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에 '멸종위기'까지 오는 국산 사과, 일본 사과로 대체?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 매년 반복될 수도
지구온난화·농촌 고령화로 재배면적 축소
2070년엔 국토 1%에서만 사과 재배 가능
수입하면 된다? 검역절차·식량주권 등 문제
복잡한 유통구조·중간마진, 가격 끌어올려
직거래 강화, 품종개량 등 전방위대책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가 준비했어요.
◆ 조석영> 요즘 사과값이 금값이라고 하죠. 문제는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되는 새로운 질서, 즉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왜 그런 건지, 대책은 없는 건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채선아> 사과 가격이 내려올 생각을 안 해요.
◆ 조석영> 오죽하면 '애플레이션(사과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현상)'이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3월에 사과 도매가가 kg당 5,290원이래요. 이게 1년 전이랑 비교해 보면 92.81% 높다고 합니다. 2배란 얘기죠. 사과뿐만 아니라 토마토, 딸기 참외 등등 다른 과일도 올랐는데 토마토는 평년 대비 50% 정도 비싸고 방울토마토도 평년 대비해서는 34% 정도, 딸기도 30%대, 참외도 20%대 비싸고, 대파도 배추도 다 비쌉니다.
◆ 신혜림> 과일 대목인 설이 지났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오르고 있어요.
◆ 조석영> 그래서 이런 현상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새로운 기본 질서, 뉴 노멀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사과값이 앞으로 계속 금값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 조석영> 첫 번째는 이상 기후예요. 사과 주산지가 경북 지역이거든요. 그런데 대구지방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작년 지난 봄이 역대급으로 따뜻했다고 합니다. 특히 초봄인 3월에는 평년 수준을 3.6도나 웃돌았어요. 지금 그래프 보여드리고 있는데 빨간색이 기온이 높았던 시기고 파란색이 평년보다 기온이 아주 낮았던 시기거든요. 근데 기온이 계속 높다가 4월에 확 떨어진 게 보이죠. 꽃샘추위가 평소보다 세게 왔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3월에 사과꽃이 왜 이렇게 따뜻하지, 나 꽃 필 때 됐나 하고 펴버렸는데 4월, 5월에 꽃샘추위가 와버리니까 사과꽃이 다 죽어버린 겁니다.
◆ 신혜림> 여름에는 비도 많이 왔잖아요.
◆ 조석영> 지난여름 경북 지역의 평균 강수량이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더웠잖아요. 덥고 습하면 탄저병이 돌기 시작하는데 이게 빗물을 타고 급격히 확산한다고 해요. 근데 사과가 여기에 취약하대요. 탄저병만 막아도 잘한 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억하실 텐데 저희 잼버리 사태 끝날 때쯤에 찾아왔던 7월 말에서 8월쯤 태풍 카눈이 왔었죠. 그때 바람이 되게 셌어요. 그래서 떨어지는 과일들, 낙과가 많이 생겼죠.
◆ 신혜림> 완전히 엎친 데 덮친 격이네요.
◆ 조석영> 3월부터 이상고온, 냉해, 장마, 태풍까지 관측 이후에 첫 번째 두 번째니 할 정도로 이례적인 기후가 반복됐던 거죠. 이게 사과 흉년의 이유인데 기후 위기는 계속 오잖아요. 그러니 흉년도 앞으로 계속될 거라는 뜻입니다.
◇ 채선아> 농가 입장에서도 애써 열심히 키웠는데 이상기후로 인해 이렇게 다 망가져 버리면 그만둘까 싶은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기후 위기 시대에 농업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조석영> 그리고 날씨가 널뛰는 게 작년만의 일이 아니라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기후 위기가 한 해 농사를 떠나서 농업의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문제가 또 하나 있어요. 사과값이 계속 금값이 될 수 있는 이유, 두 번째는 재배 면적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겁니다.
사과 재배의 적절한 기온이 연평균 7.5도에서 11.5도를 유지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게 대구 경북 지역이었던 거예요. 맛있는 사과가 나오는 지역들. 그런데 최근 30년 동안 대구 경북 지역의 사과 재배 면적이 44% 감소했고요. 같은 기간에 강원도의 사과 재배 면적은 247% 증가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대구 경북은 아쉽지만, 강원도에서 재배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 조석영> 문제는 국내 전체에서 사과 재배 면적이 거의 줄어들고 있는 거예요. 1981년부터 2010년에는 국토의 약 70%에서 사과 재배가 가능했어요. 그런데 2030년대부터는 영호남 지역 남쪽은 거의 다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렸고 2050년대가 되면 강원에서만 가능하고요. 2070년대가 되면 우리나라 국토의 1.1%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 신혜림> 이건 사과만의 문제가 아니겠네요.
◆ 조석영> 농작물은 다 영향을 받겠죠. 김치 없이 밥 못먹잖아요. 김치 주재료인 배추 가격이 김장철 물가를 좌우하죠. 배추는 밭작물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다 재배하긴 하는데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작물이다 보니까 높은 기온에서는 물러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름철에는 대관령 고랭지 배추가 유명하죠.
◆ 조석영> 이 고랭지 배추의 재배 면적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미 2000년대에 비해서 절반 수준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한 상황이고요. 앞으로 50년 정도 지나면 우리나라에서 고랭지 배추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때가 되면 여름에 배추 먹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사과나 배추나 재배 면적 자체가 줄어들면 공급이 부족하잖아요. 또 농촌 고령화도 계속되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폐원하는 과수원이 늘어나고 있고요. 결국 공급 자체가 줄어듭니다. 이게 다 재배 면적이 줄어든다는 얘기예요. 또 이런 것들과 별개로 또 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과일값이 계속 금값이 될 수 있습니다.
