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원' 미·중 합작?…'스모킹 건' 문건 공개
박성훈 기자 2024. 3. 16. 10:00
코로나 19가 발병한 지 4년이 넘었지만 바이러스의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자연발생설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지만 중국 남부 윈난성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멀리 떨어진 우한까지 어떻게 전파됐는지, 중간 숙주 동물은 무엇인지, 코로나 19로 변이됐는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죠.
실험실 유출 의혹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여론을 들썩였습니다. 초기 발병자들이 쏟아진 화난수산물시장이 화난 수산물시장이WIV)로부터 불과 14km 떨어져 있었고, 이 연구소가 수년간 윈난성 동굴 박쥐의 사스(SARS) 유사 바이러스를 채집해 연구해 왔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9명이 2021년 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WHO 보고서 120페이지 중 실험실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 내용은 119쪽 단 한 페이지 뿐이었습니다. ”2019년 12월 이전 실험실에서 SARS-CoV-2(코로나19 공식 명칭)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이러스를 조합했다는 기록은 없으며...(중략) 우한의 실험실은 높은 수준의 생물 안전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사고는 없었다고 보고했다.”
실험실 유출 의혹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여론을 들썩였습니다. 초기 발병자들이 쏟아진 화난수산물시장이 화난 수산물시장이WIV)로부터 불과 14km 떨어져 있었고, 이 연구소가 수년간 윈난성 동굴 박쥐의 사스(SARS) 유사 바이러스를 채집해 연구해 왔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9명이 2021년 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WHO 보고서 120페이지 중 실험실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 내용은 119쪽 단 한 페이지 뿐이었습니다. ”2019년 12월 이전 실험실에서 SARS-CoV-2(코로나19 공식 명칭)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이러스를 조합했다는 기록은 없으며...(중략) 우한의 실험실은 높은 수준의 생물 안전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사고는 없었다고 보고했다.”
실험실에서 합성됐다는 강력한 증거?
지난해 5월 코로나 종식 선언과 함께 세계는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갔지만 코로나 기원 논란이 이대로 파묻힌 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말 오피니언 면에 눈에 띄는 칼럼이 실렸습니다.코로나바이러스는 유래했는가'. 필자는 전 뉴욕타임스 과학 담당 기자이자 네이처 편집위원이었던 니콜라스 웨이드였습니다.
그는 “지난 4년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나왔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됐으며 최근 공개된 정보는 이 바이러스가 자연이 아닌 실험실에서 합성된 산물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고 적었습니다.
그가 주목한 정보는 무엇이고, 논리적으로 납득할만한 내용일까요? 관련 문건들을 정확히 확인해봤습니다.
DEFUSE 프로젝트...코로나바이러스 계획
일단 새로 공개된 자료는 피터 다작(Peter Daszak) 에코헬스얼라이언스 소장과 스정리(石正麗) 우한바이러스연구소장, 랄프 배릭( Ralph Baric) 노스캐롤라이나대 면역학과 교수 등 10명이 2018년 2~3월 주고받은 이메일로 총 1412페이지 분량입니다.
에코헬스얼라이언스는2014~2018년 미 정부 보조금으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코로나 연구를 진행해 온 민간연구단체로 코로나가 터진 뒤 의혹의 초점이 됐죠. 중국 윈난성에서박쥐 바이러스 샘플을 채취해 연구해 온 스정리 소장, 랄프 배릭 교수는 2014년 스 소장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바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분야 전문가입니다.
메일은 이들이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DARPA)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지원비 1420만 달러(약 169억원)를 요청하는 프로젝트 제안서 작성을 논의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일명 'DEFUSE'(완화) 프로젝트. 중국 윈난성 박쥐에서 추출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 서열을 분석하고 면역 체계를 구축해 군인들의 감염을 막겠다는 게 미 국방부에 제시한 목표였습니다. 2021년 9월 과학자들이 만든 웹 기반 조사팀 드래스틱(Drastic)은 이 프로젝트 제안서 최종본을 공개한 바 있는데 메일에는 그 과정이 담긴 겁니다.
우한서 코로나19 특징 가진 바이러스 설계 제안
문제는 이들이 제안서를 논의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설계(engineering) 계획을 세웠고 이것이 실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중요한 특징과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미 정부에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자료를 입수한 비영리공중보건연구단체 '미국 알 권리'(USRTKㆍU.S. Right To Know)는 ”SARS-CoV-2의 게놈은 연구 제안서에 설명된 바이러스와 일치한다“며 ”이들은 우한에서 SARS-CoV-2의 고유한 특징을 가진 바이러스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 19가 100년 만에 최악의 팬데믹을 일으킨 건 숙주 세포에 쉽게 침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바이러스의 독특한 구조에서 비롯됐습니다.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과 퓨린 분절 부위(furin cleavage site)를 말하는 건데요.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생긴 게 스파이크 단백질입니다. 이것이 인간 세포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쉽게 들러붙게 만듭니다.
