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위해 배만 만들면 안돼” 바다에 AI 심겠다는 정기선…HD현대 비밀병기 뜬다 [그 회사 어때?]
해양 데이터 솔루션 ‘오션와이즈’ 상업화
AI·빅데이터 통해 선박 성능·탄소배출 예측
“선박의 생애주기 아우르는 사업모델 구축”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성남)=김은희 기자] “지금까지 선주를 만족시키는 하드웨어, 즉 선박을 만들어 왔다면 앞으로는 선주와 화물 운송 의뢰자인 화주, 배를 보증하는 선급, 항만사, 선박관리사가 가진 정보를 모아 선박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소프트웨어)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12일 방문한 경기 성남시 HD현대마린솔루션 디지털인사이트센터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했거나 HD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이 장착된 전 세계 1000여개 선박의 운항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곳 직원들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스마트 솔루션이 장착된 선박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성능분석보고서 발행 등의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다만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웹 기반 솔루션이 갖춰지면서 근무자가 상주하는 관제센터로서의 역할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현장 관계자는 귀띔했다.
최봉준 HD현대마린솔루션 디지털기술센터장은 “테슬라가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자동차 시장을 바꾸었듯 선박 운영의 프로세스도 바뀔 수 있다”며 “오션와이즈를 통해 조선·해양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오션와이즈는 그룹의 미래 대전략 4대 축 중 하나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선주, 화주, 항만사 각각의 맞춤형 해양 데이터를 선별하고 분석해 통합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주력 사업인 부품 공급·서비스를 넘어 해양산업 분야 종합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신조선 인도 이후 선박의 모든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원스톱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HD현대마린솔루션이 그리는 미래다.
최 센터장은 “조선, 해운, 항만, 물류 등 각 산업군은 선박 관련 정보를 따로 관리해 왔고 이를 상호 교환하는 데에는 제약이 많았다”면서 “이런 가운데 선박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에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스코프 3’까지 나오면서 선박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할 필요성이 생겼다. 흩어져 있는 정보의 연결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해양 데이터 플랫폼인 오션와이즈는 해사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흐름에서 출발했다. 강력한 환경규제의 등장으로 선박 운영을 정량화·최적화하려는 기술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를테면 화주는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하고 선주는 CII를 높게 유지해야 하며 항만은 입출항 선박의 탄소중립 이행을 살펴야 하는데, 이들 이해관계자가 이러한 규제에 대응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가 바로 오션와이즈다. 선박 운항 정보와 항만 운영 상황, 날씨 등의 정보를 연결해 선박의 연비 절감 최적 항로를 제시하고 항만 도착시간을 예측하는 것은 물론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정확하게 계산해 모니터링하며 선박을 운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새로 열린 해양 솔루션 시장에는 빅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스타트업이 주로 뛰어들었다. HD현대는 조선·해양 분야 전문 지식과 선박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한 데이터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데다 선박의 성능 추정 능력도 갖추고 있어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나 신뢰도 면에서 차별화가 되고 있다고 최 센터장은 강조했다.
오션와이즈는 HD현대가 그간 개발해온 혁신 기술의 집약체다. 선박 운항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스마트십솔루션(ISS)과 이를 육상에서 구현한 스마트케어시스템(Hi4S)을 기본으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통합항해시스템(INS), 선박 내 설비를 통합 제어하는 감시제어시스템(HiCONiS), 선박사이버보안솔루션(Hi-Secure), 선박 내 설비의 이상징후를 찾아내는 고장진단솔루션(HiCBM)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해양 데이터 연결망을 구축해 고객이 더욱 편안하게 환경규제에 대응하며 필요한 선박 운항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이는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화를 실현하겠다는 그룹의 목표와도 연결된다”고 했다.
실제 오션와이즈는 지난해 CES에서 바다의 근본적 전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할 핵심 비전으로 소개됐는데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겠다는 게 HD현대의 목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해양 솔루션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당시 대표이사였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주문이었다.
선박 사후서비스(AS) 사업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정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던 2016년 말 HD현대마린솔루션(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을 주도했다. 2021년 말 대표이사직은 내려놨지만 지금까지도 경영지원부문 총괄을 담당하며 친환경·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CES 기조연설 무대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오션와이즈 확장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 비전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언급했고 다보스포럼에서도 공급·운송 산업 협의체를 만나 오션와이즈를 직접 소개했다. 최근에도 조선·해양 분야 관계자를 만날 때면 오션와이즈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해양 솔루션 사업을 구상한 지 5년, 오션와이즈 개념을 확립한 지 1년여 만에 상용계약에 성공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달 포스코와 첫 오션와이즈 상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의 배선계획시스템에 오션와이즈 서비스를 적용해 운용 중인 건화물선에 대한 CII 등급 모니터링과 시뮬레이션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된다.
최근에는 팀네이버와도 손을 잡았다. 네이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해양 종합 데이터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여기에 선박 운항 데이터를 모아 오션와이즈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션와이즈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선박 생애주기 관리, 친환경 선박 개조와 사업적 시너지를 얻을 수 있고 이렇게 구축된 연결망을 통해 선박 운영 종합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 SDV(소프트웨어중심선박)로의 여정도 기대된다”고 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매출을 보면 선박 애프터마켓에서 엔진·기자재 부품을 납품하는 기존 사업의 비중이 월등히 크지만, 앞으로는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정보서비스가 분명히 필요하고 이에 따라 고도화된 해양 솔루션 사업이 미래 시장에선 핵심 요소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피니티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선박 디지털화 시장 규모는 오는 2032년 240억달러(약 3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는 5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고 이달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의 예상 상장 기업가치는 3조~4조원대로 추산된다. 지난 2021년 프리 IPO(상장 전 자금 조달) 당시 1조7000억원으로 평가받았는데 그 이후 꾸준히 우상향하는 실적 추이를 기록한 바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출범 직후인 2017년 2403억원, 546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매출 1조4305억원, 영업이익 2015억원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오션와이즈 등 해양 사업의 디지털 확대와 친환경 기술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기존 선박 부품·서비스 사업과 관련해서도 공급망 체계(SCM) 개편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사장은 “HD현대의 50년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해양 산업을 위한 구심체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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