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불혹에 미혹되지 않고 현재에 진심이네
정규 3집 '40' 발매…10년 만에 정규 음반
'다이빙'·'시작할 수 있는 사람' 더블타이틀곡
4월 6~7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서 콘서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나 요즘에 허리 너무 아파~" "그래서 누워 있는 거야?" "응~ 이제 40이라서 그런 건가. 1월1일부터 아팠어. 살도 너무 안 빠지고." "운동해도 살 안 빠지고 먹으면 먹는 대로 찌고. 소화도 안 되고." "근데 40이 일할 때 한창때네. 너무 잘 될 때? 하하." "누가?" "모르겠어. 어디서 들은 거야. 우리도 잘 되지 않을까" "그럼 우리 대박 난대. 40에"('옥탑라됴6')
'힐링' '위로'라는 수식을 달고 다니던 싱어송라이터 듀오 '옥상달빛'의 1984년생 동갑내기 멤버인 김윤주·박세진이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40"('자기소개')이 됐다.
2010년 EP '옥탑라됴'로 데뷔해 14주년을 맞이한 이들은 무슨무슨 척을 한 적이 한번도 없다. 인위적으로 삶을 세공하지 않고, 지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화법을 지녔다. 여전히 뮤지션들에게 금기인 나이를 거리낌 없이 스스로 밝히는 것도 모자라 그걸 새 음반인 정규 3집 '40' 타이틀로 내세우는 뚝심.
현재를 향해 최단거리로 나아가는 음악들은 이들이 현재 할 수 있는 지금의 노래들이라 더 아름답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는다고 해서 불혹(不惑)이라는 불리는 40세 나이의 숫자에 미혹되지 않은 채, 삶에 대한 의혹을 음악과 사람에 대한 매혹으로 불식시키는 현명함. 어떤 정서를 정확히 공감하고 있는 뮤지션일수록 멜로디를 만들거나 가사를 쓸 때 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확히 지어낸다. 그런 뮤지션이 옥상달빛이다.
정규로 따지면 10년 만인 지난 15일 발매한 정규 3집 '40'이 그 증거다. 더블 타이틀곡 '다이빙'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비롯 인디, 포크,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열한 곡이 실렸는데, 모두 두 멤버의 지금을 노래한다. 슬픈 감정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마냥 침잠하지 않는다. 바닥을 딛고 천천히 부유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의 노래다. 다음은 앨범 발매 전 서울 홍대 앞에 위치한 옥상달빛 소속사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에서 김윤주·박세진을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10년 만에 정규 앨범이 나왔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나오는 거여서 '무슨 기분'이라고 얘기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새로운 느낌이어서요. 처음 데뷔하는 느낌이에요."(김윤주)
"저는 데뷔하는 느낌까지는 아니고요. 10년 만에 나오는 정규라 저희한테도 아주 의미가 커서 사실 좀 기대가 돼요. 기대하면 안 되는데… 기대하다가 마음 다칠 수도 있거든요. 그런 경험이 여러 번이라서요. 그런데 정규라서 어쩔 수 없이 기대가 됩니다."(박세진)
-정규 6집이나 7집이 아닌 정규 3집이라는 사실에 저도 깜짝 놀라긴 했어요. 앨범의 모티브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윤주가 먼저 이야기를 했어요. 너무 대놓고 우리 나이를 굳이 알려줘도 되는 건가에 대한 두려움이 살짝 있었거든요. 특히 여성 뮤지션들이 마흔 살이라고 대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우리라서 할 수 있는 얘기예요. 우리는 왠지 그렇게 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박세진)
"옥달은 '지금을 얘기하는 팀'이다 보니까 가장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게 그냥 현재라고 생각했어요. 40세란 나이는 생각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많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스물다섯에 대한 노래인) '25'라는 곡을 냈고 이 곡이 실린 '28'(옥상달빛 첫 정규 음반 제목으로 28세 청춘기를 담았다) 음반도 냈죠. 근데 나이에 방점을 찍고자 했다기보다 현재의 사랑, 이별, 삶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게 40이라는 주제로 모이면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김윤주)
-트랙리스트 배치에 더 큰 신경을 쓰셨을 거 같아요.
