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누가 되든 싸움꾼"…후보 5명 중 3명이 피의자

강승지 기자 2024. 3. 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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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의협 회장 선거 20일 실시…주수호 '음주운전 사망사건' 재점화
일각 "모든 의사 대표할 능력과 의지 없어…지친 데다 자괴감"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 합동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3.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가 오는 20일 치러진다. 결선투표까지 간다고 쳐도 26일 저녁이면 당선자가 확정된다.

신임 회장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의협을 정비해 의대증원으로 불거진 대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제에 직면해야 한다. 당장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지 지켜볼 대목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제42대 의협 회장을 뽑는 전자투표가 오는 20~22일 치러진다. 투표 결과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득표자 2인에 대해 25~26일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 당선자는 26일 확정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기호 1번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 2번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의협 회장), 3번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4번 박인숙 전 국회의원, 5번 정운용 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대표 등이다.

대한의사협회 선거일정(왼편)과 후보 등 포스터(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

14만명의 의협 회원 중 회비를 내는 5만여 명이 유권자로 추산된다. 회장직은 제한 없이 연임할 수 있으며 임기는 3년이다. 의대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어서 강력한 대정부 투쟁 의지를 드러내는 후보가 지지를 얻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정운용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의 후보는 반대 입장에 서 있다. 이들 4명은 현재 의협 비대위에서 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박명하·주수호·임현택 후보 등 3명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교사, 방조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 발표가 있던 날 당시 의협 회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협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사태 초기에는 의협 회장 선거를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선 비대위를 구성해 회원들이 결집한 뒤 선거를 치르고 새 회장이 투쟁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협 대의원회와 후보들이 합의하면서 이번 선거를 예정대로 치를 수 있게 됐다.

각 후보들은 의협 산하단체 주최 토론회와 각 지역 의사회 행사 참여, 사직 전공의나 휴학계를 낸 의대생과의 접촉 등을 통해 "의협 회장이 되면 이번 사태를 정부와 투쟁하든, 협상을 시도하든 책임지고 수습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에서 언론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수호 후보는 2016년 3월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논란이 되면서 그의 피선거권 자격을 두고도 이의가 제기됐다.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4일 오전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오는 20일부터 치러지는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음주운전 사망사고 전력을 밝히지 않았다. 2024.3.14/뉴스 ⓒ News1 신웅수 기자

의협 선거관리규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는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날에서 5년이 지나야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르자면 교통 사망사고 가해자로 2016년 8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주 후보는 집행유예가 끝난 2019년 8월부터 5년 뒤인 2024년 8월 이후에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 후보 측은 의협 규정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와 실형을 선고받은 자 사이 피선거권 제한이 구분돼 있지 않고, 집행유예는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선관위도 전날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짓지 못한 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협회 회원들의 피로감과 실망감 등은 이번 선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시군구의사회장은 뉴스1에 "의협에 염증을 느낀 의사들이 많다고 해야겠다"고 말했고, 의협 고위 관계자는 "회원들이 완전히 포기했다. 지친 데다 자괴감도 느끼며 '회장 뽑으면 뭐 하냐'는 분위기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의사단체장을 지낸 60대 개원의는 "대외 업무와 대회원 업무 각각 잘 아우를 인물이 돼야 한다.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에 당당히 맞설 능력도 갖춰야 한다"면서 "정파에 흔들리고 의협의 의견을 내 이끌어야 하고 회원들이 의협을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원의, 봉직의, 의대·병원 교수 등 직역 및 전문과에 따라 입장이 다른 데다 이번 사태에 드러났듯이 의협과 거리를 두려는 전공의들의 움직임 등 의협의 대표성이 위협받고 있는 점은 선거의 무관심으로 표출될 수 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필수진료과 교수는 "의협은 전체 의사를 대표할 능력과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의대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1년 차 레지던트는 "전공의들은 의협에 그닥 할 말이 없다"며 "의협이 개원의 중심 단체라 전공의 목소리와 다른 부분도 있다. 대화 물꼬가 트이지 않는 건 의협보다 정부 때문이라고 보지만 의협에 특별히 할말이 없다"며 투표 의향이 없음을 시사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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