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결정' 의대교수들 "의대증원 2000명 수치 조정해달라"

강중모 2024. 3. 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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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0개 의대교수들 25일부터 사직 결의해
"2000명 규모로는 협상 자체 안돼, 조정 필요"
사직서 제출해도 완료 전까지 환자들 돌볼것
다만 정부, 의료개혁·2000명 증원 입장 확고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 20개 대학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의과대학 교수들은 의료공백 사태를 풀기 위해 "우선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수치를 먼저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수치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의료계와 협의 자체가 이뤄질 수 없기에 이 부분을 먼저 풀고, 의사단체도 양보해 대화와 토론의 장에서 이번 사태의 협의점을 만들자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입장이다.

의대교수들 "2000명은 논의 불가능..수치 조정해달라"

전국 20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지난 15일 오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2차 회의를 열어 오는 25일 이후 각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고, 16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 결과와 내용에 대해 브리핑했다.

방재승 전국 20개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며 "학교를 떠난다는 말을 하는 것이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는 필수의료를 살리고 더 좋은 의료를 위해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들의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어떻게든 이 사태를 빨리 끝내는 것이 필수의료 위기와 국민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기에 의사단체와 정부 모두 한 발씩 양보해서 진지한 논의를 할 것을 요청한다"며 "우선 정부에 협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의대 증원 2000명 수치를 풀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붕괴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려 5년 동안 1만명의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발해 1만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났고, 이에 따른 의료공백으로 의료대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방 위원장은 "의과대학 교수들이 환자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고, 현재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까지 빠른 해결을 위해 교수들이 가진 것을 다 건 것"이라며 "국민들의 질타를 받더라도 의료 파국을 막고 전공의, 의대생을 원상 복구 시켜 진료와 학문을 정상화하기 위해 사직서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바로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방 위원장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직이 완료되기 전까지 교수들은 환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진료는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선을 다해 지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대한 진료 대책은 오는 22일 논의한다. 방 위원장은 “각 병원 별, 대학 별로 구체적 방법을 논의해 다음주 금요일에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의대교수들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의대 증원 2000명 정책 추진을 일정 부분 양보할 것에 뜻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방 교수는 "이번 2차 회의에서는 사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사직을 결정하는 시점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며 "(적정 증원) 의사 수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사 수 문제는 여전히 계속 논의를 하고 있고 향후 대책 수립을 위해 대한의사협회, 전공의, 의대생, 정부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의대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뜻을 함께했지만 서울의대의 경우 지난 11일 총회에서 오는 18일부터 사직서를 내기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방 위원장은 "서울의대 교수들은 오는 18일 회의를 갖고 19일 사직서 제출을 시작할지, 25일부터 시작할지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의대 증원 2000명은 의료개혁 위해 꼭 필요

이처럼 의료계 일각에서 대화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의대 증원 2000명은 현재와 미래의 의사 수 부족을 고려하면 오히려 부족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 과제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지난 1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의대 정원은 국가 전체 의료인력 수급을 법상으로 보면 정부가 책임지게 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근거를 계속 설명하고 설득할 문제이지 이걸 놓고 1000명 맞다, 500명 맞다를 주고받고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필요한 의사 수 산출을 외부 기관에 맡겨서 결정을 하자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하는데 외부 기관에 맡기자는 것은 정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정책 추진 의사는 확고하며 이는 의료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로 병원에는 과부하가 걸리고 있고, 의대교수들도 정부의 정책 추진에 반발해 사직서 제출에 뜻을 모으면서 의료대란 위기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해 중증 및 응급환자 중심으로 의료진을 투입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대교수들까지 현장을 떠날 경우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지난 14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교수들까지 빠지면 지금의 '비상상황'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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