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임성근 지키기, ‘보이지 않는 손’ 있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024년 3월11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대사 자격으로 끝내 출국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아 출국이 금지됐으나 외교부의 전격 대사 임명으로 금지령이 해제됐다. 그는 2023년 7월 채 상병이 상부의 무리한 수색 지시로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간부들의 책임을 묻는 수사 결과를 이첩 보류하고 수사 대상도 임의로 빼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받는다. 최근 그 지시의 출발이 ‘격노한 대통령 전화’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3월11일 유튜브 프로그램 ‘사기자’에 출연해 “총선 이후 특검 국면을 피하려 피의자를 도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영상☞이종섭 도피와 군사보호구역 해제 “이거 국방농단 아닙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qmoM1pKA9PI )
특검과 총선 정국 앞두고 서두른 흔적?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결국 출국했다.“법무부 출국금지심의위원회가 열릴 때부터 이미 정해진 답이었던 것 같다. 저렇게 급하게 할 이유가 없잖나. 채 상병 외압 의혹 특검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두른다고 보나.“특검과 총선 정국을 앞두고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 4월 말이면 특검 숙려 기간이 끝나고 안건이 자동 상정된다. 그러면 남아 있는 5월 말까지 제21대 국회가 심의해야 한다. 총선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고 특검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핵심 피의자를 도피시킨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을 많이 제기하는데, 나 역시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본다. ”
—대통령실은 이 전 장관이 ‘방산(방위산업) 전문가’라서 호주대사로 임명했다던데.“글쎄다. 방산 전문가가 대사로 나간 사례는 예비역 투스타인 류제승 UAE(아랍에미리트)대사가 있다. 우리가 무기를 많이 팔 수 있는 나라라면 군 방위사업을 담당했던 고위 공무원이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종섭 전 장관은 방산과 아무 관련이 없다.”
—호주대사는 어떤 자리인가.“국방부 장관이 갈 만한 자리가 아니다. 전례도 없을뿐더러 현직 대사(김완중 전 재외동포영사실장)도 2022년 12월 임명된 외교부 차관보 출신이다. (호주가) 과거엔 2급지여서 국장 마치고 가는 덴데 장관이, 그것도 국방부 장관이 가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채 상병 사건으로 뒤가 구린 세력이 급하게 ‘대사 쇼핑’을 하다가 하나를 억지로 만들어낸 거라 생각한다.”
—호주 쪽에서 거부할 수도 있나.“일단 아그레망(타국이 파견한 외교 사절의 장을 주재국이 승인하는 절차)이 발급된 상태라 고민될 거다. 이미 다 양해한 거라 호주 정부가 굉장히 당혹스러울 것 같다. 장관급이 오니까 국장 상대로 하던 의전 프로토콜도 문제고 교민들이 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이 수사 이첩 보류 전 대통령실 전화를 받았다는데.“이제 하나씩 퍼즐이 맞춰진다. (2023년) 7월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장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결재했다. 이튿날 7월31일 오전 외교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는데 ‘채 상병 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기로 했다’는 보고가 끼어 있었다. 대통령이 국방에 관해 그렇게 격노하는 건 처음 봤다고, ‘국방장관 바꿔’(전화 연결하라) 그랬다고 한다. 이게 박정훈 대령(당시 해병대 수사단장) 진술서에 묘사된 내용이다.
근데 엠비시(MBC) 보도를 보면 바로 그날, 수석보좌관 회의가 막 종료될 무렵으로 보이는 (오전) 11시45분에 발신지 ‘이태원로’, 즉 용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거다. 그 이후로 모든 상황이 급변했다. 11시57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사령관한테 전화해서 이첩 보류 지시를 한다.
그날 국방부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 일정이 있어서 오후 2시엔 청사를 떠나 공항으로 가야 했다. 근데 얼마나 급했으면 출발을 못하고 ‘서울에 누구 해병대 장군 올라와 있는 사람 없냐’ 해서 정종범 부사령관이 국방부로 들어간 게 2시17분. 출발 시각을 한참 넘긴 거다. 그러고서 부사령관에게 두 가지를 지시한다. 혐의 대상자를 다 뺄 것, 사건 이첩 자체를 하지 말 것. 구속영장에 이 내용이 기재돼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1사단장 근태를 확인
—대통령실이 무엇 때문에 그런 지시를 했다고 보나.“일단 대통령실은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에서 정황상으로 내 주장에 맞는 파편적인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이 전화 한 통밖에 한 적 없다고 했는데 지금 세 통화 나왔다. 그리고 이종섭 장관도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끊임없이 확인한다. ‘1사단장 근무 잘하고 있죠, 출근했죠’ 하고. 무슨 1사단장 근태를 우즈베키스탄에서 장관 보좌관이 체크하나. 처음부터 관심사가 그거였던 거다. 이거는 포렌식에 나온 거다.”
—대통령실의 관심사가 임성근 1사단장을 보호하는 데 있었다는 뜻인가.“수사에 개입하겠다는 마음이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다음에 해도 된다. 얼마든지 물타기 수사가 가능하다. 그런데 대부분 경찰에 혐의 대상자로 이첩되면 (그다음부턴) 부대 지휘가 안 된다. 그래서 보직을 바꿔주는 거다. 무력화하려 했던 건 보직 해임이고 수사는 다음 문제다. 국방부 장관은 그때 1사단장 후임 권한대행까지 이미 다 결재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임성근 1사단장을 그렇게까지 지켜줘야 하는 이유가 있나.“나는 안다. 아직까지 다 공개는 못하지만 일단 오늘 이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고만 말씀드리겠다. 1사단장이 ‘센 줄’을 구명 로비 라인으로 잡았다. 더 이상은 말하기 어렵다.”
