형을 반대할 뿐만 아니라 1급 살인자들에게 주말 출소 기회까지 준다. 그중 한 명은 윌리 호턴이다)
선거광고는 2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상대 후보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광고를 ‘네거티브 애드’(negative ad)라고 합니다. 반대로 자신의 강점이나 당선 후 달라질 미래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면 ‘포지티브 애드’(positive ad)입니다. 효과가 큰 쪽은 네거티브 광고입니다. 비판이 칭찬보다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1988년 대선 때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윌리 호턴 광고는 네거티브 광고의 최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시 매사추세츠 주는 죄수들을 대상으로 ‘주말 휴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경범죄뿐 아니라 살인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들도 마치 휴가를 가는 것처럼 주말에 외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만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살인죄로 종신형을 받은 윌리엄 호턴이라는 죄수가 주말에 외출했다가 차 안에서 데이트 중이던 커플을 납치해 강간 강도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NSPAC’이라는 부시 지지 단체가 ‘주말 통행증’(Weekend Passes)이라는 제목의 광고로 만들었습니다. 부시는 사형에 찬성하는 반면 듀카키스는 반대할 뿐 아니라 사형을 받아야 마땅할 범죄자에게 주말 외출 혜택까지 준다는 내용입니다. 윌리 호턴이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kidnapping’(납치하다), ‘stabbing’(찌르다), ‘raping’(강간하다) 등 자극적인 단어가 나오고 머그샷까지 넣어 공포심을 극대화했습니다. 광고가 방송되자 마자 윌리 호턴은 미국에서 유명한 이름이 됐습니다. “윌리 호턴은 듀카키스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라는 농담이 돌았습니다.
일주일 뒤 대선 후보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진행자는 “만약 당신 부인이 강간 살해당한다고 해도 사형에 찬성하지 않겠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듀카키스 후보는 선거 역사에 길이 남는 최악의 대답을 했습니다. “No I don’t, and I think you know that I have opposed the death penalty during all of my life”(찬성하지 않는다. 내가 평생 사형을 반대해온 것을 잘 알지 않느냐). 부시 후보가 대선에서 80%의 지지율로 승리했습니다.
Kerry, whichever way the wind blows.”
(케리, 어느 쪽으로 바람이 불든지)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decision’(결정)’입니다. 리더는 자신의 결정을 끝까지 관철할 수 있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commander-in-chief’(통수권자) 대신에 ‘decider-in-chief’(결정권자)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출간한 회고록 제목도 ‘Decision Points’(결정의 순간들)였습니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은 존 케리 민주당 후보에게 ‘flipflopper Kerry’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flipflop’(플립플랍)은 원래 ‘쪼리’ 샌들을 신었을 때 발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말합니다. flipflopper’는 발바닥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쪼리처럼 이랬다저랬다 결정을 바꾸는 정치인을 가리킵니다.
부시 진영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선보인 ‘윈드서핑’(Windsurfing) 광고는 케리의 ‘flipflopper’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광고는 만능 스포츠맨인 케리 후보가 윈드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가 배경음악으로 흐릅니다. 윈드서핑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돛을 잡은 서퍼도 방향을 바꾸는 원리입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케리도 이리저리 방향을 바꿉니다.
바람은 여론의 흐름을 상징합니다. 오랫동안 상원의원을 지낸 케리 후보는 확고한 철학 없이 주변 분위기에 따라 결정을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이라크 전쟁, 예산, 교육, 의료 등의 분야에서 투표 실적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광고의 마무리 멘트입니다. ‘whichever’는 ‘어느 쪽이든 간에’라는 뜻입니다. 뒤에 ‘way’를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Windsurfing ad helps sink John Kerry’(윈드서핑 광고는 존 케리를 침몰시켰다). 베트남전 영웅 미화 논란까지 터지면서 케리 후보는 신뢰하기 힘든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남겼고, 이런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따라다닙니다.
We will begin the next great chapter in America’s story with three words that will ring from coast to coast; from sea to shining sea - Yes. We. Can.”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는 3글자로 미국 역사의 다음 장을 열자. 그렇다. 우리는. 할 수 있다.)
2008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 후보가 이겼습니다. 오바마 돌풍에 놀란 힐러리 후보는 다음 관문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전력을 쏟아 승리했습니다. 이긴 힐러리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진 오바마 후보였습니다. 승복 연설 때문입니다. 품격있는 언어로 패배를 인정하면서 변화의 바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최고의 연설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한번 듣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연설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지지자들은 ‘Yes We Can’ 제목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었습니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 농구선수 카림 압둘 자바, 가수 존 레전드 등 30여 명의 셀럽이 출연해 연설의 핵심 부분을 립싱크하는 내용입니다. 작곡은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 윌아이엠이 담당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연설의 가장 유명한 마지막 구절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from sea to shining sea’(바다에서 빛나는 바다까지)는 미국 제2의 애국가인 ‘America the Beautiful’의 후렴구입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미국 전역이라는 뜻입니다. 셀럽들이 ‘yes we can’을 반복하며 끝납니다.
오바마 선거본부는 관여하지 않은 광고지만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인터넷에 첫선을 보이자마자 2600만 명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초유의 히트작이 됐습니다. 인터넷 선거광고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권자들의 풀뿌리 모금으로 이어지면서 오바마 캠페인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상대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광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명언의 품격
These are the stakes!”
