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손+] 의사의 눈으로 본 '그리스·로마 신화' ④제우스와 벼락두통
전 세계 작가와 예술가, 철학가들이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오랜 세월을 이어오며 현대 문명에까지 다양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가운데 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리스·로마 신화'에 얽힌 다양한 의학 이야기의 세계,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경과 전문의 유수연 교수와 떠나보시죠.
[윤윤선 MC]
지금부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질병 그리고 약물들을 현대적인 의학으로 다시금 해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통, 참 이게 현대인의 고질적인 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신화 속을 살펴보면 제우스는 신들의 신으로 여겨지잖아요? 그런 제우스조차도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요?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제우스는 보통 유명하죠. 제우스 자체는 알죠. 신 중의 신, 신들의 왕이고 바람둥이 신이고, 그다음에 항상 부인이 되는 신인 헤라가 늘 질투하고 서로 막 쫓고 쫓기는 그런 게 많이 나와서 그 내용이 거의 신화의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신인데요.
사실 제우스의 첫 번째 아내는 헤라가 아니었습니다. 맨 처음 아내는 메티스라고 하는 지혜의 여신이었고요. 그런데 이 여신이 처음에 결혼을 했는데, 문제가 무엇이었느냐면 예언이 있었습니다. 이 메티스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나면 그 아들이 너의 왕좌를 뺏을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사실 우리 같은 경우는 내 아들이 나보다 잘났다는 얘기니까 흐뭇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잘났구나, 내 아들이 청출어람이겠네" 하겠지만 신들은 그런 거 없습니다. 내 자리를 뺏는 것은 아들이어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럼 아들을 어떻게 안 낳게 해야겠는데, 임신한 건 알았으니까 안 낳게 해야겠다, 했는데 임신은 했고 그리고 지혜가 뛰어나니까 내가 어떻게 함부로 죽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그래서 메티스한테 내기를 겁니다. “네가 아주 작은 생물로 변신할 수 있겠니?” 그래서 메티스가 “나 가능하지” 해서 파리로 변신을 해요. 그런데 파리로 변신한 메티스를 그대로 삼켜버립니다. 삼켜서 먹어버리는데, 삼켜진 메티스가 신이라서 죽지는 않고 좀 희한하게 제우스의 머리로 가서 거기서 자리 잡고 살게 됩니다, 임신한 상태로. 그런데 임신을 하고 결국에는 때가 되니까, 산달이 되니까 아기를 낳았죠. 낳은 건 딸인 아테나였습니다. 그런데 아테나가 이제 그 안에서 컸는데 밖에 나가고 싶겠죠. 나도 컸으니까 나가고 싶다 하니까 메티스가 정성스럽게 갑옷도 입혀주고 창도 들려주고 "그래 이제 따라 나가보자" 한 거죠.
그런데 나갈 때 머리를 깨고 나가야 하니까 계속 아버지의 머리 안을 친 거죠. 그거 자체 때문에 이제 극심한 두통이 생긴 거죠, 제우스가. 그래서 너무 머리가 아프다. 정말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그래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럼 나 이 머리를 열어야겠다,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자신의 아들 중의 하나이자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한테 부탁해서 도끼로 내 머리를 열어달라. 그래서 머리를 여니까 완전 무장한 아테네가 태어나서 결국에는 두통 자체는 해결되고 아테나라는 새로운 여신을 올림포스의 신으로 맞이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동훈 MC]
그런데 이토록 제우스가 겪었던 두통을 현대의학에서는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할 수가 있는 부분인가요?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사실은 이게 굉장히 극심한 두통이기 때문에 현대의학에도 이런 극심한 두통이 실제 존재합니다. 이렇게 정말 생전 처음 겪는 극심한 두통을 저희가 보통 '벼락두통'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런데 보통 이러한 두통은 원인이 조금 위험한 것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우스처럼 도끼로 머리를 열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심한 두통은 대부분은 뇌 안에 압력이 올라갔다는 그런 걸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압력을 올릴 수 있는 질환들은 대부분 뇌출혈, 뇌경색, 종양, 뇌염 이런 것 같은 좀 위험한 이차성 질환들이기 때문에 이런 질환들이 있을 때 벼락두통을 느끼게 되고, 대표적으로 되게 유명한 질환 중의 하나가 요즘에 신문이나 뉴스에 많이 나와서 좀 아실 텐데 '거미막하 출혈' 같은 경우 이런 뇌출혈 환자가 있을 때는 굉장히 극심한 두통을 겪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는다든지 마비가 온다든지 이러한 여러 가지 신경학적 증상들을 같이 나타내면서 환자들이 응급실로 오게 됩니다.
참 재미있는 게 사실 제우스가 벼락을 다루는 신이거든요. 그러니까 번개, 천둥·번개를 다루는 신이기도 합니다. 그게 이제 제우스의 주요 무기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벼락을 다루는 제우스가 사실 벼락두통을 앓았다는 게 되게 좀 약간 흥미롭기도 하고요. 어쨌든 증가한 뇌 안의 압력, 그러니까 이 압력을 증가시키면, 이제 신화에서는 아테나죠. 아테나처럼 증가한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 머리뼈를 도끼로 절제했고요. 그래서 어쨌든 결국 꺼내게 되고 이런 꺼내는 과정 자체가 어떻게 보면 신화 속에 나오는 최초의 외과 수술, 신경외과적 수술하고 비슷하다고 생각을 해서 이렇게 첫 번째 에피소드로 다뤄봤습니다.
(구성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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