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복귀하려고 日까지 갔는데…“뒤 맡아주면 좋겠다” 17승 에이스, 왜 불펜행 통보받았을까
[OSEN=잠실, 이후광 기자] 선발 복귀를 위해 일본 개인훈련까지 자청했건만 결과는 선발이 아닌 불펜행 통보였다. 두산 베어스 17승 에이스 이영하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연일 좋은 컨디션을 뽐내고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못했을까.
프로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고민 끝 결정한 2024시즌 5선발 로테이션을 공개했다.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 원투펀치에 토종 에이스 곽빈까지 3선발을 확정한 상태에서 스프링캠프로 향했다. 이후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에서 4, 5선발 자원을 발굴하는 오디션을 개최했고, 이영하, 최원준, 김동주, 김민규, 박신지 등이 생존 경쟁을 펼쳤다. 당초 4선발로 낙점됐던 좌완 신예 최승용은 팔꿈치 피로골절이 발견되며 스프링캠프 합류 자체가 불발됐다.
시범경기에 돌입해 4, 5선발 경쟁은 최원준, 이영하, 김동주 3파전으로 좁혀졌다. 그런 가운데 명예회복을 선언한 ‘원조 토종 에이스’ 최원준이 4선발 자리를 꿰찼고, 사령탑은 장고 끝 남은 한 자리를 맡을 선발투수로 4년차 우완 영건 김동주를 택했다.
그렇다면 이영하는 왜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것일까. 이 감독은 “어제(14일) 이영하를 중간으로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라며 “이영하가 구원으로 가면 선발진이 마음을 놓고 던질 수 있다. 이영하는 선발, 중간, 마무리, 롱릴리프가 다 되는 자원이다. 물론 선수는 선발을 원했지만 불펜으로 가면서 김동주가 5선발을 맡게 됐다.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영하가 뒤에 가는 게 더 강한 투수진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선린인터넷고를 나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차 지명된 이영하는 2019년 17승을 거두며 대한민국 야구를 이끌 우완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최근 4년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방황을 거듭했고, 학교폭력 미투 사태까지 연루되며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영하는 작년 5월 무죄 선고와 함께 마운드로 복귀해 36경기 5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49로 1군 분위기를 익혔다. 이후 스스로 선발 복귀를 전격 선언, 2024년 스프링캠프에 앞서 일본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미니캠프로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스프링캠프까지 성공적으로 치른 이영하는 시범경기에서도 10일 이천 키움전 3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영하가 선발 경쟁력이 없어 뒷문으로 갔다기보다 최원준, 김동주의 불펜 활용 가치가 떨어져 두 선수가 선발에서 생존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사령탑의 말대로 이영하는 선발뿐만 아니라 불펜 전천후, 필승조 등 다양한 보직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 지난 2021년 홍건희와 함께 뒷문에서 ‘미친 구위’를 뽐내며 가을 필승조로 활약했던 경력도 있다.
이 감독은 “선수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은 상관없다면서 수긍하더라. 고마웠다. 선발 욕심이 있었을 텐데 성숙한 선수라는 게 느껴졌다”라고 선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지금 보직이 계속 간다는 보장은 없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변수가 많다. 시즌 출발만 이렇게 한다는 것이다. 이영하는 쓰임새가 많은 투수다”라고 평가했다.
이영하는 불펜행 통보와 함께 15일 잠실 KIA전에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홀드를 수확했다. 5-4로 근소하게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 선두 김호령을 좌익수 뜬공, 후속 김규성을 중견수 뜬공 처리했고, 이창진의 중전안타로 처한 2사 1루에서 허를 찌르는 견제를 통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영하는 경기 후 “겨울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정말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오늘을 포함해 지금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며 “보직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결정하시는 것이다. 선수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다. 마운드에 오르는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에 보직은 개의치 않는다”라고 성숙한 마인드를 뽐냈다.
보직이 불펜으로 정해졌으니 각오도 바뀌었다. 이영하는 “오늘(15일) 평일임에도 많은 팬분들이 찾아와주셨다. 팬분들의 열정과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불펜투수로서 팀 승리를 지키는 데만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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