—질문을 바꿔서 왜 임성근이 해병대 1사단장을 계속해야 하는지 궁금하다.“2022년 7월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방이 침수될 때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서울 서초동 대통령 자택)에 갇혀서 못 갔다. 그러고 다음날 신림동 가서 또 엉뚱한 말을 해서 굉장히 여론이 안 좋았다. 그런데 9월6일 해병대가 상륙돌격장갑차로 포항 시내를 누비며 물속에서 구조 활동하는 장면이 대거 보도됐다. 그때 군 내에 도는 말로 ‘해병 1사단장이 대통령 살렸다’ 이럴 정도였다.
그러고 또 비가 왔다. (2023년) 이번엔 경북 예천 쪽이다. 거기는 급물살이라 상륙돌격장갑차가 못 들어가는데 굳이 집어넣었다. 몇 분을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데 다음날 신문에 아니나 다를까 또 엄청나게 언론에 나가니까 그때 1사단장하고 참모들이 계속 칭찬했다.
그렇게 사진 찍고서부터 ‘인력 투입하라’로 기조가 바뀐 거다. 수변 수색이나 하던 인력이 수중 수색으로 바뀌는 상황으로 급변했고 그때 채 상병 일행이 세 명 이상 휩쓸렸다. 나머지는 헤엄쳐 나왔는데 채 상병은 못 빠져나왔다. 채 상병이 떠내려나간 마지막 장면을 본 병사가 전역하자마자 1사단장을 고발해버렸다.”
—최근 윤 대통령이 군사시설보호구역도 서울의 절반가량을 해제했다. 이 결정은 어떻게 보나.“성남비행장부터 예로 들겠다. 잠실 롯데타워가 비행기 이륙 방향에 있다. 김영삼 대통령 아들이 개입해도 허가가 안 나오고 노무현 대통령 땐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이 직을 걸고 막아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걸(허가를) 하려고 공군총장을 자르고 바꿨다. 그때 완전히 롯데를 위한 조치라고 공군 예비역 장성들이 드러누웠다. 그런데 이번엔 어떤가. 활주로고 뭐고 다 풀었는데 공군이 책임 있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원래 언론이 공군의 입장을 물어봤어야 한다. ‘대답 안 했다’는 기사라도 써야 한다.”
—공군의 침묵 배경이 뭐라고 보나.“최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대장 전원 물갈이를 하면서 2스타, 3스타를 막 진급시켜 대장을 시켜놨다. 진용을 그렇게 해놓으니까.”
—규제가 풀리면 누가 제일 이득 보나.“성남이 예로부터 서울공항으로 인한 건축물 고도 제한을 받고 있다. 그 일대에 가보면 다세대주택이 많은데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게 그 지역의 엄청난 숙원이다. (윤석열 정부가) 만약 정말로 그 지자체나 주민들의 개발 욕구를 해소하고 국가 경기를 부양하려 했다면 군사적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인천공항을 확장해서 민간 여객기를 그리로 보내고 김포공항은 성남비행장 용도로 쓰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대안이 아무것도 없다.”
—서산비행장은 어떤가.“우리나라가 군사공항을 미군과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서산비행장은 유독 미군 접근을 막아놓은 한국군의 몇 안 되는 단독 기지다. 또 미사일 단 비행기들은 체공 시간이 짧아 대구 가기 전 서산이나 평택에 내릴 수도 있다. 전시에는 이런 일이 수도 없이 벌어진다. 그럴 때 (서산비행장이) 예비공항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서산에 배치된) F16 전투기는 서해에서 함정 간 교전이 붙을 때 공중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지도 보니까 활주로 일대까지 그냥 다 해제하더라. 그러면서 또 엉뚱한 말을 한 게 민간 공항을 새로 넣겠다고 하던데 그럼 규제가 더 들어가야지 왜 해제하나. 이게 뭔 얘기인지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
여러 사람 ‘목’ 날아가며 지켜낸 비행장인데….
—어떤 점에서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는 공군의 근간을 흔드는 거다. 보수 언론은 ‘성남공항에 전투기도 별로 없다’고 하는데 영상정보와 신호정보를 각각 수집하는 금강·백도 한국군 정찰기가 거기 다 있다. 외국 정상이 다 그리로 들어오고 대통령도 여기를 쓴다. 대한민국 서울이 국제 대도시로서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이 도시가 성남공항을 보이지 않는 전략자산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무력화해버리면 평시에도 외국 정상들이 민간 공항을 써야 한다. 전시에도 체공 시간이 짧은 무장 비행기들이 수도권 예비공항에 착륙하지 못한다. 이게 다 서울을 지키는 전략자산인데 공군이 이걸 무력화하는 걸 용납할 리 없다. 성남 비행장은 그동안 공군 총장들이 힘겹게 지켜온, 정말 몇 사람 모가지 날아가며 지켜낸 비행장이다. 원래 군사보호구역 해제는 2023년 12월에 다 발표해서 전국에 풀 만한 데는 다 풀었다. 그런데 불과 석 달도 안 돼 이렇게 하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정리=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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