"진짜 많이 바꿨어요. 타이틀도 계속 바뀌었고요. 이번에 생각보다 차분한 노래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끊어지는 트랙들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내용별로 묶어보는 거는 애매할 것 같았고 분위기를 따라 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타이틀곡 중 한 곡('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넣은 거고요. 그 곡은 (작사·작곡을 한) 세진이가 처음부터 마지막 곡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고 저도 많이 공감이 됐거든요.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는 듯한 느낌의 곡이거든요."(김윤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제목이 제일 마지막에 들어가면 반어적인 '어떤 재미'가 있을 거 같았어요. 이 노래는 실패 때문에 시작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쓴 곡이거든요. 제일 끄트머리에 있으면 메시지가 더 공고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쓴 곡이 아닌 저를 위해 쓴 곡이기도 해요. 또 다른 타이틀곡인 '다이빙'은 당연히 타이틀은 3번이어야 한다라는 고정적인 생각으로 넣었죠. '자기소개'가 (인트로 다음) 처음에 들어가 있는 건 우리가 더 유명해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하하."(박세진)
"'자기소개'가 노래로는 처음인 2번 트랙에 들어가 있는 건, 정규 3집을 내면서 다시 한 번 저희가 누구인지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마흔이 된 시점에서 조금은 장난스럽지만 신체, 마음의 변화를 솔직하면서도 가볍게 풀어낸 게 2번 트랙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리고 트랙리스트는 노래 흐름에 따라 배치를 했어요. 산통을 깨는 느낌이 없었으면 하는 앨범이라고 할까요."
-뼈대로 '스토리텔링'을 해놓고 일종의 '무드텔링'까지 하신 거군요. 옥상달빛의 가장 특별한 점은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특별한 감수성을 끄집어낸다는 점입니다. 5년 간 MBC FM4U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DJ를 맡으신 동안 보여주신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스페셜 이디엇'의 곡 설명에서 '내 얘기지만 너의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 만한 우리의 초상화'라는 곡 설명이 참 와닿았습니다.
"제 얘기라고만 생각 안 했어요. 회사 끝나고 집에 왔을 때 저녁 시간에 자긴 혼자만 있을 때의 그림이 그냥 그려지더라고요."(박세진)
-'다이빙'은 침잠하는 느낌이 많이 드는 곡이에요.
"작년엔 가라앉은 한 해를 좀 보냈거든요. 주변에서도 밖에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산책도 하라고 했는데, 현관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온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런데 이게 비단 저만의 일이 아닐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에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는 분들이 많잖아요. 밖에서는 막 웃고 떠들지만 집에 왔을 때 허탈함, 외로움, 적적함이 많이 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감정을 가사로 솔직하게 썼어요. 좀 밝은 편곡으로 그 솔직한 가사를 가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다이빙'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가라앉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언젠가 바닥을 딛고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윤주)
-옥상달빛의 노래는 슬픈데 밝아요. 그런 감정을 들게 하는 기술이 있습니까? 균형감을 잘 잡는 세련됨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예를 들면 '다이빙'은 가사가 일단 슬프긴 하고요. 편곡이 화려하고 되게 밝은 것처럼 들리는데 뒷부분에 박자가 2배로 늘어나는 부분이 있어요. 그 전조 이후에 약간 벅차 오르면서 눈물이 날 것 같죠. 슬프면서 아름다운 표현을 잘 한 것 같아요."(박세진)
"BPM이 느려지는 건데요. 이렇게 두 팔을 활짝 펴는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그렇게 곡을 쓰는 것 같아요. 예컨대 되게 밝은 가사를 쓰면 조금 누르는 것 같고, 좀 어두운 곡을 쓰면 살짝 올리려고 하죠. 뭔가 평균을 맞추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김윤주)
-전 옥상달빛이 음악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얘기 왜 이렇게 많이 듣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평가가 도대체 어떻게 돼 있는 거야. 5점 만점에 2점도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저희는 항상 저평가 우량주예요. 하하하하하."(박세진)
-팀이 저평가돼 있다는 건 아니고, 곡을 되게 듣기 쉽게 쓰시는데 그게 어렵잖아요.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팀이라는 얘기인데 곡이 또 쉽게 들리니까 간혹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요. 하하.
