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민재 아닌 다이어인가→단호한 투헬 감독 "실력은 충분한데..."

맹봉주 기자 2024. 3. 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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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 투헬 감독.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실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그런데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슈타디온 암 뵐렌팔토어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다름슈타트와 격돌한다.

다름슈타트는 올 시즌 1부 리그로 승격한 팀이다. 현재 순위는 독일 분데스리가 최하위인 18위. 단 2승에 그치며 꼴찌에 머물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2위이자 최강을 자랑하는 뮌헨이 쉽게 이길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관심사는 주전 라인업. 그중에서도 센터백 수비수 두 명에게 시선이 쏠린다.

투헬 감독은 최근 선발에 변화를 줬다. 사실상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레버쿠젠에 내준 상황. 11년 연속 우승 팀 뮌헨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남았다. 컵 대회에선 조기 탈락했다.

이 여파로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 종료 후 뮌헨을 떠난다. 사실상 경질이다.

투헬 감독은 반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희생양은 김민재였다.

시즌 초중반만 해도 김민재는 투헬 감독 축구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다른 주전들은 로테이션으로 체력을 아껴주면서도 김민재는 거의 매경기 풀타임 뛰었다.

▲ 김민재.

그만큼 김민재 의존도가 높았다. 전반적인 공격 라인을 크게 올린 뮌헨에서 수비 범위가 넓은 '괴물 수비수' 김민재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빠른 스피드로 공격에 가담하면서도 어느새 수비수로 복귀했다. 정확한 패스는 덤이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 전술에 변화를 주면서 운동능력이 뛰어난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조합보다 그라운드 내 소통을 중요시 하는 에릭 다이어, 마티아스 더 리흐트 듀오에게 신뢰를 줬다. 실력이 아닌 전술 변화의 따른 선택이었다.

결과는 성공. 다이어, 더 리흐트가 선발로 나선 최근 두 경기 뮌헨은 단 1실점에 그쳤다. 득점은 11점. 두 경기 다 완승이었다.

투헬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왜 김민재가 주전에서 밀렸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다름슈타트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투헬 감독은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 조합이 승리를 부르고 있다. 둘 사이의 호흡도 매우 좋다. 다른 수비 포지션 선수들과의 합도 뛰어난 편이다. 굳이 이들을 선발에서 내칠 이유가 없다"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도 실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는 조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뮌헨 중앙수비는 다이어, 더 리흐트가 지킬 것으로 보인다. 팀 성적이 다시 고꾸라진다면 김민재에게 기회가 오겠지만,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한 달 전만 해도 예상하기 힘든 이야기다. 뮌헨에서 수비수로 활동하고 감독까지 맡았던 레전드 클라우스 아우겐탈러(66)은 김민재가 선발에서 배제된 이유를 조화와 소통이라고 짚었다.

그는 14일 독일 매체 'TZ'를 통해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뛸 때 개인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비에서 가장 핵심적인 조화가 부족했다. 수비만 놓고 봤을 때 라치오와 마인츠전이 더 나았다"라며 "단순히 더 리흐트와 에릭 다이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팀은 이전에도 잘 갖춰졌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김민재 입장에서 소통이 어려웠을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왔다. 중국, 튀르키예, 이탈리아를 거쳐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다. 매번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했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유가 어쨌든 최근 김민재가 주전 경쟁에서 밀린 건 확실하다. 투헬 뮌헨 감독은 다이어, 더 리흐트 조합을 더 선호한다. 이 둘의 공존 시간을 늘리면서 실점은 줄었고 승률은 올랐다. 결과가 좋으니 더더욱 이 둘을 신뢰하게 됐다. 김민재에겐 악순환이다.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이적했다. 나폴리를 32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다. 시즌 종료 후엔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됐다.

가치가 폭등한 김민재를 뮌헨이 가만 두지 않았다.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김민재를 설득하며 영입까지 성공했다. 이적료는 무려 5,000만 유로(약 720억 원).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다. 뮌헨은 김민재에게 5년 계약을 안겼다. 알려진 연봉은 100억 원이 넘는다.