◇ 채선아> 공급량이 줄고 있는 건 맞는데 유통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거죠?
◆ 조석영> 사과 생산량이 2023년에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대요. 근데 중간 도매상 판매 가격은 125.4% 비싸졌다고 합니다. 생산량 감소 대비 도매가격 변동률이 굉장히 높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농작물이 재배되면 여러 가지 경로로 판매가 되긴 하지만 이 사과값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서울에 있는 가락시장 도매가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경매를 거치게 돼요.
◆ 조석영> 경매 제도의 구조를 보시면, 생산하거나 출하하신 분들 그러니까 농촌에 계신 분들이죠. 이분들이 도매시장 법인에 위탁합니다. 그럼 가락시장 같은 곳에서 '중도매인'이라고 해서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사람들이 오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판매가를 결정할 때 생산 원가가 얼마고 물류비가 얼마고 이번에 작황이 어떠니까 얼마고, 이거를 막 계산하지 않고 부르는 게 값인 거예요.
또 공급이 줄어든다 싶으면 대형마트 같은 데서 사재기를 해버린대요. 그게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굉장히 높은 가격을 부르는 요인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대체 이렇게 높아진 사과 가격 때문에 누가 이득을 가장 많이 보는지 찾아봤는데요. 이게 유통 구조의 실태 파악도 지금 제대로 안 되고 있더라고요. 농산물이 과거에는 주로 농협이라는 단일 채널을 통해서 출하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대형마트도 농부들과 직거래하기도 하고 이커머스를 통해서 출하되는 경우도 있고 이러다 보니까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정해진 룰이 지금 각각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감시하는 주체도 제대로 없고 가격은 복불복이라는 거죠.
◆ 신혜림> 아무래도 공급이 부족하다보니까 일본 사과를 수입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 조석영> 쉽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가 사과 수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나라가 총 11개 국가에요. 검역 절차가 총 8단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데 일본을 고른 이유는 뭐냐면 일본이 그나마 제일 앞에 와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5단계까지 와 있다고 하는데요. 8단계 중의 5단계까지 오는 데 30년 걸렸대요. 농산물 검역은 원래 까다롭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없는 병해충이 그 사과 타고 들어와 갑자기 우리나라 작물들 망칠 수 있잖아요. 뉴질랜드에 우리 귤 수출하는 데도 27년 걸렸다는 거예요.
◆ 신혜림> 무작정 막 수입해버리면 농업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고요.
◆ 조석영> 사과나무를 키워서 열매 맺는 데 5년 걸린대요. 근데 지금 사과 공급이 잘 안된다고 수입을 풀어버리면 앞으로 나무가 다 자란 5년 뒤엔 어떻게 되냐는 거죠. 그때 가서는 공급량이 많아지니까 또 사과값이 폭락하게 되겠죠. 그럼 농가는 또 투자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대표 과일인 사과마저 수입된다면 배나 단감도 수입을 계속하게 되면서 농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 조석영> 그리고 또 하나 짚어봐야 할 게 무엇이냐 하면 식량주권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 곡물 자급률, 식량 자급률을 보면 쌀 같은 경우는 90%가 넘습니다. 근데 밀은 0.8%예요.
◇ 채선아> 그러면 다 수입된다는 건가요?
◆ 조석영> 맞습니다. 2022년에 우크라이나 전쟁 터진 다음에 세계 물류가 막혀서 밀수입이 안 됐죠.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에는 전 세계의 곡창지대라고 할 정도로 밀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밀이 들어가는 가공식품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감정적으로 우리 농산물 지켜야지, 이런 문제가 아니라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라도 어느 정도 지키긴 해야 한다는 겁니다.
◇ 채선아> 수입은 좀 미루더라도 유통 구조 문제는 좀 바꿀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 조석영> 시장 도매인 제도라고 해서 경매제와 다르게 직거래에 조금 더 가까운 제도가 있어요. 우리나라 법에도 명시는 돼 있습니다. 강서시장이라든지 대구 북부시장에서는 이미 운영 중인 제도인데 이번처럼 과일값이 큰 사회 문제가 된 적이 별로 없어서 이 제도를 잘 활용하지 않았던 거예요. 보통 과일값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잡혔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재배 면적 축소와 기후 위기 문제까지 다 겹쳐서 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근본적인 기후 위기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안으로 품종개량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환경이 아니더라도 자랄 수 있는 사과 품종으로 바꾸자는 거죠. 여기에 국가 역량을 쏟아부어서 다양한 대책들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 신혜림> 농업을 하셨던 분들이 과수원을 그냥 접는 게 아니라 품종 개량 같은 걸 정부가 좀 도와줬으면 과수원 계속할 수도 있었던 건데 계속 방치돼있었던 거죠.
◇ 채선아> 과수원이 하나가 문을 닫으면 또 하나가 새로 생기는 건 쉽지 않잖아요. 기존에 있는 걸 잘 지켜가야 하는데 그게 지금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여기까지, 사과 값이 왜 금값이 됐는지 그 원인과 나오는 대책들을 좀 짚어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PD, 신혜림 PD>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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