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잇수다] '렌터카 요금에 5000원 추가.. 그리고 더?' 제주환경분담금법 시행되면?
형평성 등 논란 막혀 입법 절차 제자리걸음
헌법 위배 형평성, 중복성 등 법적 쟁점은?
제주만 시행 가능? 어떤 환경을 보전하나?
숙박시설, 렌터카 이용자 징수 논리 제시도
[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으로 기본요금에 더해서 숙박시설은 1인당 1,500원, 렌터카는 하루에 5,000원씩 추가로 내야한다면?'
환경보전분담금을 부과하는 법이 시행되면 요금을 더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논의가 시작된 지 30년이나 됐습니다.
제주 자연 지키는데 쓸 재원을 마련하자. 이런 목적인데, 관광객에 금전적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이어서 반발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입법 절차는 제자리걸음입니다. 환경자산보전협력금 제주환경기여금 환경보전기여금 환경보전분담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논의돼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을 부과하는 게 타당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이게 시행되면 우리나라에선 제주가 최초인데, 법적 쟁점은 없을까?
■ 제주만 환경보전분담금 징수?.. 강원도, 울릉도는?
형평성 논란입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이 다른 시도와 비교해 차별적 특혜가 아니냐는 거죠. 2021년 12월 위성곤 국회의원이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을 도입하자며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보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되긴 합니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1만 원 범위 내에서 공항과 항만을 통해 입도하는 사람에게 환경보전분담금을 징수하자는 것입니다. 취지는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관리와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해서라고 돼 있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시행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최종보고서를 보면 2022년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위성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검토의견에서 원인자 부담,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에만 환경보전 목적의 분담금을 신설하는 게 지역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하고, 분담금으로 인해 관광객이 줄면 관광수입 감소 및 세수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환경부는 단순히 항공, 항만을 통해 입도했다는 이유만으로 분담금을 부과하는 건 적정하지 않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1인당 1만 원 분담금 부과는 포괄적이고 산정 방식도 구체성이 적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 같은 내용의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방안은 ‘입도세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현 21대 국회에서는 입법이 무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총선 후 들어서는 22대 국회에서 입법을 다시 추진해야 하는 셈이죠.
■ 자가용처럼 렌터카 쓰는 도민도 분담금? 전기차는? 그리고 어떤 환경을 보전한다는 거?
헌법 상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 지 따져봐야 합니다. 과잉금지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때 그 목적은 정당한지, 또 방법은 적절한 것인지 등 너무 과하지 않은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경보전분담금 측면에서 살펴보면, 보전하겠다는 환경이 대기환경인지 해양환경인지 폐기물의 과도한 배출이 문제인건지 아니면 포괄적으로 제주섬 전체의 환경을 보전하겠다는 건지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렌터카 이용 시 하루 5,000원의 환경보전분담금을 걷는다고 하면 자가용처럼 렌터카를 쓰는 제주도민은 어떻게 할 것이며, 전기차 렌터카에 환경보전분담금을 징수하는 게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건 아닌지 따져야 합니다.
숙박시설도 어디까지 분담금을 내도록 한다는 걸까요. 호텔만 포함인지 농어촌 지역 소득 증대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포함시킬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숙박, 렌터카 등 특정 업체 이용객에 분담금을 매기면 반발은 없을까요.
중복성 우려도 있습니다. 기존에도 생태계 보전 및 환경개선을 위한 생태계보전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등의 부담금이 운용되고 있어 중복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환경보전분담금과 비슷한 명칭의 부담금이 수두룩합니다.
물론 법에 따라 부과 기준이나 내용이 다를 수 있겠죠. 그래도 친환경적인 행위를 하도록 부담금을 강제해 환경의 질을 유지하거나 개선한다는 목적에서 일부 중복성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법적 쟁점을 해소해야 분담금 부과 근거 마련 토대가 다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관광세 부과하는 스페인, 이탈리아.. 제주는 어떻게 징수하지
해외 사례를 볼까요. 유럽에선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숙박하는 관광객들에 숙박시설의 등급에 따라 0.65~2.25유로의 숙박세를 관광세의 형태로 부과해 지방재정 상태를 개선하는데 쓰입니다.
이비자와 마요르카가 있는 발레아레스 제도에서도 숙박세를 부과한다고 합니다. 숙박시설 등급에 따라 1인당 하루 1~4유로 숙박세를 내야합니다. 이 지역에서는 숙박세 외에도 환경세도 걷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베니스, 밀라노, 피렌체. 시에나 지역은 1인당 하루 0.7~7유로의 숙박세를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 해외 지역들 모두 대규모 관광객으로 인해 환경 훼손이 발생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이 나빠진다는 문제가 끊이지 않아 숙박세, 환경세 징수를 시작했습니다.
■ 오영훈 제주자치도지사는 이걸 어떻게 추진하려 하나
앞서 나열한 여러 법적 쟁점을 해소할 설득 논리들을 만들어야겠죠. 실제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최종보고서 역시 환경보전분담금 법적 쟁점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설득 방안이 담겼습니다.
또 용역보고서에는 제주의 자연을 현 상태로 방치하면 보전 및 유지관리가 어려운 상태이고 향후 전망 또한 밝지 않다고 강조됐습니다. 미래 세대에 제주의 자연환경을 물려주려면 재정이 확보돼야 한다며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얻는 수익자 즉, 관광객에게 일부 금전적 부담을 지게 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환경 보전의 구체적 범위 등 미완의 과제가 많기 때문에 제주자치도는 사업발굴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 시 국내에서는 최초이지만 서구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에게 일정 부분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이미 일반화되고 당연시되는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 도입을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라고도 역설했습니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이번 용역안을 바탕으로 제주자치도의회의 의견을 듣고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제주특별법 개정 등 입법 절차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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