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보이스피싱 범죄수익 가로챈 조직원들

조휴연 2024. 3.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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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조직을 상대로 사기를 친 사기범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일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결국 조직의 범죄수익을 가로챈 일당 8명은 경찰에 차례로 붙잡혔고, 이들에겐 사기죄가 적용됐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은 자신들이 몸담은 조직의 몸통이 해외에 있다 보니 국내 사정을 잘모른다는점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잡아들인 8명 가운데 김 씨를 포함한 3명은 구속했고, 나머지 5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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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나 문자를 통해 돈을 가로채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이제는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대부분 조직의 '몸통'이 해외에 있다 보니, 뿌리를 뽑기가 어려운 상황인데요. 오히려 이런 점을 노려,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 수익을 가로챈 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속담 그대로였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보내온 돈. 이 돈을 빼돌린 일당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보이스피싱 돈 빼돌린 동네 형·동생…전부 20대·전과 15범도

사기 조직을 상대로 사기를 친 사기범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일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지난해 말, 경찰은 경기도의 한 주택을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20대 김 모 씨가 살던 집입니다. 이 집에선 5만 원권 돈뭉치가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모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보내온 돈입니다. 그런데 이 돈, '원래'대로라면 해외에 보내졌어야 할 돈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몸통은 해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돈이 왜 김 씨의 집에 있었던 걸까요?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금책 모집 일을 하던 김 씨는, 같은 조직에서 일하던 친구 이 씨와 함께 한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국에서 모인 범죄수익을, 해외로 보내기 전에 가로채자'는 것이었습니다.

붙잡힌 일당은 SNS를 통해 보이스피싱 수금책을 섭외한 뒤, 수금책이 가져온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가로챈 돈만 7,000만 원…해외 총책은 "돈 찾아달라"요청하기도

이 소식을 들은 김 씨와 이 씨의 지인들도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지난해까지, 모두 7,000여만 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을 빼돌렸습니다. SNS로 현금 수거 책을 섭외한 뒤,수거 책이 접선지점에 돈을 가져다 두면 이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었습니다. 이렇게 계속 돈을 빼돌리자, 해외의 총책은 이들에게 "현금 수거 책이 돈을 빼돌린 것 같으니 돈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꼬리가 잡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원경찰청 소속 피싱범죄수사계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먼저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윗선'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이 윗선이 김 씨 일당이었던 겁니다. 결국 조직의 범죄수익을 가로챈 일당 8명은 경찰에 차례로 붙잡혔고, 이들에겐 사기죄가 적용됐습니다. 전부 20대였고, 동네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전과 15범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은 자신들이 몸담은 조직의 몸통이 해외에 있다 보니 국내 사정을 잘모른다는점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잡아들인 8명 가운데 김 씨를 포함한 3명은 구속했고, 나머지 5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전부 시인했습니다.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도, 근본적으론 보이스피싱이 근절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은 2019년 6,700억 원에서 2022년 1,450억 원까지 꾸준히 떨어지다가, 지난해는 1,960억 원으로 다시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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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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