(이것이 관건이다)
암흑의 미래에서 살지, 밝은 미래에서 살지 이번 선거에서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stake’(스테이크)는 ‘stick’(막대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옛날에 보초용으로 막대기를 세워뒀던 것에서 유래해 ‘감시’라는 뜻이 있습니다. 잠복근무를 ‘stake out’이라고 합니다. 도박판에 막대기를 세워두고 판돈을 모아 걸어뒀던 것에 유래해 ‘내기’라는 뜻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내기’의 뜻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stake’가 나오면 ‘판돈이 걸려있다’ ‘관건이다’라는 뜻입니다.
데이지꽃을 등장시켜 핵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존슨 대통령과 대결하는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의 핵 사용 발언이 논란이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대형 광고그룹 옴니콤 계열의 DDB 광고사가 제작했습니다. 실감 나는 핵 폭발음을 위해 음향 전문가까지 고용했습니다. 1964년 9월 NBC 방송 저녁 영화 시간에 방송됐습니다.
느긋하게 영화 시작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느닷없이 핵폭발이 나오는 광고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렇게 무서운 영상을 보여주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항의 전화가 백악관에 빗발쳤습니다. 엄청난 광고 효과를 예감한 존슨 대통령은 다시 방송하려고 했지만, 선거 참모들이 말렸습니다. 반복 상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훗날 유명 언론인이 된 빌 모이어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ad accomplished its purpose in one showing. To repeat it would be pointless.”(광고는 한 번 방송으로 목적을 달성했다. 반복은 무의미하다). 데이지 광고는 단 한 차례 방송으로 전설이 됐습니다.
실전 보케 360
We’re not letting up.”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let’은 “let’s go”처럼 조동사로 쓰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본동사로도 많이 씁니다. ‘up’ ‘down’ ‘on’ off’ 등의 전치사를 동반하고 구어체 영어에서 씁니다. ‘let up’은 ‘줄이다’ ‘줄어들다’라는 뜻입니다. “the rain has let up”이라고 하면 ‘비가 잦아들었다’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let up’ 뒤에는 ‘on Putin’이 생략됐습니다. 푸틴의 폭정을 막기 위한 압력을 ’줄이지 않겠다’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뜻입니다.
이런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2월 21일 소개된 열차 유세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용어 중에는 열차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습니다. 과거 열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던 시절 후보들은 긴 노선의 열차를 타고 가며 열차역마다 내려 유세를 했습니다. 요즘도 열차역은 주요 유세 장소입니다. 다만 후보들은 열차를 타지는 않고 열차역에 들러 유세를 합니다.
▶2022년 2월 21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221/111951227/1
The train conductor might leave me behind.”
(기관사가 나를 두고 가버리겠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별명은 ‘Mr. Amtrak’(미스터 암트랙)입니다. 암트랙을 하도 자주 이용해서 생긴 별명입니다. 암트랙은 미국 전역을 잇는 공공 철도 시스템입니다. 2020년 대선 때 오하이오 기차역에서 내려 유세를 벌이다가 급히 열차에 다시 오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차 출발 시각이 임박했다는 것입니다. 암트랙의 철저한 운행 시간 준수를 유머 있게 푼 것입니다. 사람이나 물건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을 ‘leave behind’라고 합니다.
You can judge a man by the company he keeps. I'm keeping pretty good company.”
(사람을 알려면 누가 친구인지 보면 된다고 했다. 이렇게 좋은 이가 친구이니 나도 꽤 괜찮은 사람 아닌가)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유세를 벌일 때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힘을 보탰습니다. 함께 열차 유세를 했습니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경선 때는 부시 후보의 경쟁자였지만 결선 때가 되자 지원 유세에 나선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기차역 연설에서 매케인 의원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company’는 원래 ‘옆에 있는 사람’ ‘뜻이 맞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회사’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keep company’는 ‘친구가 되어주다’라는 뜻입니다.
To the children who hear the whistle of the train and dream of a better life, that’s who we’re fighting for.”
(열차의 경적을 들으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싸워나가겠다)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열차를 타고 취임식에 참석했습니다. 독립의 발상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출발해 나흘 동안 기차를 타고 여러 지역을 거쳐 워싱턴에 도착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취임식 기차 투어를 본받은 것입니다. 1861년 링컨 대통령은 고향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출발해 12일 동안 70개 기차역을 돌며 국민과 만난 뒤 취임식에 참석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델라웨어 기차역 연설입니다. 동행한 조 바이든 부통령의 고향이라서 연설 내용에 특별히 신경 쓴 듯합니다. 기차의 경적을 듣는다는 것은 ‘기찻길 옆에 산다,’ 즉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말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모 요구 지나쳐”…제주 유명식당 ‘노키즈존’ 된 사연 [e글e글]
- “사직할 수 없다…환자 버리면 우리가 진다” 소아과 교수의 호소
- 이명박, 눈시울 붉히며 “천안함 46용사 희생 잊지 않을 것”
- “출산 후 3개월 지나면 신체 나이 3~8년 젊어진다”
- “4년간 581대 횡령”…회사 노트북 ‘중고거래’ 한 20대, 징역 4년…왜?
- 무릎 꿇고 ‘부들부들’…러시아 테러범 검거 영상 확산
- 사고 막으려 경적 울렸는데 차량에 발길질…수리비 100만원
- 여중생에 음란메시지 보냈던 30대, 신고 당하자 가족까지 협박
- “경기 늦게 끝나면 ○○○ 시달려”…손흥민, 英매체에 찬사받은 이유
- 알파브라더스 “디자인 외주, 인하우스 모두 불만이라면? 구독이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