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아기 아픈데 진료할 데 없어, 도와주세요"…임산부들 발만 동동
출산 앞둔 만삭 임산부나 고위험 산모들 불안
태아 아픈데 의사파업으로 진료 못 받는 경우도
마취과 의사 없어서 제왕절개 못할뻔한 사연도
출산 앞두고 대학병원에서 동네병원으로 전원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오는 25일부터 집단사직서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예비 산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출산을 코앞에 둔 만삭 임산부나 태아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고위험 임산부들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심과 절망감마저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현재 회원 수 330만명이 넘는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지난달 전공의 파업 이후 출산을 우려하는 산모들의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카페에는 최근 "우리 같은 만삭 임산부들은 하루하루가 걱정인데, 임산부와 아기들은 파업으로 피해보지 않게 대처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매일 불안해서 관련 뉴스를 매일 찾아보고 있다"는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를 겪고 있는데 이러는 건 의사가 아니라고 본다", "환자를 볼모 삼아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환자를 두고 가겠다고 하는 말을 하는 게 의사라는 게 너무 충격적이다"는 등 의사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다", "총선이 지나면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뱃속 아기가 아픈데도 의사파업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올라왔다.
임신 13주차라고 밝힌 임산부는 "임신 10주쯤 태아에게서 물혹이 발견됐는데, 물혹 크기가 3주 만에 무섭게 커졌다. 신장도 많이 부어 있다고 한다. 의사는 장기가 형성되는 과정이라 (이렇게 두면) 위험하다고 하루 빨리 서울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아산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전화를 해보니 의사 파업 때문에 병원에 아무도 나오지 않고 있고, 파업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했다"며 "절망적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페 회원들에게 진료를 봐줄 수 다른 병원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은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불안해 하고 있다.
임신 32주차인 임산부는 "조산기가 있는데, (개인병원) 원장님이 조산이 되면 무조건 대학병원에 가야하는데 의사 파업으로 주변 대학병원이 안 받아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며 심란하다고 토로했다.
경남에 산다고 밝힌 한 임산부는 제왕절개 수술을 앞두고 마취를 못할 뻔할 뻔한 사연을 전했다.
그는 최근 게시글에서 "오늘 제왕절개를 하려고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수술 예정시간에 마취과가 못 들어온다고 했다. 담당 교수가 마취과에 빌다시피 해서 다시 수술하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다"며 "놀란 가슴에 아직까지 싱숭생숭하다"고 했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출산을 앞두고 개인병원으로 전원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임신 34주차 임산부는 "지방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데 최근 의사가 다음주나 다다음주에는 진료를 안 할 수도 있으니 수축이 오거나 양수가 새면 바로 로컬(동네)에 가라고 했다"며 "임신 초기부터 진료를 봐온 대학병원에서 낳고 싶었는데, 교수들도 파업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임신 33주차의 임산부 "세브란스병원에 최근 외래 진료를 갔는데 의사 파업으로 고위험산모가 아니면 신규 외래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존 환자 중에서도 자연 분만이 가능한 산모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나도 자연분만이 가능한 산모로 결과가 나오면 다른 병원으로 갈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며 "충격적이다"라고 했다.
다른 임산부들도 "신촌세브란스에 다니고 있는데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 같아서 로컬병원에 진료를 걸쳐 놓으려고 한다", "성모병원 다니다 일반 산부인과로 옮겼다", "현재 33주차인데 3월 초 외래가 한번 취소됐고 다음주 외래도 불투명하다"는 글들도 있다.
이미 전공의 파업 이후 자연분만 시 고통을 줄여주는 무통주사는 어려운 상황으로 출산이 두렵다는 임산부들도 많다. 대부분 대학병원에선 무통주사를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담당하고 있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무통 처방이 받기 어려워졌다.
한편 전국 의과대학 20곳의 교수들은 전날 총회를 열고 오는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5일 오후 2차 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 시기는 오는 25일 이후이며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또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되기 전까지는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총회에 참석한 20개 대학은 강원대·건국대·건양대·계명대·경상국립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서울대·아주대·연세대·울산대·원광대·이화여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양대 등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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