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살코기와 뜨끈한 국물… 마음까지 든든하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선농단 가는 길 20년간 한자리
시간대 상관없이 손님들로 북적
갈비탕 뚝배기 가득 채운 고기
뽀얀 국물 한입 입안 가득 풍미
감칠맛 특징인 함흥냉면도 인기
항아리에 담긴 김치·깍두기 별미
옛날 기억 속 결혼식장에는 늘 갈비탕이 나왔었다. 깔끔한 국물과 당면, 대파, 지단을 송송 썰어 놓은 한 김 식어 나온 갈비탕은 어린 입맛에도 어찌나 맛있었는지, 부드럽게 익은 갈비를 탕에 발라 넣어 한 그득 떠먹던 그 맛은 지금까지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요즘에 나오는 결혼식장의 뷔페음식도 좋지만 가끔은 밖에서 먹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그 놋그릇의 갈비탕이 생각날 때가 있다.
소 갈비는 버릴 게 없는 재료다. 뼈를 고아내 육수를 만들고 또 뼈에 붙은 고기까지 내어 한 그릇을 낼 수 있고, 조리법에 따라서 어떤 부위보다도 부드럽기에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이 먹기에 참 좋다. 제기동 약령시장 근처에 있는 문을 연 지 20년이 넘어가는 함경면옥은 불황과는 상관이 없는 제기동의 맛집이다. 갈비탕이 생각날 때면 늘 방문하는데 점심시간, 저녁시간 나뉘지 않을 정도로 항상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유독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데 부드럽게 삶아낸 살살 녹는 먹기 좋은 갈비탕 속 갈비 덕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가족들이 많다. 서로를 챙겨 가며 김치며 고기며 나누는 모습이 참 다정스럽다. 약령시장이나 경동시장에서 장을 본 후 슬슬 걸어와 두 손 가득 장 본 봉투를 내려놓고 갈비탕을 먹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람 사는 느낌이 나 그 모습들이 참 정겹게 다가온다.
가게는 상당히 규모가 있는 편이다. 직원들이 많아 수시로 신경을 써주신다. 함경면옥은 음식값이 선불이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면 직원이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다. 메뉴가 몇 개 없기에 주문을 하면 음식이 5분 안에 나온다. 갈비탕 뚝배기는 보온 효과와 그릇 받침 효과까지 있는 은색 대접에 담아져 와 음식을 먹는 끝까지 따뜻하게 갈비탕을 즐길 수가 있다.
함경면옥의 주 메뉴는 갈비탕과 냉면이다. 그 외에 메뉴들도 왕왕 나가지만 추운 겨울에는 역시 갈비탕을 먹고 있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주문을 하면 음식은 상당히 빠르게 나온다. 뚝배기 가득 든 갈비와 국물, 그리고 송송 썰어 넣은 대파 향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 너머 그윽하게 올라오는데 잘잘하게 떠 있는 고기기름 풍미까지 입맛을 돋우어 준다. 간은 제법 간간한 편이다. 취향에 맞게 후추를 넣어 준 후 뜨거운 고기를 건져 먹으면 된다.
큼지막한 소갈비들 사이에 항상 마구리뼈 한 개가 있는데 뜯어 먹기에 조금 난감할 수 있지만 살이 꽤 붙어 있기에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갈비뼈의 고기는 정말 부드럽다. 푹 고아져 국물에 잘 밴 그 풍미는 겨자 간장을 살짝 찍어 함께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 이곳 갈비탕 국물은 깊은 맛과 고소한 기름 맛이 풍부하다. 한 그릇 다 비운 후 집에 가는 입술에선 번들번들 기름이 도는데 몸속 가득 열이 올라 든든해진다.
◆소갈비 요리
소갈비는 예나 지금이나 고급 재료이다. 그래도 지금은 갈비탕 같은 탕에서 갈비를 먹어볼 수 있지만 집에서 한우 소갈비찜을 여유롭게 만들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조선시대 때에도 주로 왕실이나 양반댁 잔칫집에서나 맛을 볼 수가 있었고 근래까지도 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귀하게 먹었지만 수입육이 들어옴으로써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접할 수가 있게 되었다. 얇게 저며 숯불에 구워 먹기도 하지만 주로 뼈를 통째 잘라 탕이나 찜으로 해 먹는다. 유럽에 비슷한 요리로는 프랑스의 뵈프 부르기뇽과 이탈리아의 오소부코 등이 있다.
소갈비찜은 ‘증보산림경제’에 우협증방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시의전서’에도 가리찜이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예전에는 소갈비에 핏물을 충분히 빼 잡냄새를 제거해 삶아 내었지만, 요즘엔 상질의 소갈비를 구하기 쉽기에 밀가루를 입혀 구워내 서양식으로 풍미를 낸 갈비찜 요리들도 개발되고 있다.
<재료>
소갈비 500g, 마늘 30g, 양파 100g, 당근 50g, 셀러리 30g, 토마토 페이스트 30g, 레드와인 300ml, 감자 1개, 브로콜리 50g, 기름 약간, 버터 30g, 밀가루 약간, 물 3L, 소금 조금, 후추 조금, 로즈메리 2개.
<만드는 법>
① 소갈비는 차가운 물에 3시간가량 담가 핏물을 빼준다. ② 핏물을 빼준 소갈비는 밀가루를 입혀서 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준다. ③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다진 마늘, 양파, 당근, 셀러리를 볶아 준 후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준다. ④ 토마토 페이스트가 향이 나면 레드와인을 넣어준 후 구운 소갈비를 넣어준다. ⑤ 물을 넣고 약한 불로 약 2시간 뭉글하게 끓여주며 갈비를 익혀준다. 소금, 후추, 로즈메리를 넣고 풍미를 더해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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