"따져보면 사실 그렇게 쉽지도 않아요. '너네 노래는 듣기 이렇게 쉬운데 코드가 왜 이렇게 어렵게 써져 있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거든요."(박세진)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학교 교수님이 저희 노래를 듣고 그런 얘기를 하시긴 했거든요. '너네 음악은 실용음악과 나온 애들 같지 않다'고요. '칭찬이에요?'라고 여쭤봤더니 '칭찬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 둘이 좋아하는 음악의 교집합도 점차 넓어지고 있어요. 시티팝을 좋아하고 카펜터스, 길버트 오설리반 같은 서정적인 음악들도 좋아하죠."(김윤주)
-레슬러이기도 한 배우 드웨인 존슨의 이름을 내세운 '드웨인존스'라는 제목도 은근히 옥상달빛과 잘 어울려요.
"살아가다가 가끔씩 '내가 강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생길 때가 있더라고요. '내가 좀 강했으면 상황이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그래서 '내가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할 때 첫 번째로 떠오른 얼굴이 드웨인 존슨이었어요. 하하. 다만 제가 생각하는 강함은 근육만 있는 건 아니겠죠. 마인드적으로도 강한 거겠죠. 결국 강한 거는 자유한 것이더라고요. 제가 무언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의지'요. 저도 지금 찾아가고 있는 단계라 증명은 못하겠지만 가사의 끄트머리를 쓸 때쯤에 자유라는 키워드가 나왔어요."(박세진)
-윤주 씨가 작사·작곡한 '약속할게 난 죽지 않아'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님의 '마지막 수업'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요. 특히 책의 '걱정하지마 나 절대 안 죽어' 부분이요.
"그 한 문장에 되게 울컥했어요. '나 죽지 않아'라는 그 말이 '내가 되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구나'라는 걸 깨닫고 나서 한참 울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 분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요."(김윤주)
-옥상달빛도 지난해 에세이집 '언젠가 이 밤도 노래가 되겠지'를 내놓으셨죠. 너무 좋았던 책인데, 생각과 고민을 음악적으로 정리하신 거랑 글로 정리하신 거랑 아무래도 차이가 있죠?
"책 작업은 확실히 좀 다른 것 같긴 해요. 가사 쓰는 것도 쉽지는 않은데 그렇게 긴 분량의 글을 정리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근데 많이 배웠어요. 그때 당시에 저조차도 몰랐던 제 모습에 대해서 써야 되는 작업이었거든요. 쓰고 많이 고치면서 정리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글은 송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박세진)
"우선 5년 정도의 라디오 시간을 정리를 한 거잖아요. 제가 뭐에 쫓기고 있고 뭐에 불안해하고 뭐에 기뻐하는지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에 대해 좀 더 알게 됐어요. 이후에 음악 작업을 하면서는 책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쓰는 거는 똑같이 어렵거든요. 다만 글은 조금 더 풀 수 있는데 가사는 더 축약해서 써야 되니까 어려움이 있죠. 근데 글을 쓰는 거에 대한 아주 조금의 자신감은 생긴 것 같아요."(김윤주)
-'서른'은 기성 세대에게 남다른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처럼 다다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돌아보니까 30대는 진짜 젊은 시절이잖아요. 사실 뭘 시작해도 되는 때인데 그 당시에는 왜 이렇게 본인이 뭘 시작하기 어렵다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자리도 못 잡았고 일도 제대로 안 되고 그렇다고 꿈을 쫓는 것도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 또 '사람도 마음대로 안 돼.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시기'가 서른 살 쯤이더라고요. 30대 초반에 항상 헤매고 다녔던 제 모습도 있는데, 여성 회사원의 그림이 자꾸 그려지는 노래였어요."(박세진)
