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사직은 '고육지책'...정부와 의협, 대화 나서야"

최지현 2024. 3. 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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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16개 의대+α 사직서 제출...전날 한 총리 간담회, 소통창구 마련 계기되길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진행한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에 둘러싸인 방재승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최지현 기자.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한 의정갈등이 의대 교수 집단 사직 사태로 번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의 심정을 재차 호소하며,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재차 대화와 양보를 촉구했다.

16일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 의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비대위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저녁 3시간여 진행한 2차 총회 결과를 발표했다.

오는 25일 사직 규모는 20개 이상의 의대에서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비대위에 참여 중인 전국 20개 의대 중 16개 의대가 전날 자발적 사직에 의견을 모았다. 각 대학의 설문조사 결과다. 이들 의대 교수들의 사직 동의율은 최소 78.5%에서 최대 9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위에서 아직 결의하지 않은 나머지 4개 대학은 다음 주(18~24일) 중 설문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비대위 참여 및 자발적 사직 동참을 원하는 의대도 추가로 협의 중이다. 다만, 비대위는 사직을 결의한 각 대학의 구체적인 명단을 아직 공개하지 않않다.

"사직, 환자를 버리는 결정 아냐...어떻게든 끝까지 환자는 보겠다"

비대위원장인 분당서울대병원 방재승 교수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환자를 버리는 결정이 아니다"라면서 사직 결의가 의정대화를 이끌어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방 교수는 "필수의료를 살리고 더 나은 의료를 만들어가기 위한 전문가의 고육지책"이라면서 "교수들이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면서까지 왜 사직서를 제출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방 교수는 "현재의 어려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도저히 보이지 않기에 어떻게든 사태를 빨리 해결하려는 의지"라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절박한 외침에 응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비대위는 향후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적어도 '사직서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의대 교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할 것을 약속하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방 교수는 "국민의 지탄을 받더라도 의료 파국을 막고 정상적인 의료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에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직이 완료될 때까지 환자 곁을 떠날 생각이 없다"면서 "특히,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최선을 다해서 지킬 것"이라고 확언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22일 진행할 비대위 3차 총회에서 각 대학의 사직서 제출 방안 등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진행한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방재승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사진=최지현 기자.

"정부-의협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아...정부가 2000명 정원 먼저 풀어야"

이날 비대위는 정부와 의협 등을 향해 의대 증원에 대한 대화와 협의를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방 교수는 "그간 의대 교수들은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의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아보고자 노력했다"면서 "안타깝게도 정부는 '2000명' 증원에서, 의협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요구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방 교수는 "오래지 않아 우리 의료시스템이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되고 그 중에서도 필수의료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특히 이 사태가 길어질수록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다시 회복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에, 방 교수는 어떻게든 사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가장 먼저 '2000명 정원'을 풀어야 (의정) 협의가 될 수 있다"고 재차 촉구했다.

한 총리 간담회, 작은 불씨되길... '전국 의대 중재안' 나올 수도

여전히 정부는 비대위에 공식적인 연락을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의 서울대병원 간담회가 향후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해당 간담회에 방 교수는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방 교수는 전날 오후 한 총리가 '정부와 의사, 학생들이 함께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의견과 함께 '합심해서 합의점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방 교수는 "(한 총리 간담회) 그 자체가 작은 불씨가 돼서 정부와 의사, 의대 교수 비대위 간의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 교수는 "비대위 차원에선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계속 시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전국 비대위 소속의 각 대학이 논의해 보다 완성된 중재안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의협에 '중재안'을 제안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 차원에서 이를 더 발전시켜 2차 중재안을 제안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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