그만큼 김민재의 실력을 높이 샀다. 영입 사실이 알려진 직후 투헬 감독이 적극적으로 반길 정도로 김민재를 크게 환영했다.

김민재는 곧바로 뮌헨 주전 자리를 꿰찼다. 주전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핵심이었다. 뮌헨 빌드업 플레이의 시작점으로 활약했다.

시즌 초중반 내내 김민재는 혹사 논란에 휩싸였다. 투헬 감독은 휴식 없이 김민재를 매경기 풀타임 출전시켰다. 체력 문제가 우려됐지만 동시에 김민재의 위상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다 지난 겨울 이적 시장에서 다이어를 토트넘으로부터 임대로 데려왔다. 당시엔 어디까지나 김민재 대체 자원이었다. 뮌헨은 아시안컵 차출로 1, 2월 자리를 비울 김민재 대신 센터백을 소화할 선수가 필요했다.

뮌헨은 다이어를 데려올 당시 토트넘에 임대 이적료 350만 파운드(약 60억 원)를 지불했다. 완전 영입할 경우 드는 돈은 따로 들지 않았다. 다이어는 애초 올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2014년 토트넘에 입단한 다이어는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요 수비수로 활약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히는 등 준수한 센터백 자원으로 인정받았다. 손흥민 절친으로도 국내 축구 팬들에겐 유명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새 사령탑으로 오며 얘기가 달라졌다. 다이어는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더 이상 토트넘에서 다이어의 자리는 없었다.

그런 다이어를 뮌헨이 영입한 이유가 있다. 올겨울 수비진에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

▲ 에릭 다이어.

팀 수비의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했던 김민재가 한국 대표팀 자격으로 아시안컵 출전 차 1, 2월 뛸 수 없었다. 다요 우파메카노, 마타이스 데 리흐트는 돌아가며 다쳤다. 이들이 없을 때 뛰어줄 센터백 수비수가 필요했고, 영입이 비교적 쉬웠던 다이어가 낙점됐다. 다이어는 김민재 대신 뛴 시간 경기력이 좋았고 뮌헨은 완전 영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다이어가 김민재를 완전히 밀어버릴 거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최근 두 경기 연속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선발 센터백으로 나섰다. 김민재는 벤치에서 경기를 바라봤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 빌트'는 13일 "투헬 뮌헨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패배자들이 생겨났다"며 주전에서 밀린 6명의 선수를 공개했다. 우파메카노, 에릭 막심 추포-모팅, 브라이언 사라고사, 누사이르 마즈라위, 사샤 보이와 함께 김민재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민재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 매체는 "김민재는 투헬 감독이 가장 좋아하던 선수였다. 그런데 지난 4경기 중 3경기나 벤치에 앉아있었다"며 "투헬 감독은 지난해 여름 나폴리 수비수였던 김민재를 5,000만 유로를 들여 데려왔다. 그와 계약하려고 여러 차례 전화 통화까지 했다. 꿈의 선수를 설득했었다"고 돌아봤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라치오와 16강 2차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김민재의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투헬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김민재가 아닌 다이어와 더 리흐트 조합을 내세웠다.

공교롭게 이들이 결과물을 내놓았다. 다이어는 라치오를 상대로 기량을 발휘했다. 96%의 높은 패스 성공률(85/89)을 과시하며 김민재가 도맡았던 후방 빌드업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상대와 지상 및 공중 경합이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클리어링 3회, 가로채기 2회가 말해주듯 경기 흐름을 읽고 수비하는 능력이 빼어났다. 다이어와 함께 후방을 지킨 더 리흐트의 경기력도 살아났다.

