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왜 거기서 나와…" 슈퍼히어로들의 환승연애

아이즈 ize 영림(칼럼니스트) 2024. 3. 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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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영림(칼럼니스트)

라이언 레이놀즈, 사진=스타뉴스DB

'슈퍼히어로 영화는 이제 질렸다'는 사람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지만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 중 누가 더 우위에 있는가는 팬들 사이에 오랫동안 논쟁 되어 온 주제다. '슈퍼맨과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에서부터 '배트맨과 아이언맨 중 누가 더 부자인가'에 이르기까지 이 미묘한 라이벌리(Rivaly)가 슈퍼히어로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양 진영 사이의 이런 해묵은 감정과 달리 할리우드 배우들은 마블과 DC의 경계를 마음껏 오가며 활약했다. 누군가는 이 때문에 과거의 자신을 쏴버리고 싶을 정도의 '흑역사'를 썼고 팬들은 이 활약을 비교하며 보는 쏠쏠한 재미를 얻었다. 

곧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개봉을 앞둔 라이언 레이놀즈는 마치 '모태 데드풀'인 것처럼 굴지만 그의 슈퍼히어로 첫 경험은 DC 코믹스에서 시작했다. 바로 '반지 닦이'라는 악명으로 더 잘 알려진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에서 레이놀즈는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우주경찰 '그랜랜턴 군단'의 할 조던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슈퍼히어로의 상징인 쫄쫄이 의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조악한 CG로 만들어진 초록색 코스튬은 국내외에서 조롱거리가 되었고 흥행 성적도 '폭망'이라고 불러 마땅한 결과를 얻었다. 그래도 레이놀즈가 이 영화에서 평생의 반려자인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만났다. 뭐라도 하나 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이 영화에는 할 조던이 그린랜턴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하며 맛깔나는 리액션을 보여주는 친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토르' 시리즈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다. '그린랜턴'의 악몽을 딛고 MCU로 넘어와 두 사람 모두 '신분세탁'에 성공한 셈이다.

영화 '블랙팬서' 시리즈에서 와칸다의 왕대비 라몬다를 연기한 안젤라 바셋도 이 영화에서 아만다 월러 역할을 맡았다. 어쩌면 '그랜랜턴: 반지의 선택'은 세 명의 MCU 스타를 배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관학교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DCEU에서 '느금마사'라는 밈을 남겼지만 그만큼 강한 임팩트도 함께 준 배트맨 벤 에플렉도 과거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데어데블' 벤 애플렉

그는 2003년에 개봉한 영화 '데어데블'에서 그는 불의의 사고로 맹인이 됐지만 동시에 초인적인 감각을 가지게 된 변호사 맷 머독(데어데블)을 연기했는데 악마를 형상화한 뿔이 달린 버건디 컬러의 데어데블 코스튬을 입은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원작 코믹스 속 데어데블과는 전혀 다른 전개, 수위를 낮추려다 보니 생기게 된 설정 오류 등이 팬들의 비판을 받았고 제작비 7,800만 달러로 월드 박스오피스에서 1억 7,917만 9,718달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억 2,543만 5,118달러를 겨우 벌어들인 후 속편 제작이 무산되고야 말았다.

MCU의 인피니티 사가를 책임져 온 주역 중 한 명인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도 DC 코믹스 기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가 과거 영화 '판타스틱4' 시리즈에서 조니 스톰 역을 맡은 것은 이제 잘 알려져 있는데 2010년에는 DC 코믹스 산하인 DC버티고에서 나온 만화 '더 루저스'의 실사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컴퓨터 전문가인 젠슨이라는 역할을 맡았는데 포스터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에반스의 가느다란 팔이 꽤 생경하다. 그만큼 에반스가 캡틴 아메리카 역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젓가락 같은 팔뚝을 하루 아침에 김종국 팔뚝처럼 만들어 주는 슈퍼 솔저 혈청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비롯해 7관왕에 오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슈퍼 히어로 팬에겐 그저 DC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그 분일 뿐이다. 이 트릴로지에서 배트맨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도 MCU에 잠깐 발을 담궜다.

'토르: 러브&썬더' 크리스천 베일,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는 영화 '토르: 러브&썬더'에서 '신 도살자'라는 이명이 붙은 고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다크 나이트' 때와는 전혀 다른 압도적인 비주얼과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신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뭉쳐있는 '복수귀' 캐릭터를 휼륭하게 표현했다. 

호불호가 꽤 갈리는 '토르: 러브&썬더'에서도 고르 캐릭터를 관객에게 각인시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를 소화한 크리스찬 베일의 압도적인 연기력 덕분이었다. 

앞서 소개된 사례 외에도 '캡틴 마블'의 탈로스 역을 맡은 배우가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출연했거나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한 DC 원작 영화 '더 루저스'에 '가오갤' 시리즈의 가모라 역을 맡은 조 샐다나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DC와 MCU 팬들 사이의 자존심 싸움은 결국 '그들만의 리그'였음을 보여준다. 

즉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불가능이나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 같은 건 없다. '맨 오브 스틸', '저스티스 리그'에서 슈퍼맨을 연기한 헨리 카빌마저 MCU와 접촉했다는 루머가 파다하게 퍼질 정도이니 말이다.

헨라 카빌, 사진=스타뉴스DB

해외 커뮤니티 등에서는 헨리 카빌이 이미 MCU와 손을 잡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MCU의 슈퍼맨인 하이페리온, 판타스틱4의 빌런 닥터 둠, 캡틴 아메리카의 영국 버전 캡틴 브리튼을 연기한다는 루머는 물론 곧 개봉을 앞둔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변종 울버린 역을 맡았다는 '카더라'까지 일고 있다. 

비록 각 진영의 팬들 입장에서야 속이 쓰리겠지만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이 또한 슈퍼히어로 장르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DC와 MCU를 오가는 이들의 활발한 이적이 다음에는 어떤 상상을 현실로 바꿔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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