-'광고'라는 곡은 제목이 단순하면서도 많은 걸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디오 하면서 가장 많이 썼던 말이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였죠. 그래서 '광고'라는 제목으로 한번 곡을 만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에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많이 하는 걸 지켜보게 됐고 좋은 것만 보여주는 사람들이 '진짜 행복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나 괜찮아' '별일 없어'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 중에 진짜 별일이 없는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 없는 것 같고,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는 어떤 것을 사람들한테 보이고 싶을까'라는 궁금증이 좀 들었어요. 주변 사람들한테도 '너는 가진 거를 보여주고 싶니' 아니면 '네가 슬퍼하는 감정을 보여주고 싶니' 물으면서 대화도 많이 나눴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잘 모르겠다'예요. 가사 중에도 '여전히 어려운 질문 앞에'라고 썼어요."(김윤주)
-'스페셜 이디엇'은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껴진 때를 그린 노래라고요.
"누구나 그런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있는 것 같아요. 너무 퍼져 있거나, 자기만의 어떤 못난 모습이 있잖아요. 그게 어떤 모습이든 간에 그걸 하고 있을 때의 제 모습이 너무 싫은 거죠. 그럼에도 나는 멍청이는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거예요. '특별한 멍청이'라는 거죠. '그래도 괜찮아질 수 있을 거야' 메시지가 뒤에 담겨 있어요."(박세진)
-'혼잣말'은 옥상달빛에 드문 사랑을 다룬 노래입니다.
"저희가 사랑 얘기가 없기로 유명한 팀이기도 한데 '40'을 주제로 생각했을 때 돌아보니까 '내가 이런 사랑을 했었구나' '이런 이별을 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때를 떠올려 보니까 익숙함이라는 게 되게 무서운 거더라고요. 부부 사이도 사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애 당시 익숙함 때문에 헤어졌던 때를 떠올리면서 썼던 곡이에요."(김윤주)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는 윤주 씨, 세진 씨가 작곡하지 않은 곡 중 유일하게 이번 앨범에 실렸습니다. 윤주 씨가 운영하는 레이블 와우산 레코드 소속 장들레 씨 곡이네요.
"우선 들레 씨 곡의 데모를 제가 먼저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곡저곡을 듣는데 이 곡은 진짜 뺏고 싶은 거예요. 하하. 가사도 없었고 들레 씨가 흥얼흥얼거리며 피아노 한대로 이렇게 들려줬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의 순수함과 들레 씨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그게 동시에 느껴지는 곡이어서 '내가 가사를 붙여봐도 되겠냐'고 얘기를 했죠. 이후 빼앗아 오다시피 한 곡인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냥 지금 가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모든 걸 알아도 말을 하지 않는 밤처럼 (…) 모두 알 것 같아도 모른척해 줄래' 이렇게요. 뭔가 극단에 있는 감정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는데, 나이가 더 먹으니까 '그냥 좀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힘들 때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 게 고마움이 크더라고요. 저도 오지랖이 있는 편이어서 누가 좀 안 좋은 거 같은데 '왜 무슨 일이야' 하며 캐내려고 하는 게 있는데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도 위로가 커요.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김윤주)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윤주 성격 같아서 좀 안쓰러워요. '뭘 이렇게 안 보여주려고 하나' '이걸 다 갖고 또 이걸 다 숨기고 살려면 얼마나 마음이 힘들까' 하고요."(박세진)
"근데 세진이한테는 거의 다 얘기해요. 진짜."(김윤주)
"95% 정도? 하하. 다 아는 사이기는 한데 윤주가 노래를 또 엄청 슬프게 불러 놨거든요. 그래서 더 와 닿기도 해요."(박세진)
"제가 이 곡을 녹음할 때 3시간 펑펑 울어가지고…"(김윤주)
-또 이번 앨범에서 좋았던 건 새로운 편곡자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옥상달빛은 앞선 음반에서부터 함께 작업한 들레 씨도 그렇고 새로운 뮤지션들을 발굴해요. 이번엔 우재(WOOJAE), 칠리(chilly) 같은 분들이죠.