그 연장선으로 분데스리가 마인츠 05전도 준비했다. 투헬 감독은 마인츠와 경기 직전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을 통해 "김민재에게 정말 어려운 시간이다. 지금도 충분히 뛸 자격이 있고,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이럴 때도 있다"며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앞서 두 번의 홈경기를 치러봤다. 그래서 조합을 고수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투헬 감독이 봐도 다이어와 더 리흐트의 호흡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이어는 매우 명확한 플레이와 말을 한다. 수비진을 잘 조직하는 능력이 있어 더 리흐트와 관계가 좋다. 아무래도 그들이 한 발 앞서 있다"라고 김민재의 3옵션 하락을 인정했다.

신뢰를 받아선지 다이어는 내용과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마인츠를 상대로 파이터형도 가능한 센터백이라는 걸 보여줬다. 라치오전만 하더라도 수비수치고 이례적인 경합 0회를 남겼는데 마인츠전은 달랐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지상 경합 성공률 100%(4/4)과 공중 경합 성공률 100%(1/1)를 자랑했다.

그밖에도 92%의 패스 성공률(46/50), 클리어링 3회, 리커버리 6회, 롱패스 성공 5회 등으로 공수 활약이 좋았다. 이를 바탕으로 풋몹은 7.4점의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또 다른 통계 전문 '소파 스코어'는 7.2점, '후스코어드닷컴' 역시 같은 평가로 호평했다.

반면 김민재의 출전 시간은 확 줄었다. 이날은 후반 30분 다이어의 체력을 안배하는 차원에서 들어가는 다소 굴욕적인 면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후반 45분 마인츠의 크로스 시도를 제공권 경합으로 이겨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주전 경쟁의 흐름을 바꿀 만한 장면은 많지 않았다.

김민재가 한국 대표팀에 뽑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뮌헨을 떠나있는 기간에 본격적으로 다이어와 더 리흐트 조합이 가동됐다. 꽤 호흡이 쌓이자 이제는 승리 파트너로 굳어지고 있다. 김민재는 예상치 못한 3옵션으로 밀려 주전 경쟁에 뛰어들 기회만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다가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에서도 벤치를 지킬 확률이 높다. 유럽축구연맹은 15일 스위스 니옹에 있는 본부에서 챔피언스리그 8강 대진 추첨식을 진행했다.

뮌헨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위에 올라있는 아스널을 만난다. 아스날 입장에선 가장 만나기 싫었던 팀일 수 있다. 뮌헨은 2000년대 들어 유독 런던을 연고로한 팀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첼시와 토트넘 홋스퍼도 뮌헨을 상대로 자주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뮌헨에 가장 많이 당했던 팀은 역시 아스날이다. 두 팀은 2010년 이후 UCL에서 총 8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8번의 경기 중 뮌헨은 총 5번의 승리를 따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아스날은 가장 최근에 열렸던 3번의 뮌헨전에서 모두 1-5로 패했다. 한 번 당하기도 힘든 스코어로 총 3번을 당했다. 2015-16시즌 조별리그 4차전에서 1-5로 패한 뒤, 2016-17시즌 16강 1,2차전에서 모두 1-5로 졌다.

이처럼 뮌헨이 아스날을 포함한 런던 팀들에 강한 면모를 보이자, 축구 팬들은 "런던의 진정한 주인은 뮌헨이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또한 아스날을 만나는 케인의 발끝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케인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13년 동안 몸담았던 토트넘을 떠나 뮌헨에 입단했다. 공교롭게도 아스날은 친정팀 토트넘의 지역 라이벌이다. 케인은 토트넘 시절 동안 총 19번의 아스날전에 출전해 14골을 넣는 등 아스날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렇게 천적인 뮌헨과 케인을 만나게 된 아스날이지만, 예전만큼은 겁나지 않을 수 있다. 아스날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1위를 질주하는 등 굉장히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반면 뮌헨은 바이어 04 레버쿠젠에 밀려 분데스리가 우승이 멀어지고 있다. 확실히 두 팀의 최근 흐름은 상반된 상황이다.

김민재 개인에겐 인내의 시간이다. 다만 투헬 감독도 김민재의 실력은 인정한만큼 언제든 다시 주전 도약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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