퓨린 분절 부위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몸통에서 잘려나가는 지점의 아미노산 서열을 가리킵니다. 인간 세포에 있는 퓨린 효소와 반응해 바이러스의 퓨린 분절 부위가 끊어지는데 이를 통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쉽게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겁니다. 인간 세포의 효소를 끌어들여 바이러스의 문을 열어 주게 만드는 코로나 19의 '영악한' 침투 기전의 비밀이 바로 '퓨린 분절 부위'에 있습니다.
'퓨린분절부위' 코로나19와 일치...우연일까
중요한 것은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 중 퓨린분절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코로나 19가 유일하다는 점입니다. 중국 윈난성에서 발견된 박쥐 바이러스 중 염기서열 96%가 같아 코로나 19에 가장 가깝다는 RaTG-13에서도 퓨린분절부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 19바이러스의 퓨린분절부위가 생겨난 중간 변이 과정을 찾는 것이 자연발생설을 입증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됐죠. 인위적으로 이 부위를 합성했다는 것이 실험실 조작설의 핵심 주장인 셈입니다.
여기에 랄프 배릭 교수는 제안서 초안에서 “조직 배양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757(S1), 900(S2)을 절단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직접 진입하게 만드는 퓨린분절부위를 유도한다”고 적었습니다. S1, S2는 퓨린분절부위가 절단되는 아미노산 서열 위치를 의미합니다. USRTK는 “이들이 퓨린분절부위의 삽입 위치를 지정했고 이 부위는 코로나 19 분절 부위와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배릭 교수가 코로나 발생 1년 9개월 전 적시한 퓨린분절부위 위치대로 코로나 19바이러스에서 분절부위가 발견됐다는 뜻입니다.
앞서 니콜라스 웨이드 전 뉴욕타임스 기자가 “바이러스가 자연이 아닌 실험실에서 합성된 산물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MITㆍ하버드 브로드연구소 분자생물학자인 알리나 찬(Alina Chan) 연구원도 “그들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퓨린분절부위를 도입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는 입장을 X(옛 트위터)에 올리고 USRTK 입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DEFUSE 프로젝트 채택 안돼...“잠재적 위험”
문서를 토대로 미국 학자들과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협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설계하려고 계획한 것은 사실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이 DEFUSE 프로젝트 제안서는 미 방위고등연구계획(DARPA)에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자금으로 실행됐는지,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진행했는지, 아니면 중단됐는지 공개된 자료가 없습니다.
다만 DARPA가 제안을 거절한 기록은 이렇게 나옵니다. “선정 가능하지만 몇 가지 약점으로 인해 추천하지 않는다. 이들은 인간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해 사스와 유사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 평가할 것을 제안하지만, 이같은 기능 획득 연구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평가가 없으며, 획득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예산 확보시 지원 가능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계획 강화와 이중 용도 연구 사용 방지 계획 필요하다”. DARPA의 기록을 통해 연구비 지원 거절이 DEFUSE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란 점이 확인됩니다. 또 당시 거절했지만 보완을 거쳐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여지가 남습니다.
퓨린분절부위로 실험실 합성 주장 위험
학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한국분자세포학회를 통해 추천받은 A 대학 교수(익명 요청)에 자문을 부탁해 봤습니다. 그는 실험실 합성 가능성에 대해 학계는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퓨린분절부위가 유사 코로나바이러스 중 코로나 19에서만 발견된 것은 맞다. 하지만 백인,황인,흑인은 피부색이 다른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해서 그 이유만으로 인종의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는 것처럼 퓨린분절부위가 존재한다고 해서 실험실에서 조작된 것으로 단정 지을 순 없다. 퓨린분절부위가 실험실에서 조작된 것을 입증하려면 바이러스 전구체(퓨린분절부위를 삽입하기 전 바이러스)가 발견돼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을 많이 감염시키고 있는데 우리가 중간 변이 과정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실험실 유출 가설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신종플루, 인플루엔자 등 대부분의 인수공통전염병이 그랬듯 동물을 거쳐 바이러스 변이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본다”
코로나 19바이러스의 기원은 밝혀질 수 있을까요. 공개된 메일에는 실험실 조작 가능성에 대한 주요 단서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많은 부분을 우한에서 할 수 있다” 피터 다작 소장의 알려지지 않은 멘트까지 다음 편에서 조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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