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시스템 공천? 결과값은 ‘윤 친위대·명 친위대’

김찬호 기자 2024. 3.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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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정해진 규칙에 따랐다지만 시스템이 ‘주관적’

[주간 경향] 제22대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본 경기에 나설 후보들의 윤곽이 대부분 드러났다. 결전에 나설 인물을 결정하는 각 당 ‘공천’은 주로 현역 의원과 신인 간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표면적 결과만 놓고 보면 현역의 ‘이름값’이 도전자의 ‘신선함’을 눌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세부 상황까지 뜯어보면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살아남은 자도 ‘친명’, 현역을 이기고 들어온 자도 ‘친명’이란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65% 가까이가 공천에서 살아남은 국민의힘 역시 ‘이름값’, ‘능력’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결과’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14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서병수 북구갑 후보 등 부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천을 시작하며 양당은 모두 ‘시스템 공천’을 선언했다. 객관적 평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공천 결과가 나온 뒤로는 기존 공천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공천이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심으로 모여 양당이 대립하는 구도만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란 비판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간간이 눈에 띄던 정책, 공약 대결은 실종됐다. 공천 결과를 두고 조금씩 다른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 역시 이 부분에서 일관된 의견을 말한다. “양당 모두 당의 비전, 정책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 시스템 공천?

적어도 공천 주목도 측면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확실히 눌렀다. ‘컷오프(공천 배제), 경선 탈락, 이의신청, 탈당, 당 대표 저격’까지 공천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잡음은 모두 쏟아졌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민주당 공천은 그야말로 시스템에 의한 혁신공천”이라며 “혁신공천을 넘어서 공천 혁명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천만 보면 과연 민주당이 총선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설사 선거에 패배해도 이 대표는 다음 대선까지 순탄하게 갈 수 있는 공천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공천은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대표는 이를 ‘프레임’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중이다. 지난 3월 6일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열린캠프)에 참여했던 현역 의원들 명단과 공천 결과를 담은 글을 공유하며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총 54명의 현역 의원 중 단수공천을 받은 건 2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비판의 핵심을 비껴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종석, 박광온, 홍영표, 송갑석, 박용진 등은 모두 비명으로 분류된 정치인”이라며 “이들이 사실상 컷오프되거나 평가 하위 20%, 10%에 포함돼 경선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국민 눈에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이 대표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천은 통계보다 과정과 결과가 얼마나 국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신인들이 익숙한 비명계 후보들을 경선에서 속속 이기는 상황은 시스템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전문가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역시 민주당 ‘시스템 공천’에 의구심을 보인다. 그는 “전체 254개 지역구에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가 한 지역구당 4000~5000명 정도 분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민주당 권리당원인데 경선 방식을 권리당원 투표 비중 확대 방향으로 잡으면 결과가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광온·송갑석처럼 하위 20% 결정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결과까지 더해지며 시스템 공천이란 말이 우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14일 기준, 국민의힘은 254개 선거구 가운데 242곳의 공천을 확정했다. 남은 지역구가 12개인 상황에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 114명 가운데 불출마 선언과 컷오프(공천 배제), 경선 패배 등으로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의원은 모두 37명(32.4%)이다. 국민의힘 시스템 역시 일관된 선호가 있었던 셈이다.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낮은 것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입김이 크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류 해석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단순히 검사 출신이 공천을 많이 받지 못했다고 해서 용산 입김이 없는 것이냐. 친윤으로 알려진 인물 중 공천에 들어갈 만한 사람들은 다 들어갔다”며 “국민의힘이나 용산이 왜 현역 의원 교체를 망설였을지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안 대표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지금 김건희 특검이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이네 하면서 대통령실을 겨냥해 국회가 추진 중인 사안이 여러 개 남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천에 개입해 대통령실과 당이 대립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4년 더’ 공천을 두고 정치공학적으로 손해 볼 것 없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현역 의원 위주의 공천이 개혁신당으로의 이탈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또 지역에 기반을 구축한 현역 의원들이 정치 신인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본선에서 불리할 것 없다는 전망이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이나 공천에서 뜻대로 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본 것도 전혀 없다”며 “특히 한 위원장은 윤석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차별화했단 점에서 잘 계산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이 남긴 것

문제는 이런 식의 공천이 총선에서 어떤 대립 구도를 만드냐이다.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각 지역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별로 없다. 정책 측면에선 양당이 차별화보다 사실상 동기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결국 정권 심판·검찰독재 타도와 정권 지지·운동권 심판의 중앙정치 구도가 남는다. 애초에 이러한 구도를 상정하고 맹활약할 수 있는 후보들이 공천에서 살아남았다는 지적도 있다. 안 대표는 이 상황을 두고 “이번 선거 구도는 사실상 윤석열 친위대 100명 안팎, 이재명 친위대 100명 안팎을 뽑아서 앞으로 4년 동안 더 싸워보자는 것”이라며 “특히 민주당은 이번 총선이 끝나면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과는 완전히 결별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공천을 두고 “구정물 공천”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두고 “썩은 물 공천”이라고 답했다. 대화와 협의가 기본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임에도 상대를 정책을 협의할 대상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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