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前 부통령 “양심상 트럼프 지지 못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3. 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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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원칙 어긋난 정책 추구” 비판
트럼프 “불충한 사람… 나를 지지해야”
중도 보수 유권자 표심 영향 주목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마이크 펜스(65) 전 부통령이 15일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는 이번 대선에 도전했지만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다 지난해 10월 경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패배한 후보는 승리 후보를 지지해온 공화당의 관례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펜스가 트럼프 정부 1기 때 부통령을 지낸 이른바 ‘레이건 보수’의 상징이기 때문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펜스는 이날 오후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집권 4년 동안 했던 보수 어젠다들과 상충하는 의제를 추구하고 표현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양심상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최근 중국계 회사 바이트댄스가 모(母)기업인 틱톡 금지 법안에 대해 돌연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 것을 비판했다. 또 “국가 부채에 맞서겠다는 우리 약속을 저버리는 것과 인간 생명의 신성함에 대한 헌신을 회피하기 시작하는 것을 봤다”고도 했다. 펜스는 보수 진영의 정치인 중 가장 보수 원칙에 투철한 인물로 꼽힌다. “나는 공화당원이기 이전에 보수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자이기 이전에 기독교인”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펜스는 트럼프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지만, 2020년 대선 직후 트럼프의 ‘선거 인증 거부’ 압박을 거절했고, 1·6 의회 습격 사태에 대해 쓴소리를 하며 완전히 갈라섰다. “대통령과 헌법 중 택일을 하라면 헌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며 트럼프와 그를 추종하는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의 노여움을 샀다. 이 때문에 올해 대선 도전을 일찌감치 선언했지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낙마했는데, “링컨이 말했듯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끌어낼 수 있고, 미국을 점잖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을 뽑아 달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트럼프는 펜스의 지지 거부 선언이 나온 이후 “그는 나를 지지해야 한다”며 “부통령을 만들어줬는데 정치하는 사람이 불충(disloyal)하다”고 했다. 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부 통합과 중도 확장이 필요한 트럼프에 또 하나의 과제를 남기게 됐다. 앞서 트럼프와 경쟁한 니키 헤일리 후보도 트럼프의 승리를 인정하면서도 “표를 가져오는 건 그의 몫”이라며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다. 최장수 상원 원내 리더이자 공화당 주류 상징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 역시 지지 선언은 했지만 떠밀린듯한 인상을 줘 정치적 효과가 반감됐다. 2012년 대선 후보를 지낸 밋 롬니 상원의원, ‘한국 사위’로 잘 알려진 래리 호건 전 매릴랜드 주지사 등도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밝혔다. CNN은 “펜스의 트럼프 지지 거부가 중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줘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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