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vs 과민반응' 아카데미상, 봉준호 발언 재조명?
엠마 스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도마 위에
양자경 해명에도 '인종차별 조장' 비판 여론
노골적이지 않은 '미세 공격' 사례로 거론돼
봉준호 "아카데미는 지역행사" 발언 재조명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리는 시간이죠. '앉아서 세계 속으로' 박수정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박수정,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현지 시각으로 지난 10일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그런데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졌어요.
◆ 박수정> 동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이른바 아시안 패싱 논란이 일어난 건데요. 문제가 된 장면은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시상에서 발생했습니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해당 부문 수상자가 다음 해에 시상자로 서는 전통이 있거든요. 작년 여우주연상과 작년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분들이 말레이시아 출신 양자경, 그리고 베트남 출신의 키 호이 콴, 각각 남녀 배우이거든요. 그러면 올해 이 분들이 나와서 각각 올해의 수상자들에게 시상해야 되는 거잖아요.
◆ 박수정>그런데 갑자기 올해 룰이 바뀌었어요. 그동안 수상했던 4명의 배우들이 우르르 나와서 단체 시상하는 걸로 룰이 바뀝니다. 여기서부터 아시아계 배우들이 단독으로 올라가 시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전통을 갑자기 바꿨다는 논란이 있었던 거죠.
◇ 채선아> 여기서 한번 기분이 상했겠네요.
◆ 박수정> 그런데 결정적이었던 순간은 엠마 스톤의 여우주연상 시상 장면이었습니다. 작년 수상자인 양자경이 시상을 하려고 트로피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옆을 엠마 스톤이 지나가면서 트로피를 바로 건네받지 않고 옆에 있던 백인 배우인 제니퍼 로렌스를 통해서 트로피를 받는 장면이 포착됐어요.
보통은 자기한테 상을 주는 전 해 수상자에게 인사도 하고 예우를 표현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동양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 박수정>제니퍼 로렌스와 엠마 스톤, 두 사람이 절친한 친구래요. 논란이 거세지자 시상자였던 양자경이 본인의 SNS에 엠마 스톤과 포옹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내가 당신을 좀 헷갈리게 만들었어요. 수상 축하해요"라고 글을 올렸는데요. 게시물 댓글에는 "당신이 엠마 스톤을 용서해서 논란을 잠재울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인들을 차별하게 될 것이다"라는 등의 비판적인 댓글이 많습니다.
◆ 조석영>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더 심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 박수정> 공교롭게도 남우조연상 시상 장면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양자경과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지난해 수상자 베트남 출신 배우 키 호이 콴이 올해 수상자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이름을 호명하고 트로피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수상자들이 올라오면 감사의 포옹을 한다거나 인사를 하거든요. 그런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자신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키 호이 콴에게 인사는커녕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요. 옆에 서 있는 다른 백인 배우들에게는 반갑게 악수하면서 인사해요. 키 호이 콴의 손에 들려 있던 트로피만 휙 채가는 모습을 보이고요. 키 호이 콴이 한 번 더 어깨를 만지면서 인사하려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그것조차도 응답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스카 공식 유튜브에 해당 영상이 올라왔는데 3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있거든요. "지난 해 수상자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인종차별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 무례한 행동이다." "상대방을 웨이터 취급하는 행동이다"라고 비판을 하고 있고요. 한편에선 "본인이 수상을 하고 너무 경황이 없어서 단순히 해프닝처럼 생긴 것이다."라며 옹호하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 채선아> "대놓고 차별하는 것보다 저런 암묵적인 패싱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라는 의견도 있네요.
◆ 박수정> 제가 미국 현지에서의 반응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행동은 전형적인 'micro aggression'이다"라는 의견이 보였습니다. 아주 미세한 공격이라는 뜻인데요. 노골적인 폭력이나 차별은 아닌데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는 행동들 있죠. 내가 무시당한 것 같기는 한데 대놓고 뭐라 하기에는 상대방은 그냥 의도 없이 한 행동인 것 같은데, 기분은 나쁜 그런 것들 있잖아요.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차별 행위, 적극적인 혐오의 의도 없이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차별을 일컫는 용어가 'micro aggression'이거든요.
해당 배우들이 정말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한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헐리우드에서 아시아인들을 대하는 습관적인 차별적인 행위라는 의미에서 'micro aggression'의 전형적인 장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채선아> 이번에 많은 지적을 받은 만큼 다음 번에는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 박수정> 이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거든요. 2019년에 봉준호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좋은 영화가 많은데 왜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못했냐?"라는 질문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국제 영화제가 아니라 미국의 지역행사다"라고 답변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답변이 소위 '사이다 발언'으로 미국에서도 유명했었어요. 아카데미상은 영어권의 백인 감독에게만 상을 주는 백인들의 잔치, 북미만의 지역 행사라고 꼬집는 발언이었던 거죠. 당시 영국의 언론에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한국의 자랑을 넘어 아카데미상의 국제주의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채선아> 이번에 아시아 패싱 차별 논란이 불거져서 좀 아쉽네요. 여기까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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