"그런 걸 세진이가 정말 잘해요. 우재, 칠리 두 친구 모두 저희 라디오에서 PD님이 선곡을 해주셔서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됐거든요. 두 친구 다 노래가 너무 좋은 거예요. 세진이가 그 친구들한테 DM을 보내서 '같이 작업해요'라고 제안을 했더라고요. 그게 너무 대단한 거죠. 실제 작업물도 너무 만족스럽게 나와 '세진이가 볼 줄 아는 눈이 있구나.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김윤주)
"신인 개발팀 하려고요. 하하. 일단 뮤지션의 사운드를 들으면 느껴지는 게 있어요. 이 사람이 뭘 표현하려고 하는지 직감하죠.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이 뮤지션은 조금은 통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를 아는 뮤지션인 거죠.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요."(박세진)
-'시작할 수 있는 사람' 편곡에도 이재성 씨와 함께 우재 씨가 함께 했네요.
"이 노래는 기승전결을 갖추는 멜로디가 없어요. 그런 장치도 없고 코드도 단순하고요. 가사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노래라서요. 이걸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부드러운 사운드의 기타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마치 존 메이어의 노래처럼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타로 편안하게 발라드를 부를 때처럼 사운드가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또 노래가 막 쳐지는 느낌이 드는 건 또 싫더라고요.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쓴 곡이에요."(박세진)
-윤주 씨는 들레 씨, 강아솔 씨 등이 속한 와우산 레코드 대표이시기도 한데요.
"고민이 사실 되게 많아요. 이제 옥달 활동을 시작하다 보니까 회사에 못 나가는 날이 점점 많아지는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티스트를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거든요. 젊은 뮤지션들은 그냥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 음악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건데 그걸 제가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죠. 근데 다들 되게 열심히 하려고 해서 고마움을 너무 많이 느끼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요."(김윤주)
-세진 씨는 재즈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윤석철 씨와 협업해서 지난해 내놓은 첫 번째 미니앨범 '더 브렉퍼스트 클럽(The Breakfast Club) : 조찬 클럽'으로 호평을 들으셨어요. '보사노바', 'MPB'(Musica Popular Brasileira) 등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는 계속 하시는 거죠?
"네. 석철 씨랑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이런 콘셉트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다른 재밌는 작업들도 많았으면 해요. 요즘은 '드럼 앤 베이스'(DnB), 정글 같은 장르에 관심이 생겼어요."(박세진)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이 40세는 불혹(不惑)이라고도 하잖아요. 세상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은 나이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하는데, 실제 미혹되지 않는 부분이 생겼나요.
"전 다른 사람들이 절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좀 초연해졌어요. 그래서 편안해졌어요. 예전에는 쫓아가서 '나 그런 사람 아니다'라며 손 붙들고 얘기하고 그랬거든요. 이제 '어떻게 보든 상관 없어' 같은 마음이 생겼어요."(박세진)
"전 초연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이렇게 살아야 되겠다'고 명확해진 부분이 있어요. '진짜 운동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이요. '몸짱 아줌마가 될 거야' 이런 거요. 하하. 솔직히 40은 저도 처음이니까 흔들리고 안 흔들리고는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고요. 그냥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어요. 우선 진짜 열심히 10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하기 위해선 건강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김윤주)
한편 옥상달빛 '다이빙' 뮤직비디오엔 연극 '와이프', 디즈니+ '비질란테', 영화 '비상선언' 등에 출연한 배우 김소진이 나온다. 옥상달빛은 오는 4월 6~7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앨범과 동명의 콘서트 '40'을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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